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현금수금책 역할을 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을 사기죄 공동정범으로 판단한 1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기방조범으로 판단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이영화 부장판사, 주우현·김아영 판사)는 보이스피싱에 가담해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1노3922)
보이스피싱 조직은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하면서 ‘기존 대출금을 상환하면 저금리 대환대출을 해 주겠다.’라는 등으로 거짓말해 이에 속은 피해자들로 하여금 피해금을 준비하도록 한 후 이를 직접 건네받아 편취하는 조직으로, 조직관리, 콜센터 운영, 피해금 회수 등 지시를 하는 '총책', 국내 불특정 다수인에게 전화를 해 피해금을 편취하는 '전화유인책', 금융기관 직원 등을 사칭해 피해금을 직접 건네받거나 은행에서 인출하는 '현금수금책', 현금수금책이 전달받은 피해금을 회수해 총책에게 전달하는 '송금책' 등으로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50대 남성인 A씨는 2020년 12월 초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사람들을 만나 현금을 받은 뒤 성명불상자가 지정한 여러 계좌로 송금을 하면 수당과 실비를 지급하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원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면서 받아낸 현금을 모두 송금하고 난 뒤 당일 저녁에 별도의 대가로 회수행위 1회에 15만 원, 2회째부터는 15만 원에서 2만 원씩 추가되며 여기에 유류비 등 경비를 추가해 총 107만 원(2020년 12월 2일 23만 원·12월 7일 20만 원·12월 9일 27만 원·12월 10일 37만 원)을 받았다.
각 사기 범행으로 얻은 편취금은 보이스피싱 조직에 귀속됐고, A씨는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
1심은 A씨가 성명불상의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함께 공모해 사기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에 A씨와 변호인은 “A씨가 채권추심업체에 채용된 것으로 알았을 뿐 보이스피싱임을 알지 못해 사기 범행의 고의가 없고 성명불상자들과 사기를 공모한 사실이 없으며, 설령 사기 범행임을 인식했다고 인정되더라도 A씨의 가담 정도는 방조범에 불과하다. 원심판결은 법리오해로 이와 달리 판단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판결의 선고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취지로 1심 판결의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공동정범의 성립여부에 대해 “① 피고인이 조직원으로부터 전체적인 사기범행의 내용이 무엇인지 들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② 보이스피싱 조직원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 피고인이 채권추심업체에 취직했다고 생각했을 법한 대화 내용이 존재하는 점, ③ 피고인이 얻은 대가는 현금을 수거해 전달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로 비교적 큰 금액이지만, 전체 편취금액과 공동정범으로서의 위험성과 비교하면 크다고 할 수 없는 점, ④ 피고인이 자신 명의로 된 차량을 이용하거나 자신 명의의 체크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는 방식으로 각 현금 수거 장소로 이동하는 등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해 그 조직원들과 일체가 돼 다른 조직원들의 행위를 이용,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긴다는 공동가공의 의사를 가지고서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방조범의 성립여부에 대해서는 “① 피고인의 업무방식은 통상적인 채권추심 업무와 그 태양에 있어 현격한 차이가 있고, 오히려 이미 사회적으로 널리 알려진 보이스피싱 범행의 전형적 수법과 일치하는 점, ② 피고인은 범행 당시 54세로 대학교를 졸업하고 20년 이상 사회생활을 했으므로 이러한 비정상적인 금융거래가 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사기 범행을 용이하게 해 이를 방조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보이스피싱 범행을 엄히 처벌할 필요성과 피고인은 이른바 수거책으로서 주범의 보이스피싱 범행을 방조한 데 그쳤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을 통해 취득한 이득이 크지 않은 점, 경위 여하를 떠나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동종전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가 좋지 아니한 점 등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와 범죄전력, 성행과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사건 기록 및 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양형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