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아버지의 성(姓)과 본(本)에 따라 출생신고를 한 자녀가 성년이 된 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변경됐다면 어머니가 속한 종중의 종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종중’이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제사 및 종원 상호간의 친목 등을 목적으로 구성되는 자연발생적인 종족집단이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노태악 대법관, 주심 박정화 대법관, 김선수·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용인 이씨 B종중을 상대로 낸 종원(宗員)지위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17다260940)
A씨는 1988년 아버지의 성과 본에 따라 성을 ‘김’으로 본을 ‘안동’으로 출생신고가 됐다가 성년이 된 후 2013년 12월 서울가정법원에 어머니의 성과 본인 ‘용인 이씨’로의 성·본변경허가신청을 했다. 2014년 6월 서울가정법원이 A씨의 변경신청을 허가하는 심판을 하자, A씨는 다음 달 ‘용인 이씨’로 성·본 변경신고를 했다.
이후 A씨의 어머니는 2015년 11월 B종중에 A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런데 B중종은 2016년 1월 임원회의에서 A씨의 종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결정을 했다.
이에 A씨는 B종중을 상대로 종원지위 확인의 소를 제기했다.
B중종의 정관 제6조는 피고의 구성 및 자격에 관해 ‘본회의 회원은 H자 I자 조상의 아들 삼형제의 후손으로서 친생관계가 있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 녀로 구성된다. 단 혈족이라도 타성(他姓)으로 바꾸면 후손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민법 제781조 제6항에 따라 성·본이 친모의 것으로 변경된 모계혈족인 자녀가, 친모가 속한 종중의 종원인지 여부였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각각 ‘원고 승소’, ‘항소기각’ 판결로 A씨의 손을 들었다. 그러자 B종중은 상고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제1부는 “대한민국헌법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고(제11조 제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돼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제36조 제1항)는 헌법이념에 따라 1990년 1월 13일 법률 제4199호로 개정된 <민법>에서는 부계혈족과 모계혈족을 차별하지 않고 친족의 범위를 규정했고, 2005년 3월 31일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민법>에서는 양성평등이라는 헌법이념과 시대변화에 부합하지 않는 호주제도를 폐지하면서 호주제도를 전제로 한 입적·복적·일가창립·분가 등에 관한 규정을 삭제하고, 자녀의 성과 본은 부성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자녀의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성과 본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제781조 제6항을 신설했다.”면서, “따라서 이러한 헌법이념과 민법의 개정취지를 고려하면 모의 성과 본을 따라 종중의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게 된 후손의 종원 자격을 부의 성과 본을 따른 후손의 그것과 달리 판단할 수는 없다.”고 설시했다.
이어 “<민법>은 위와 같은 부성주의 원칙의 예외로서 부모가 혼인신고 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자는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81조 제1항 단서).”면서, “이처럼 출생 시부터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된 경우 그 자녀는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된다고 보아야 하므로, 출생 후에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어 법원의 허가를 받아 이를 변경할 때도 달리 볼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또 “법원의 허가를 받아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변경된 자녀는 더 이상 부의 성과 본을 따르지 않아 부가 속한 종중에서 탈퇴하게 되므로, 동시에 여러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출생 후 모의 성과 본으로 변경된 경우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본다면 종중의 구성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 돼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은 “종중이 자연발생적 종족집단이기는 하지만, 종래 관습법에서도 입양된 양자가 양부가 속한 종중의 종원이 되는 등 종중 구성원의 변동이 허용됐으므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게 돼 모가 속한 종중의 구성원이 됐다고 해도 이를 가지고 종원 자격이 인위적으로 변동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법리를 설시한 후, “성년인 원고는 모의 성과 본에 따라 성과 본이 변경된 이상 모가 속한 종중인 피고의 종원이 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피고의 정관에서도 부계와 모계를 구별하지 않고 ‘혈족인 성년이 된 남, 녀’를 종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원고는 피고의 종원이고, 피고가 원고의 종원으로 서의 지위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도 있다.”면서, “같은 취지에서 원고의 청구를 인용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헌법상의 행복추구권과 결사의 자유, 종원의 자격에 관한 관습법, 민법 제781조 제1항 본문에서 정한 부성주의 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대법원은 2005년 7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2002다1178)에서 “종중에 관한 관습법 중 종중의 구성원을 성년 남성만으로 제한한 부분은 변화된 우리의 전체 법질서에 맞지 않아 정당성과 합리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그 효력을 상실했고, 조리상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도 당연히 종원이 된다고 보게 됐다.”면서, “이와 마찬가지로 공동선조와 성과 본을 같이 하는 성년 여성의 후손이 모계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중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는 관습도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가진 관습법으로 남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바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