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종합병원 인근 약국 약사들이 공동으로 도우미를 고용해 종합병원 내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무료 셔틀버스로 교통편의를 제공하면서 특정 약국으로 안내한 행위는 약사법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약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약사 9명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0도18062)
상급종합병원인 서울아산병원 인근의 이른바 '문전약국'들을 운영하는 약사들인 A씨 등 9인은 2017년 7월경 도우미들을 공동으로 고용한 후 아산병원 내에서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하도록 해 자신들이 속한 특정 약사회의 회원 약국들 중 미리 정해진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환자 등을 유치했다.
그런데, 아산병원 문전약국 공동 도우미제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한 약국 직원이 이들을 호객행위 등 약사법 위반으로 관할 보건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관할 보건소는 결국 아산병원 문전약국 16곳에 대해 행정처분을 진행했고, 서울동부지검은 이들을 약사법 제95조 제1항 제8호, 제47조 제1항 제4호 나목1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A씨 등의 행위가 약사법 및 동 시행규칙 등이 금지하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다만 "안내도우미를 활용한 이후 병원 이용객의 민원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각 벌금 50만 원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2심은 “피고인들이 기존 약국들 상호 간의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분쟁이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됐고, 환자들 중 문전약국에 방문하고자 하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순번대로 특정 약국을 안내한 것으로,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하면서, 전부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 제2부는 A씨 등에게 호객행위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호객행위 등으로 인한 <약사법> 위반죄의 ‘고의’란 약국 개설자 등이 자신의 행위가 의약품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호객행위나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 등이라는 객관적 구성요건을 충족했음을 인식하는 것”이라면서, “문전약국에 위치한 특정 약사회 소속 약국들이 기존 분쟁이나 갈등을 낮추려는 의도에서 공동도우미를 고용하게 된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약국을 정하지 않은 환자들에게 접근해 자신들이 속한 순번 약국으로 안내하면서 편의 차량을 제공한 행위는 환자들의 약국 선택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시했다.
또한 “일부 지역의 약국들이 영리 목적으로 담합해 비지정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약국들로만 안내한 것으로 ‘공동 호객행위’의 한 형태로 볼 수 있고, 환자들에게 편의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환자들이 약국을 선택함에 있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어, 상급종합병원 인근에 위치한 다른 약국들과의 관계 등에서 의약품 시장질서를 해할 가능성도 크다.”면서, “피고인들은 기존부터 호객행위 등 분쟁이나 민원이 빈번히 발생하던 상급종합병원 인근에서 문전약국을 운영해 왔으므로 자신들의 행위가 호객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약사법>이 소비자 유인 등 호객행위를 금지하는 입법취지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호객행위와 고의의 의미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판결로서, 문전약국 약사들이 합의로 정한 나름의 기준에 따라 환자를 유인한 경우에도 <약사법>이 금지하는 호객행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선언했다.”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전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