[한국법률일보] 조직적으로 유령법인을 설립해 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계좌로 제공해 사용료로 수억 원을 챙긴 일당에게 법원이 징역형 등을 선고했다.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권민오 부장판사는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 불실기재공전자기록등 행사,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82년생 남성)씨에게 '징역 2년 6월에 추징금 4억2천백만 원'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고단4618, 2022고단310(병합)]
같은 혐의로 기소된 B('87년생 남성)씨에게는 '징역 6월에 추징금 1천4백만 원', 또 C('85년생 남성)씨등 7명에게는 '벌금 1백만~2백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2월 인천 연수구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단속에 대비해 수시로 옮겨 다니며 하부 조직원들에게 텔레그램을 통해 업무를 지시하거나 보고받으면서 속칭 ‘유령법인’ 설립 명의자를 모집해 대포통장을 개설하게 한 후 이를 필요로 하는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건네줘 사용하게 하고 그 대가를 수수해 조직원들에게 수익을 배당하는 총책 역할을 했다.
B씨는 A씨의 지시에 따라 하부 조직원이 유령법인 설립 명의자 모집, 법인 설립 및 대표이사 변경, 대포통장 개설 등을 하도록 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매월 대가를 수수해 A씨에게 전달하는 등 부총책 역할을 맡았다.
C씨 등 나머지 하부 조직원들은 각자가 유령법인 설립 명의자를 모집해 대포통장을 개설한 후 A씨에게 건네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이들은 모집된 명의자들의 인감증명서 등의 서류를 관리하면서 대포통장 사용자로부터 1개당 매월 약 150만 원을 대가로 받아 각자의 대포통장 개설 실적에 따라 나눠 가지기로 했다.
이후 A씨 등은 2020년 7월 수원 영통구에 있는 수원지방법원 동수원등기소에서 자본금 100만 원으로 의류 도소매업과 생활용품 도소매업, 전자상거래 및 통신판매, 인터넷 쇼핑몰업으로 하는 주식회사 설립등기를 신청했다.
그러나 이들은 처음부터 명의대여자를 내세워 유령법인을 설립한 후 법인명의 계좌와 연결된 접근매체를 대여할 계획이었고, 명의자의 계좌에 일시적으로 해당 금액이 존재한다는 잔고증명서를 제출했을 뿐 자본금을 내거나 설립 목적대로 법인을 운영할 의사가 없었다.
A씨는 2019년 3월말부터 2020년 9월 중순까지 모두 128회에 걸쳐, B씨는 2020년 2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모두 106회에 걸쳐 명의자를 모집해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의 대표자 명의를 변경하는 방법으로 공무원에게 허위신고를 해 공전자기록에 불실의 사실을 기재하게 하고 이를 행사했다.
이들은 유령회사 명의의 계좌를 개설하고 이와 연결된 체크카드, OTP, 공인인증서 등을 발급받은 다음 이를 퀵서비스를 이용해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에게 건네주고 그 사용료로 매월 약 150만 원을 받아 챙겼다.
권민오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 “허위로 법인을 설립해 계좌를 개설하고 그 접근매체를 유통하는 행위는 회사 제도와 상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전자금융거래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무너뜨리며 인터넷도박 등 다른 범죄에 이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 A는 명의대여자 모집, 계좌 개설과 유통, 수익금 분배 등 역할을 했고 범행 기간과 횟수 등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지만, 유통시킨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제보하며 수사에 협조했다. 피고인 B는 명의대여자를 데리고 다니며 사업자등록을 하고 통장을 개설하는 역할을 했고 범행 기간과 횟수도 길고 많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이전 사건에서 확인되지 않은 1건에 대해 공소가 제기됐다.”고 적시했다.
권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이 범행을 반성하는 점,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판결이 확정된 사건과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공범 간의 처벌의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 양형조건을 참작해 형을 정한다.”는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C씨는 “2021년 9월 제1심 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전에 이 사건 범행에 대해 조사를 받았는데도 이전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2022년 2월 선고되기 얼마 전인 1월 26일 공소가 제기돼 이전 사건과 병합되지 않았다.”면서 “검사가 공소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 남용했으므로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민오 부장판사는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했다고 보여지는 경우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여기서 자의적인 공소권 행사라 함은 단순히 직무상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사건 공소제기 경위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