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 전신을 엉덩이를 부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행위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로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를 유죄로 본 하급심 판결을 파기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이흥구 대법관, 주심 안철상 대법관, 김재형·노정희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1도13203)
A씨는 2019년 9월 5일부터 2021년 3월 19일까지 엉덩이 부분이 딱 맞는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을 5천장 이상 촬영했다. A씨가 촬영한 사진 중에는 청바지를 입은 여성을 따라다니면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을 바로 뒤에서 엉덩이를 부각해 촬영한 사진도 있지만, 특별히 엉덩이를 부각하지 않고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 전신을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한 사진도 있다.
A씨는 2021년 3월 19일 피해자 8명에 대해 143장의 사진을 촬영한 사실로 공소제기돼 같은 해 5월 13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2021고단1141) 받았고, 2019년 9월 5일부터 지난해 3월 18일까지 104회에 걸쳐 피해자 226명을 촬영한 사실로 추가로 공소제기돼 대전지방법원에서 유죄를 선고(2021고단1860)받았다. 항소심은 각 사건에 대한 항소사건을 병합해 공소사실 전부를 유죄로 인정했다.
검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분석해 발견된 사진 파일 전부와 범행 사진 파일 정리가 입증취지로 기재된 엑셀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엑셀 파일에는 A씨가 2019년 9월 5일부터 2021년 3월 18일까지 촬영한 사진 4,987장과 지난해 3월 19일 촬영한 사진 690장이 정리돼 있다.
대법원 제3부는 먼저 “검사는 사진 파일 전부와 이를 엑셀 파일로 정리한 목록을 제출했지만, 범죄일람표 기재만으로는 어떠한 사진 몇 장에 대해 공소제기가 된 것인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제3부는 이어 “피고인이 같은 의도를 가지고 유사한 옷차림을 한 여성에 대한 촬영을 오랜 기간 지속한 경우에도 피고인의 행위가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에 해당하는지는 개개의 촬영행위별로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돼야 한다.”면서, “이 사건 엑셀 파일 중 엉덩이를 부각해 촬영한 경우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볼 여지가 있으나 특별히 엉덩이를 부각하지 않고 일상복인 청바지를 입은 여성의 뒷모습 전신을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했다면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 성립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는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먼저 공소제기의 대상을 명확히 한 다음, 피고인의 그와 같은 촬영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를 촬영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개별적으로 심리·판단했어야 했다.”면서, “그럼에도 공소사실 전부를 그대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에는 공소사실의 특정 및 카메라등 이용 촬영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해 촬영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제14조 제1항에서 정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죄’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의 폐해가 사회문제가 되면서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는 촬영 및 반포 등의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신설된 조항으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일반적 인격권 보호,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 확립을 그 보호법익으로 하며(헌법재판소 2016헌바153), 구체적으로 인격체인 피해자의 성적 자유와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대법원 2008도7007). 여기에서 ‘성적 자유’는 소극적으로 자기 의사에 반해 성적 대상화가 되지 않을 자유를 의미한다.(대법원 2019도16258)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