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이 2021. 1. 21. 대법원에서 양형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에게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다. |
[한국법률일보] 오는 6월부터 아동학대범죄의 권고형량이 높아지고, 감경요소는 엄격하게 적용된다.
실제 보육교사의 신체적 학대행위로 2세 아동이 사망한 사건에서 법원은 아동학대치사죄를 인정하면서 초범인 점, 유족을 위해 4천만원을 공탁한 점 등을 고려해 '징역 4년'을 선고했는 데, 수정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을 적용하면 권고형량은 '징역 7년에서 징역 16년 9개월'로 상향된다.
보건복지부(장관 권덕철)는 대법원 소속 독립위원회인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가 28일 제115차 전체회의에서 최종 의결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에 대해 “합리적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적 공감대에 부합하는 판결 기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국민적 여론을 고려해 지난해 1월 21일 양형위원회에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개선 제안서’를 제출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관계자는 "확정된 양형기준 수정안은 제안서 내용을 대부분 반영했다."면서, "그러나 ‘처벌불원’은 여전히 감경요소로 남아있어 아동권리의 차원에서 향후에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처벌불원'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간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져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하면 감형될 수 있는 양형 감경요소다.
이번에 최종 의결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의 주요 내용을 보면, 우선 아동학대 범죄를 별도 대유형으로 분류하면서 그동안 별도로 양형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던 범죄를 중유형과 소유형으로 추가했다.
대유형 내 범죄에 대해서는 권고형량, 양형인자(가중·감형), 집행유예 기준 등을 공통으로 적용해 아동학대 범죄에 일관된 양형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중상해·치사 외에도 신체적·정서적·성적 학대, 방임, 아동매매, 아동학대살해 등 범죄에 대해 아동학대의 특수성을 반영한 양형기준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아동학대의 특수성은 ▲ 아동의 생명·신체의 안전 및 인격권을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 ▲ 대다수가 본인 가정 내에서 발생(2020년 약 85%)하며 행위자와 피해자 간 특수관계(2020년 행위자의 약 82%가 부모)가 있어 은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 ▲ 피해아동 본인과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까지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점 등이다.
또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권고형량을 유사 형사범죄보다 높게 조정했다.
이를 통해 신체적·정서적 학대와 유기·방임의 경우 종전 최고 2년에서 최고 3년 6개월까지로, 아동학대치사는 종전 최고 10년에서 최고 15년까지로 조정됐고, 아동학대살해는 최고 무기징역 이상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아동학대 범죄의 형량을 선고할 때 형을 가중하거나 감경하는데 고려하는 요소인 양형인자 등도 개선됐다.
우선 민법상 징계권 폐지 등 제도적·사회적 인식이 변화된 점을 반영해 ‘단순 훈육·교육 등의 목적’으로 행해진 아동학대 범죄에 대해 ‘참작할 만한 범행 동기’ 감경요소를 적용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아동학대 범죄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진지한 반성’으로 인한 감형을 엄격하게 적용하도록 해 행위자의 범행방지를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있는 경우 등에 충분한 심리를 거쳐야만 감형이 인정될 수 있다.
아울러 감경요소 중 ‘처벌불원’은 피해자가 그 의미를 명백히 이해하고 타인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닐 때만 감형을 인정할 수 있도록 적용요건을 강화했다.
이번에 수정된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은 2022년 6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양형위원회가 아동학대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한 보건복지부 제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아동학대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이번 양형기준 수정안은 아동학대 범죄의 심각성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일 필요성, 재발방지 중요성 등에 대해 사법부와 행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적극적으로 협업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엄격한 처벌을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아동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나아가 아동학대 예방에 이바지하는 등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 장관은 “다만, 아동학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은 경우를 아동학대범죄 감형요인에서 삭제하는 안은 이번에 반영되지 못해 다음에 다시 논의될 수 있도록 현장 전문가 등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