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가중처벌법규정에 대한 위헌 결정으로 열린 재심에서 공소장 변경으로 감형됐다면, 재심판결로 선고된 형을 초과해 집행된 구금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헌법재판소의 첫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초과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규정하지 않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형사보상법) 제26조 1항에 대한 헌법소원 및 위헌법률제청심판에서 재판관 6대 3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위 조항은 2023.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했다.[2018헌마998, 2019헌가16(병합), 2021헌바167(병합)]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이 위헌이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법 공백에 따른 혼란이 우려돼 법률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효력을 유지하는 결정을 말한다.
청구인 한모씨는 2007. 8. 2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 상해)죄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 폭행)죄 등으로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마쳤다.
이후 헌법재판소는 2015. 9. 24.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중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형법 제260조 제1항(폭행), 제283조 제1항(협박), 제366조(재물손괴등)의 죄를 범한 자’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했다.
이에 따라 2016. 1. 6. 법률 제13718호로 개정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3조 제1항뿐만 아니라 이와 유사한 가중처벌 규정도 삭제했고, 같은 날 법률 제13719호로 개정된 형법에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상해죄를 범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제258조의2(특수상해)가 신설됐다.
한씨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검사는 재심대상판결 중 각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죄명을 각 ‘특수상해죄’, 적용 법조를 각 ‘형법 제258조의2 제1항, 제257조 제1항’으로 교환적으로 변경했다. 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집단·흉기등 폭행)죄로 유죄판결이 선고된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사실은 그대로 유지한 채 죄명을 ‘특수폭행죄’, 적용 법조를 ‘형법 제261조, 제260조 제1항’으로 교환적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다. 법원은 이를 허가했고, A씨는 2018. 4. 5. 특수상해죄와 특수폭행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확정됐다.
재심 확정형보다 6개월을 감옥에서 더 보내게 된 한씨는 <형사보상법> 제2조가 무죄 이외에 ‘재심절차에서 감형된 경우’를 형사보상 대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2018. 10. 2.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또 다른 청구인 강모씨는 2005. 11. 10.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절도)죄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아 형 집행을 마쳤다.
그런데 헌법재판소는 2015. 2. 26. 2014헌가16등 사건에서 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4 제1항 중 형법 제329조에 관한 부분에 대해 위헌결정을 선고했고, 이에 따라 2016. 1. 6. 법률 제13717호로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제5조의4 제1항이 삭제됐다.
그러나 강씨 역시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징역 1년 6월의 기간을 초과하는 구금일수(6개월)에 대해서는 형사보상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형사보상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즉시항고를 했는데 항고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19. 5. 1. 직권으로 <형사보상법> 제26조 제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하는 구금이 이루어지지 아니한 상태라면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의 범위에서만 형 집행이 이루어짐으로써 구제받을 수 있지만,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하는 구금이 이미 이루어진 상태라면 그 초과 구금은 위헌적인 법률의 집행으로 인한 과다 구금으로서 형사사법절차에 내재하는 위험으로 인해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에 중대한 피해 결과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형사보상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은 형벌규정에 관한 위헌결정의 소급효와 재심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 제4항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또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경우는 심판대상조항이 형사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경우들과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보기 어렵고, 다만 무죄재판을 받을 수 없었던 사유가 ‘적용법조에 대한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이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그런데 공소장 변경 제도는 형벌권의 적정한 실현과 소송경제 도모라는 가치가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이지, 형사사법절차에 내재하는 위험의 결과로 이루어진 구금을 정당화하는 제도는 아니다."라면서, "결과적으로 부당한 구금으로 이미 피고인의 신체의 자유에 관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이상,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을 통해 무죄재판을 피했다는 사정은 피고인에 대한 형사보상청구권 인정 여부를 달리할 합리적인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판대상조항이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경우를 형사보상 대상으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설시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이 원판결의 근거가 된 가중처벌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있었음을 이유로 개시된 재심절차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위헌 결정된 가중처벌규정보다 법정형이 가벼운 처벌규정으로 적용법조가 변경돼 피고인이 무죄재판을 받지는 않았으나 원판결보다 가벼운 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해 집행된 구금에 대해 보상요건을 전혀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현저히 자의적인 차별로서 평등원칙을 위반해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심판대상조항에 대해서는 위헌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나, 이에 대해 위헌결정을 해 당장 그 효력을 상실시킬 경우에는 심판대상조항이 형사보상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른 경우 역시 형사보상청구를 할 수 없게 되는 법적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 있고, 위헌적인 규정을 합헌적으로 조정하는 임무는 원칙적으로 입법자의 형성재량에 속하는 사항이다. 따라서 입법자가 2023. 12. 31.을 시한으로 해 심판대상조항을 개정할 때까지 심판대상조항의 계속 적용을 명하는 헌법불합치결정을 하기로 한다."고 설시했다.
한편, 이선애·이은애·이종석 재판관은 “형사보상청구권은 국가가 형사사법절차를 운영함에 있어 ‘결과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구금한 경우 구금당한 개인에게 인정되는 권리다. 청구인들에 대해 일반 형법조항에 위반한 범죄의 증명이 있어 판결로써 형이 선고됐고, 판결의 주문과 이유 어디에서도 무죄의 판단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원심절차와 재심절차의 공소사실이 완전히 동일하고, 죄수(罪數) 역시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결과적으로’ ‘무고한 사람’을 구금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이 평등권이나 형사보상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따라 향후 재심판결에서 피고인이 무죄재판을 받지는 않았으나 원판결보다 가벼운 형으로 유죄판결이 확정된 경우, 재심판결에서 선고된 형을 초과해 집행된 구금에 대해 피고인들이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나아가 입법자는 이 사건에서 문제되는 경우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형사절차에서 무죄재판을 받지는 않았으나 공소장의 교환적 변경이 없었더라면 무죄재판을 받을만한 현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에 대해 입법재량을 가지므로, 향후 보다 폭넓은 범위에서 외형상‧형식상으로 무죄재판이 없다고 하더라도 형사사법절차에 내재하는 불가피한 위험으로 인해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