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선거운동 기간 전에 유권자를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구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박찬우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구 <공직선거법> 제59조와 제254조 제2항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
구 <공직선거법> 제59조와 제254조 제2항은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으며, 누구든지 선거운동기간 전에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그 밖의 집회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국회는 2020. 12. 29.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일이 아닌 때에 전화(송‧수화자 간 직접 통화하는 방식에 한정하며, 컴퓨터를 이용한 자동 송신장치를 설치한 전화는 제외한다)를 이용하거나 말(확성장치를 사용하거나 옥외집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다는 규정을 공직선거법 제59조 단서 제4호로 신설했다.
박 전 의원은 2016. 4. 13. 실시된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러나 선거운동기간 전인 2015. 9. 21.과 2015. 10. 3. 당원협의회 운영위원들을 통해 다수의 선거구민을 동원하는 방법으로 기존 당원단합대회의 규모를 훨씬 초과하는 대규모 행사를 열어 사전선거운동을 했다는 등의 혐의로 기소돼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 원형을 선고받았고 이 판결은 2018. 2. 13.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박 전 의원은 상고심 진행 중 <공직선거법> 제59조 본문과 제254조 제2항 중 ‘그 밖의 집회,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2018. 2. 13. 기각되자 2018. 3. 5.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박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54조 2항의 처벌조항은 금지되는 사전선거운동의 방법을 ‘그 밖의 집회’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그 의미를 명확하게 알 수 없고 이에 따라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 적용을 가능하게 하므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은 선거의 과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막고 선거의 공정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나 선거의 공정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입법목적이 될 수 없음으로 이를 이유로 선거운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설령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돼도 선거운동의 자유를 보다 덜 침해하는 방법으로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음에도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사전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선거운동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심판대상조항은 현직 국회의원과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후보자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차별하고 있으므로 평등원칙에 위반된다.”고도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선거운동기간 조항은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지장이 없는 선거운동방법, 즉 돈이 들지 않는 방법으로서 후보자 간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 문제나 사회·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위험성이 낮은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까지 포괄적으로 금지함으로써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고, 기본권 제한과 공익목적 달성 사이에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지 못했다.”면서, “선거운동기간 전에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관한 부분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처벌조항에 대해서도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는 이 사건 선거운동기간조항에서 규정하지 않은 ‘그 밖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경우에 해당해 처벌될 것인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것이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 중 ‘그 밖의 방법’에 관한 부분 가운데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하는 선거운동을 한 자에 관한 부분 또한 선거운동 등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이선애·이종석 재판관은 “현재의 선거문화가 2016년 합헌결정(2014헌바253) 당시보다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입법론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헌법재판소가 심판대상조항에 대한 위헌결정을 통해 소급해 선거운동 기간의 제한을 받는 선거운동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만이 헌법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위헌결정으로 인해 당해 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다음 선거를 위한 선거운동이 허용된다면 ‘선거의 부당한 과열 경쟁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방지’라는 입법목적 달성이 어렵게 될 수 있고, 유권자의 개별 접촉에 따라 각종 탈법적인 선거운동이 발생해 ‘선거의 공정성’이란 입법목적 달성에 장애가 초래될 수 있다.”고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실 관계자는 "이번 위헌 결정으로 심판대상조항 중 개별적으로 대면해 말로 지지를 호소하는 방법의 선거운동에 대한 선거운동기간 제한과 처벌에 대한 효력은 종전의 합헌결정(2014헌바253)이 있었던 날의 다음 날인 2016. 7. 1.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게 됐다."고 전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