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주방가전 전문업체 ㈜쿠첸이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다른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등 기술자료를 유용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게 됐다.
공래위원회(위원장 조성욱)는 하도급 업체의 기술자료를 유용하고 기술자료 요구 전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쿠첸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9억2천200만 원을 부과하고, 기술유용행위를 주도한 직원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과징금은 기술자료 유용행위 8억7천만 원, 기술자료 요구 전 서면 미교부 행위 5천200만 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쿠첸은 납품 승인 목적으로 수급사업자로부터 받은 인쇄 배선 기판(Printed Wiring Board) 조립품(Assembly) 기술자료를 2018년 3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제3의 업체에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하는 데 사용했다.
㈜쿠첸은 2018년 3월 14일 기존 A 수급사업자의 B경쟁업체를 신규 협력사로 등록시키기 위해 A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B경쟁업체에 전달했다.
이후 A수급사업자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쿠첸은 같은 물품을 인상하지 않은 단가로 납품받기 위해 B경쟁업체와 또 다른 C업체에 A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전달해 거래선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쿠첸은 단가 인상을 요청한 A수급사업자와 단계적으로 거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계획하고, 한 차례 더 기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C업체에 전달했다.
공정위는 “㈜쿠첸이 거래상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수급사업자로부터 받은 기술자료를 향후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그 기술자료의 제공 목적과는 무관하게 여러 차례 부당하게 유용했다.”며 “신규 경쟁업체를 협력업체로 등록시키고 거래선을 변경하는 목적을 달성했고, 종국적으로는 기존 수급사업자와는 거래를 단절하게 된 것으로 볼 때 위법행위의 부당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2조의3은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제공하도록 요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원사업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한 경우에는 요구할 수 있다. 원사업자는 수급사업자에게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에는 요구목적과 비밀유지에 관한 사항,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해당 수급사업자와 미리 협의해 정한 후 그 내용을 적은 서면을 해당 수급사업자에게 주어야 한다. 원사업자는 취득한 기술자료를 자기 또는 제3자를 위해 유용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쿠첸은 기술자료 요구 서면 사전 교부의무도 위반했다.
㈜쿠첸은 2015년 11월 25일부터 2018년 12월 18일까지 6개 수급사업자에 밥솥 등과 관련한 부품의 제조를 위탁하고 해당 부품의 제작과 관련된 기술자료 34건을 요구하면서 사전에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쿠첸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들을 통해 다른 부품 등과의 물리적·기능적 정합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등 그 기술자료의 요구에는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봤으나 법정 사항에 대해 미리 협의해 기재한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점에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안남신 기술유용감시팀장은 “이번 조치는 공정위가 직권조사를 통해 전기·전자업계의 기술자료 유용행위를 적발해 이를 엄중 제재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평가절하하면서 이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유용하는 원사업자의 행위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원사업자에 수급사업자 기술자료 보호 인식이 없다면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유용하는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되고, 결국 자신만의 기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수급사업자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팀장은 이어 “이번 조치는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는 태도를 끌어내 경제 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수급사업자들의 기술 혁신 의지가 위축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공정위는 원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보호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속적 감시와 제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지난 달부터 운영하는 기술유용 익명제보센터의 제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