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무부(장관 박범계)가 판례로 제한적으로만 인정되던 인격권과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일반적으로 명문화한 <민법> 개정안을 5일 입법예고했다.
인격권은 사람이 자신의 생명·신체·건강·자유·명예·사생활·성명·초상·개인정보 등과 같은 인격적 이익에 대해 가지는 권리를 말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불법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온라인 폭력, 가짜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메타버스상 인격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여러 종류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가 다양한 국면에서 발생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2021년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에 관한 형사사건은 2020년 보다 49.5%나 늘었다.
법무부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는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하고 심각하고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등 개인에게 전인격적인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이로 인해 근래 우리 사회에서는 재산 침해 외에 인격적 이익에 대한 침해도 법적으로 위법한 행위이며 인격적 이익도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보편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법무부는 인격적 가치를 갈수록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법의식을 법 제도에 반영하고, 시민들의 인격권을 보다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일반적 인격권과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을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자 한다.”고 이번 입법안의 추진배경을 밝혔다.
민법 개정안의 구체적 내용을 보면, 그동안 인격권은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례에서 그 존재가 인정돼왔으나 그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었기에 법무부는 <민법> 제3조의2 제1항에 인격권의 정의규정을 신설했다.
즉, 인격권을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 자유, 명예, 사생활, 성명, 초상, 개인정보, 그 밖의 인격적 이익에 대한 권리’로 정의해 어떤 인격적 이익이 인격권으로 보호될 수 있는지를 예시했다.
또 인격권이 침해된 경우 사후적 손해배상청구권만으로는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에 따라, <민법> 제3조의2 제2항을 신설해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인격권 침해의 중지를 청구하거나 필요시 사전적으로 그 침해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자연인이 아닌 법인도 그 성질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인격권의 주체가 될 수 있다며 그 준용 규정도 제34조의2로 신설했다.
법무부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이번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일본, 대만, 중국 등 주요 해외 입법례와 판례를 참고했고, 인격권에 관한 연구용역, 논문대회, 외부전문가 자문 등을 실시해 국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했다.”면서, “특히, 법무부 미래시민법포럼 인격권 분과위원회에서 논의해 제안된 법안을 기초로 마련된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시민법포럼’(위원장 권영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미래시민사회를 위한 기본법의 개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법률가 외에도 철학, 과학, 사회학, 미래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모아 지난해 10월 새롭게 출범한 법무자문위원회에 특별히 부여한 명칭이다. 법무자문위원회는 법무부장관의 자문기구로 1972년 대통령령에 따라 설치된 위원회다.
법무부 정재민 법무심의관은 “판례로만 인정되던 인격권이 <민법>에 명문화됨으로써,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도 인격권이 기존의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법의 보호를 받는 권리임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될 것이고, 타인의 인격권 침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경각심이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불법 녹음·촬영, 직장 내 갑질, 학교폭력, 온라인 폭력, 가짜뉴스 유포, 디지털 성범죄, 메타버스 내 인격 침해, 개인정보 유출 등 기존보다 넓고 다양한 분야에서 인격권 침해로 인한 법적책임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인격권 침해배제·예방청구권의 법적 근거를 <민법>에 마련해 인격권이 침해당하거나 침해당할 우려가 있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효적인 구제 수단이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이번 인격권 명문화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사회구성원들의 인격적 가치를 보다 존중·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법무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이번 법안에 대한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종 개정안을 확정하고,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