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가습기살균제에 포함된 유해물질을 용기 라벨에 표시하지 않고 제품을 생산·유통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부과한 과징금납부명령 등 처분의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민유숙 대법관, 주심 천대엽 대법관, 조재연·이동원 대법관)와 대법원 제3부(재판장 노정희 대법관, 주심 김재형 대법관,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SK케미칼·SK디스커버리·애경산업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등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19두35978, 2019두58407)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 2일까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포함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해 판매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8월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가 원인 미상의 폐 손상의 위험 요인으로 추정된다는 결과를 발표하고 가습기살균제의 사용과 출시 자제를 권고했다.
공정위는 2012년 7월 옥시레킷벤키저 등이 제품 겉면에 “살균 99.9% 아이에게도 안심, 인체에 안전한 성분을 사용해 안심하고 쓸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표시했다며 과징금 5천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그러나 2011년과 2016년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살균제의 주성분인 CMIT·MIT는 PHMG와 달리 폐 손상과 명확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이후 유해성 인정 연구 결과가 나오자 공정위는 2018년 다시 조사에 착수해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대해 각각 과징금 3천9백만 원, 8천8백만 원과 시정명령등 처분을 했다.
그러자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은 공정위의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제척기간에 관해 개정 전 공정거래법이 적용됨을 전제로, 이 사건 표시행위는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이 이 사건 제품의 생산을 중단한 2011년 8월 31일 또는 기존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거하기 시작한 2011년 9월 종료됐다고 보면서, 2018년 3월 19일 이루어진 공정위 처분은 제척기간('위반행위 종료일부터 5년')이 지나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인용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정위가 조사를 착수한 시점 전후에 걸쳐 위반행위가 계속된 경우에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제16조 제2항 전단에 따라 준용되는 개정된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 제1호에서 제척기간의 기산점으로 정한 ‘조사개시일’은 (현실적인 조사착수일이 아니라) ‘위반행위 종료일’, 즉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라고 해석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만일 이 사건 표시행위를 시정하는 데 필요한 조치가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일(2012. 6. 22.) 이후에 완료됐다면 개정 <공정거래법> 제49조 제4항의 제척기간 규정이 준용되고, 그러한 조치가 2013년 3월 19일 이후에 완료됐다면 그로부터 5년이 지나기 전인 2018년 3월 19일에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제척기간이 지나지 않은 것이 된다.”면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제품의 유통량과 유통방법, 제품에 대해 이루어진 수거 등 조치의 내용과 정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 정도와 소비자에 의한 피해 회피의 기대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를 사회통념에 비추어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했어야 한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012년 3월 21일 개정된 <공정거래법>의 시행 전후에 걸쳐 <표시광고법>에서 금지하는 부당한 표시행위가 이루어지면 그 ‘위반행위 종료일’을 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적용 법률 및 제척기간의 기산점이 결정됨을 전제로, ‘위반행위 종료일’의 판단 기준을 설시했다.”면서, “<표시광고법>을 위반해 상품의 용기 등에 부당한 표시행위를 한 경우, 그 위반행위는 사업자 등이나 그 대리인이 더 이상 직접 해당 상품을 직접 생산·유통하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종료됐다고 볼 수는 없고, 해당 상품을 수거하는 등 그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완료된 때, 즉 ‘위법상태가 종료된 때’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제품의 판매 등이 법적으로 금지됐다 해도 사실상 유통 가능성이 있다면 위반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완료됐다고 단정할 수 없고, 이 사건 제품의 유통량과 유통방법, 이 사건 제품에 대해 이루어진 수거 등 조치의 내용과 정도, 소비자의 피해에 대한 인식정도와 소비자에 의한 피해 회피의 기대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표시행위를 시정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언제 완료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소비자 보호를 강조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대법원이 공정위의 이 사건 시정명령과 과징금부과처분이 그 실체적 내용까지 정당하다는 것으로 확정적 판단을 한 것은 아니고, 대법원의 판단에는 원심이 과징금 등 부과처분의 내용적 정당성에 관해 아무런 심리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를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는 취지가 포함돼 있다.”고 부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