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제주 서귀포시의 부두와 공터를 돌아다니며 두 차례 불을 질러 631만 원 상당의 재산적 피해를 발생 시킨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이 피해자 일부와 합의했어도 법원은 실형을 선고했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황방모·고은솔 판사)는 일반물건방화 혐의로 구속 기소된 50대 남성 강모씨에게 "피고인을 징역 10월에 처한다. 압수된 라이터 1개(증 제1호)를 몰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제주지방법원 2022고합26)
강씨는 지난 2월 17일 밤 11시35분경 서귀포시 모슬포항 부두에서 라이터로 휴지에 불을 붙인 뒤 플라스틱 컨테이너에 씌워진 차광막 안으로 던져 컨테이너 540여 개와 인근 차량을 태웠다. 또 약 30분 후인 다음 날 새벽 0시 4분경에는 서귀포시 모슬포 해안 공터에 쌓여 있던 폐어구류에 라이터로 불을 붙여 인근 식당으로 연결된 취수관로 등에 옮겨 붙게 했다.
강씨와 변호인은 재판에서 “단지 추워서 불을 쬐려고 한 것 일뿐, 컨테이너 등을 소훼해 공공의 위험을 발생시킬 의도는 없었으므로, 방화죄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방화현장 차량 블랙박스와 CCTV 영상 등을 증거로 “피고인이 공공의 위험 발생을 인식하면서 불을 놓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1차 방화 당시 주변의 행인의 제지를 받았으나 이를 무시하고 컨테이너를 덮고 있던 천막을 끌어당겨 모은 후 소지하고 있던 라이터로 불을 놓은 점, 천막에 불이 붙자 근처에 있던 가연물인 나무판자를 가져와 불길이 있는 곳에 옮겨 두어 불길을 더 크게 한 점, 불길이 커지는 모습을 확인하고 곧바로 그곳을 이탈한 점 등 피고인은 추워서 몸을 녹이려는 듯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고, 일정한 시간 동안 불길 옆에 있지도 않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2차 방화와 관련해서도 “피고인은 약 2분 정도 배회하다가 이동한 2차 방화 현장에는 가연성 물질인 전선, 취수관, 모터펌프 등이 있었다.”면서, “피고인은 다시 라이터로 폐어구류에 불을 놓았고, 취수관 쪽으로 불이 옮겨붙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현장을 그대로 이탈했다.”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방화죄는 공공위험죄로서 단지 개인의 재산을 침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중의 생명과 신체, 재산에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힐 위험을 발생시키고, 공중에게 불안감, 공포감을 주는 중한 범죄”라면서, “특히 피고인이 저지른 방화 범행은 음주나 흥분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저지르는 방화 범행과 비교할 때 사회적 위험성과 비난 가능성이 훨씬 크고 방화 장소에 있던 가연물들의 존재와 그 장소의 구조 등에 비추어 볼 때 큰 피해가 발생할 위험도 상당히 컸다.”고 설시했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추워서 불을 쬐려고 한 것이라면서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다행히 신고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불길을 진화해 재산적 피해가 631만 원 정도에 그쳤고, 피고인이 피해자 중 일부와 합의한 것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이지만, 공공위험죄인 방화죄의 보호법익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사정을 양형의 결정적인 요소로 삼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들과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