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임금은 근로계약서 상의 근로개시일이 아닌 입사 전 교육을 위해 출근한 날을 실제 근로가 개시된 날로 보고 산정해야하며, 무급휴업 동의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면 휴업수당 미지급으로 근로기준법위반죄가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형사1단독 정한근 부장판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설계사무소 대표인 A씨에게 벌금 70만 원의 형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1고정368)
울산 동구에서 12명의 상시 근로자를 고용해 설계사무소를 운영하는 사업주인 A씨는 2019년 7월 25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전기장치 설계업무를 담당하며 일하다 퇴직한 직원 B씨의 임금과 휴업수당, 연차미사용수당 등 총 379만여 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구체적으로 A씨는 B씨의 2019년 7월 임금 16만6천122원, 2020년 1월 휴업수당 136만1천700원, 2월 휴업수당 74만1천700원, 3월 휴업수당 20만4천700원, 연차미사용수당 132만3천240원 등 총 379만7천462원을 당사자 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재판에서 “B씨가 2019년 8월 1일부터 근무했고, 그 이전에 출근했어도 이는 입사 전에 실시하는 교육을 위한 것에 불과하며, B씨는 휴업기간 동안 급여를 받지 않는 것에 동의했다. 또 B씨는 2019년 8월 1일부터 1년 동안 근무하는 것을 전제로 2020년 7월 31일 퇴사했으므로 15일의 연차휴가가 추가로 발생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한근 부장판사는 “피고인의 설계사무소 부장이 B씨에게 2019년 7월 25일부터 출근할 것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B씨는 2019년 7월 25일과 26일 출근해 업무용 프로그램 사용법 등에 대해 교육을 받았고, 업무일지도 작성했다.”면서, “B씨는 2019년 7월 25일부터 피고인의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피고인에게 근로를 제공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계사무소의 출근부를 살펴보면, B씨는 2019년 7월 25일 오전 7시 50분경 출근해 같은 날 오후 6시 14분경 퇴근했고, 다음 날에도 오전 7시 55경 출근해 다른 직원들과 비슷한 시간에 퇴근했음을 알 수 있다.”면서, “비록 근로계약서가 2019년 8월 1일 자로 작성됐으나 임금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실제 근로가 개시된 날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B씨가 위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사실만으로 2019년 8월 1일 이전 임금을 포기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정한근 부장판사는 휴업수당에 대해서는 “피고인은 2020년 1월 13일부터 2020년 2월 9일까지, 2020년 2월 25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2020년 3월 1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무급휴업을 하는 과정에서 B씨로부터 동의서를 받지 않았고, 그의 동의를 받았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 부장판사는 연차휴가수당에 대해서도 “B씨는 2019년 7월 25일부터 2020년 7월 31일까지 근무하고 퇴직했으므로 1년 이상 근무해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했고, 피고인은 그 중 사용일수 11일을 제외한 나머지 연차휴가일수 15일에 대해 B씨에게 연차휴가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끝으로 "B씨의 퇴사 시 미지급 휴업수당 등 전체 임금에 대한 정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거나 고의가 없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