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중학교 같은 반 이성 친구의 부채에 성적인 불쾌감을 주는 그림을 그린 행위도 성희롱으로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박광우 부장판사, 이원재·김정섭 판사)는 중학생 A군의 부모가 변호사를 선임해 대구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을 상대로 낸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처분결과 취소’청구소송에서 최근 "1. 이 사건 소 중 보호자에 대한 특별교육 2시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구합22113)
2021년 4월 19일 중학교 1학년인 A군은 교실에서 같은 반 친구 B양이 첨성대 그림을 그려서 만든 부채 앞면에 비키니 또는 여자 속옷 상·하의를 입은 그림을 그렸다. A군의 친구인 C군은 여기에 배꼽과 속눈썹, 머리카락, 소변이 흐르는 모습을 추가했다. 이후 A군은 부채를 건네받아 C군이 그린 그림에 남자의 가슴 근육과 복근을 추가한 뒤 두 다리 부분에 B양의 이름을 썼다.
김모 교사는 같은 달 21일 C군이 성적인 불쾌감을 주는 그림이 그려진 부채를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생활안전부장에게 신고했다.
이 학교 교장은 A군과 C군이 부채에 그림을 그린 행위가 성희롱 등 학교폭력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학교폭력전담기구를 구성해 경위를 조사하게 했고, 학교폭력전담기구는 같은 달 22일 A와 C군, 피해학생 및 부모들을 상담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A군과 C군이 학교폭력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같은 달 28일 대구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개최를 요청하는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이에 대구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는 같은 해 5월 18일 관련 회의를 한 후, 같은 달 20일 A군에 대해 '학교 봉사 6시간, 학생 특별교육이수 2시간의 조치 및 보호자 특별교육이수 2시간의 조치'를 요청하기로 의결했으며, 대구광역시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은 A군에게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A군 측은 재판과정에서 “원고가 피해 학생의 부채에 그린 그림은 객관적으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고, 원고는 C군이 그린 그림의 의미를 알지 못했으며 자신이 그린 그림도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므로 원고의 행위는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처분사유의 부존재를 주장했다.
또 “원고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C군의 행위에 비해 그 정도가 가벼움에도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형평의 원칙을 위반하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먼저 원고의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대해 "원고는 C의 행위에 가담해 그림을 그리거나 피해학생의 이름을 그림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피해학생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성희롱을 하여 성폭력, 즉 학교폭력을 행한 것이라 할 수 있으므로, 이 부분 처분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에 대해서도 "학교폭력예방법의 입법 취지와 이를 위해 학폭위를 별도로 마련한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교육전문가인 교육장이 학폭위의 요청에 따라 교육목적으로 징계조치를 한 결과는 가능한 존중되어야 한다. 그리고 행정청의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사정은 그 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자가 주장․증명책임을 부담한다"면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이 원고가 저지른 학교폭력 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워 형평의 원칙에 어긋나는 등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학생에 대한 학교폭력에 관해 원고와 C군 사이에 가담 정도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원고는 C군의 행위의 의미를 알면서 이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고, 부채를 주고받으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추가하는 행위를 하면서 서로의 행위를 부추긴 부분도 있다고 보이는 점, 학교폭력은 2021년 4월 19일에 주로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점, C군은 자신의 잘못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학폭위가 원고의 행위에 부여한 평가 점수가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을 통해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하려는 공익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