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형사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정부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박정화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노정희 대법관)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혐의로 기소된 홍 전 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확정했다.(대법원 2017도19635)
2015년 5월 26일 제일모직㈜와 합병 전 삼성물산㈜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합병비율을 1(제일모직):0.35(삼성물산)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었던 두 사람은 합병비율은 삼성물산에 불리해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물산의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손해를 입게 됨에도 합병의 찬반에 대한 국민연금공단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했다.
같은 해 7월 10일 국민연금공단의 투자위원회에서 합병 안건이 찬성으로 의결됐고, 결국 국민연금공단이 같은 달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에 찬성헤 합병이 성사됐다.
이에 대해 박영수 특검은 문 전 장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등에관한법률>위반, 홍 전 본부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등에관한 법률>(특경법)위반(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인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는 “보건복지부 장관이자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민연금공단에 지도·감독권을 갖는 피고인의 합병 안건이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의결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는 기금운용의 독립성이 보장되는 국민연금공단의 개별 의결권 행사 사안에 개입해 그 결정 방향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으로서 직권을 남용한 외형상, 형식적인 직무집행일 뿐이고 정당한 직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고, 또 국정농단특위에서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 관여하거나 보고 받지 않는다’는 취지로 허위 증언한 것도 유죄로 판단하면서 문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홍 전 본부장에게는 “기금운용본부장 및 투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투자위원회 일부 위원에게 찬성을 권유하고, 부하 직원에게 조작된 합병시너지 수치로 설명하도록 하는 등으로 합병 안건의 찬성 의결을 유도도하고, 공정한 절차에 의한 투자위원회 회의 를 거쳐 합병안건에 대해 반대의결하거나 전문위원회에 부의하는 등으로 합병비율개선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아니한 것이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에 적정 합병비율과 합병비율 간 차이 상당의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특경법상 배임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도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혐의를 유죄로 보고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3부는 “상고이유 중 원심의 판단에 기초가 된 사실인정을 다투는 취지의 주장은 실질적으로 사실심 법원의 자유판단에 속하는 원심의 증거 선택과 증명력에 관한 판단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다."면서,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불고불리의 원칙, 공소장변경, 공모공동정범, 공범이론, 책임주의, 직권남용행위, 의무 없는 일, 인과관계, 예견가능성, 상장회사간 합병비율 산정방법과 공정한 합병비율의 의미, 임무위배행위, 소극적 손해와 입증책임, 임무 위배행위와 찬성 표결 간의 인과관계, 배임의 고의 등에 대한 법리오해, 이유모순, 판단누락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설시했다.
앞서 두 사람과 특별검사는 각각 상고해 이 사건은 2017년 11월 대법원으로 넘어왔다. 이후 이 사건의 공소유지를 맡은 박영수 특별검사가 가짜 수산업자에게 차량 등 금품을 받은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해 7월 사퇴했다. 이 때문에 검사가 없어 판결이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의 사퇴에 따른 절차 관련 쟁점에 대해 “지난해 7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사퇴했으나 <형사소송법> 278조에 따라 판결만을 선고하는 때에는 검사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다.”면서, “특검 사퇴 전 상고이유서가 모두 제출된 이 사건의 경우 이후에 특검이 사퇴했다는 사정은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는 절차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