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근로복지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해근로자에게 산재보험급여액을 지급한 다음 <산재보험법>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할 때, 그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해 지급한 보험급여액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 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24일 근로복지공단이 한국전력공사와 전기업체 A회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고(공단)의 재해근로자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를 산정하면서 소극적 손해와 관련해 유족연금에서 재해근로자의 과실부분 상당액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유족연금 전액에서 재해근로자가 배상받을 손해액 중 보험가입자인 B통신의 과실비율 상당액을 공제한 차액을 구상(대위)할 수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른 공단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 대위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A사는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도로 개설에 따른 전송선로 지장이설 공사 중 배전 공사를 도급받아 공사했다. 통신사업자인 B텔레콤㈜으로부터 전송선로 이설공사 중 광케이블 철거공사를 도급받은 C통신 소속 근로자는 갑자기 쓰러진 지주(본주를 지지하는 전주)에 우측 머리 부분을 가격당해 출혈에 따른 뇌부종으로 사망했다.
원고(공단)는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재해근로자의 유족에게 요양급여 706만5천250원, 장의비 1천453만1천690원, 일시금으로 유족연금 1억9천989만5천332원을 지급했다.
이후 원고는 피고들을 한국전력공사와 A회사를 상대로 2억834만1천007원의 구상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다.
상고심의 주요 쟁점은 공단(원고)이 <산재보험법>에 따라 재해근로자에 대해 보험급여액을 지급한 다음 대위할 수 있는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범위다. <산재보험법>도 국민건강보험법에 관한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건강보험공단 전합판결)의 취지와 같이 공단의 손해배상청구권의 대위 범위가 ‘보험급여 전액’이 아닌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 부분 상당액이 제외된 금액’으로 제한되는지 여부다.
공단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가해자인 제3자에 대해 재해근로자(유족 등 수급권자도 포함됨)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해 제3자를 상대로 지급한 보험급여액 상당 금액을 구상했다.
원심은 이 사건 사고는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발생했는데 피고들의 책임을 85%로 제한하고, 그중 재해근로자의 사업주로서 산재보험 가입자인 C통신의 과실 30%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원고가 피고들에 대해 구상할 수 있는 금액은 먼저 재해근로자의 과실을 상계해 가해자인 피고들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다음 그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원고가 부담한 보험급여 전액에서 손해액 중 사업주인 B통신의 과실 30%를 공제하고 남은 금액이라고 판단했다. 인용 금액은 9천758만5천525원으로 산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전합 판결을 통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문언 해석, <산재보험법>의 연혁, 입법 목적 및 산재보험제도의 법적 성격을 고려하면 재해근로자의 손해가 전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은 공단이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대법원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종래의 판례를 변경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부분 상당액은 공단이 최종적으로 부담한다’고 판단함으로써 산재보험법의 존재 의의 및 목적에 부합하도록 재해근로자의 손해보전의 범위를 확대해 재해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고, 현대 산업현장의 높아지는 위험에 대해 산재보험이 대처하는 부분을 넓혀 산업의 안정적 발전에도 더욱 기여하게 됐다는 데에 이번 판례의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