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교육공무원의 인사기록에 신체사항, 가족의 직업 등 교육목적 이외의 개인정보까지 수집·기재·관리하는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지난달 31일 교육부장관에게 교육공무원 인사관리와 교육목적상 필수정보를 제외한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지 않도록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 규칙’을 조속히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은 교육부장관이 교육공무원으로 임용되는 모든 교원에게 교육공무원 인사기록카드를 작성하도록 하면서, 직무관련성이 낮은 출신학교 등 학력사항과 신체사항, 가족관계, 병역관련 정보를 수집·기재해 관리함으로써 교육공무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인 교육부는 “교원인사기록카드 내용 중 신체사항은 민감한 개인정보이므로 인권위의 우려 사항을 수용해 이를 삭제하는 내용으로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법제처 등의 심사가 지연돼 아직 개선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교원인사기록카드 항목 중 병역사항, 학력 사항, 가족관계 정보는 교원의 호봉 획정과 승진 평정, 수당 지급을 위해 관련 규정에 따라 수집하는 것으로 인사와 보수 업무 수행과정에서 상시 활용되고 있어 해당 정보를 교원인사기록카드에서 삭제하거나 수집하지 않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박찬운, 위원 석원정·윤석희)는 먼저 "교원인사기록카드가 교육공무원의 임용과 호봉 산정 등을 위해 그 기록을 유지·관리할 필요성이 있다고 할지라도,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에 따라 교육공무원의 임용과 관리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필요최소한의 정보 수집인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짚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6조(개인정보의 수집 제한) 제1항은 ‘개인정보처리자는 ······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에는 그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야 한다. 이 경우 최소한의 개인정보 수집이라는 입증책임은 개인정보처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신체사항'에 대한 정보에 대해 "신장, 체중, 시력, 색맹, 혈액형 등 개인의 신체사항은 직무 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정보이므로 조속히 개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족관계' 정보는 "가족의 이름, 생년월일, 직업 등은 가족수당과 자녀 교육비 지급을 위해 필요한 개인정보로 볼 수 있지만, 이를 신청하고자 하는 교원은 별도의 신청 서식을 작성해 가족관계증명서 등과 함께 제출하고 있어 가족수당 등을 청구하지 않는 교원의 정보까지 모두 수집해 교원인사기록카드에 보관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고 보면서, "특히 가족의 직업에 대한 정보는 더욱 불필요한 정보다."라고 판단했다.
'학력사항' 정보에 대해서는 "교육공무원의 승진, 배치 등을 위해 필요한 정보로 볼 수 있으나 학교명은 최초 교원 임용이나 호봉 재산정 시 관련 서류의 증빙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교원인사기록카드에 이를 기재할 필요는 없고, 필요하다면 학위취득 여부 등만을 기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병역사항'과 관련해서는 "신체검사일, 신체등위, 병역 종류, 군별, 병과, 계급, 군번, 주특기 등 정보의 범위가 매우 넓다. 그중 병역 복무기간은 호봉과 경력 산정에 영향을 주므로 수집의 필요성이 인정되지만, 미필자의 신체검사 연월일, 신체등위는 교육공무원의 인사관리상 필수적인 정보라고 보기 어렵고, 병역 이행 여부를 알리고 싶지 않은 교원의 경우에는 인격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는 정보"라면서, "병역기간을 제외한 정보가 교육공무원의 인사관리나 교육 목적상 반드시 필요한 정보라고 볼 수 없다."고 설시했다.
이에 인권위는 “교원인사기록카드에 교육공무원 인사관리와 교육 목적 이외의 개인정보까지 수집·기재·관리하는 것은 교육공무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교육부장관에게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교원인사기록카드 내용 중 신체사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으나 법제처 등의 심사가 지연돼 아직 개선하지 못했다는 교육부의 입장에 대해, 법제처는 6일 "현재 '교육공무원 인사기록 및 인사사무 처리 규칙' 개정안에 대해서 정식심사 전에 교육부로부터 사전심사를 의뢰받아 진행하고 있으며, 사전심사 중 교육부가 추가로 심사 요청한 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교육부가 재입법예고할 예정이며(4.11. ~ 4.18.), 재입법예고가 완료돼야 심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