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과를 이유로 직업을 제한하려면 전과 이력이 그 업무와 연관성을 가져야 한다면서, 업무와 무관한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것은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B연구소장에게 진정인에 대한 최종 임용 불가 통보를 취소하고, 신원특이자에 관한 합리적인 심사기준을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지난달 30일 권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2021. 4. 20. B연구소의 채용공고에 따라 기간제 연구직 모집에 응시해 1차 서류전형과 2차 면접전형에 모두 합격했으나, 업무와 관련 없는 실효된 전과(음주운전)를 이유로 채용이 거부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연구소는 내부 인사관리지침 등에 따라 진정인의 과거 비위 사실에 대한 심의회의를 진행했고, 심의 결과 진정인의 비위행위가 음주운전으로 인명 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아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과 <도로교통법>(일명 ‘윤창호법’)의 시행 등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던 때로 확인돼, 공직자에게 요구되는 청렴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최종적으로 ‘부적격’ 판정하고, 진정인에게 임용 ‘불가’로 통보했다고 답변했다.
인권위가 이 진정사건을 조사한 결과, A씨는 2018년 음주운전을 했고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3항 제3호의 “혈중알코올농도가 0.03퍼센트 이상 0.08퍼센트 미만인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에 따라 ‘벌금 100만원’의 처분을 받았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제7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A씨의 전과는 벌금형으로 실효기간은 2년이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위원 이준일·김수정)는 ▶ 진정인의 범죄사실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법규 위반으로 진정인이 지원한 연구직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는 점, ▶ 진정인이 지원할 당시는 이미 형 집행이 종료된 지 2년이 지나 형의 효력이 상실된 점, ▶ 진정인에게 범죄의 상습성을 인정할 만한 다른 범죄 사실이 없는 점, ▶ 채용 당시 공지한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은 점, ▶ 피진정연구소 징계규정이나 공무원 징계기준상 최초 음주운전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8퍼센트 미만인 경우에는 감봉-정직 수준의 징계를 부과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피진정인이 진정인의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피진정인에게 진정인에 대한 최종 임용 불가 통보를 취소하고, 신원특이자에 관한 합리적 심사기준 마련 등의 재발 방지대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