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재판장이 유죄 판결 주문을 낭독하자 피고인이 법정에서 판결에 불만을 표시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에 재판장이 형량을 3배 높여 정정 판결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차용증 위조 및 무고 등 협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의 형을 낭독한 이후 A씨의 법정 태도를 문제 삼아 징역 3년으로 형을 변경한 것은 위법하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선고 절차가 유효·적법하다고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대법원 2017도3884)
A씨는 2016년 9월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형사2단독 김양호 부장판사의 1심 판결 선고 당시 재판장이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한다”는 주문을 낭독한 뒤, 상소기간 등을 고지하던 중에 “재판이 개판이야, 재판이 뭐 이 따위야” 등 재판에 불만을 표시하는 말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부렸다. 이에 당시 법정에 있던 교도관이 A씨를 제압해 구치감으로 이동시키는 등 소란이 발생했다.
1심 재판장은 법정 질서가 회복되자 A씨를 법정으로 다시 불러 “선고가 아직 끝난 것이 아니고 선고가 최종적으로 마무리되기까지 이 법정에서 나타난 사정 등을 종합해 선고형을 정정한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는 이미 징역 1년의 선고가 종료됐기 때문에 이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제1심의 선고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항소심은 “선고를 위한 공판기일이 종료될 때까지는 판결 선고가 끝난 것이 아니고 그때까지는 발생한 모든 사정을 참작해 일단 선고한 판결의 내용을 변경해 다시 선고하는 것도 유효·적법하며, 제1심 재판장이 변경 선고를 할 당시 피고인에 대한 선고절차가 아직 종료되지 않았으므로, 제1심의 변경 선고가 적법하다.”고 판시하면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A씨가 반성하는 점 등을 감안해 형량을 2년으로 감경했다.
그러나 A씨의 상고 후 5년 만에 나온 대법원의 판결을 달랐다.
대법원 제3부는 “이 사건 변경 선고에는 최초 낭독한 주문 내용에 잘못이 있거나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위법하다.”고 판시하면서, 제1심의 변경 선고가 적법하다는 전제에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형사소송법>은 ‘재판장이 판결을 선고함에는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해야 하고(제43조 후문), 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피고인에게 상소할 기간과 상소할 법원을 고지해야 한다.’(제324조)고 정하고 있다. 형사소송규칙은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할 때 피고인에게 이유의 요지를 말이나 판결서 등본 또는 판결서 초본의 교부 등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하고,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으며(제147조) 재판장은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형법> 제59조의2, <형법> 제62조의2의 규정에 의해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하는 경우에는 그 취지 및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이 적힌 서면을 교부해야 한다.’(제147조의2 제1항)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3부는 먼저 "판결 선고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절차로서 재판장이 판결의 주문을 낭독하고 이유의 요지를 설명한 다음 피고인에게 상소기간 등을 고 지하고, 필요한 경우 훈계, 보호관찰 등 관련 서면의 교부까지 마치는 등 선고절차를 마쳤을 때에 비로소 종료되고 재판장이 주문을 낭독한 이후라도 선고가 종료되기 전까지는 일단 낭독한 주문의 내용을 정정해 다시 선고할 수는 있다."면서 판결선고의 종료시점의 기준을 제시하고, "그러나 선고절차가 종료되기 전이라고 해 변경 선고가 무제한 허용된다고 할 수 없고, 재판장이 일단 주문을 낭독해 선고 내용이 외부적으로 표시된 이후에는 ① 재판서에 기재된 주문과 이유를 잘못 낭독하거나 설명하는 등 실수가 있거나, ② 판결 내용에 잘못이 있음이 발견된 경우와 같이 변경 선고가 정당하다고 볼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과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만 변경 선고가 가능하다."며 변경 선고의 한계를 함께 선언했다.
대법원 3부는 이어 “제1심 재판장은 징역 1년이 피고인의 죄책에 부합하는 적정한 형이라고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고, 피고인이 난동을 부린 것은 그 이후의 사정”이라면서, “제1심 재판장은 선고절차 중 피고인의 행동을 양형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미 주문으로 낭독한 형의 3배에 해당하는 징역 3년으로 선고형을 변경했는데, 위 선고기일에는 피고인의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았고, 피고인은 자신의 행동이 위와 같이 양형에 불리하게 반영되는 과정에서 어떠한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했다.”고 설시하며 항소심 판결을 파기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형사 판결 선고의 종료 시점이 언제인지, 그 과정에서 주문의 변경 선고가 가능한지에 관한 논란을 정리하고 변경 선고가 가능한 한계를 명확히 선언해 향후 하급심 운영의 기준이 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전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