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2019년 인천에서 발생한 계부에 의한 5세 아동학대 사망 사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과 수사기관, 아동복지전문기관 등의 대처, 아동복지 체계와 형사사법체계가 실효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법무부 아동인권특별추진단은 22일 중대 아동학대사건 등을 분석해 아동보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과 그 대책을 내놨다.
우선 아동인권특별추진단은 2019~2020년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중에서 형사재판이 확정됐고 다양한 대응기관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2019년 인천에서 5세 아이가 사망에 이른 중대 아동학대 사건을 우선 조사대상으로 선정해 아동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파악했다.
사건 개요를 보면 2016년 11월 피해아동과 친모는 계부인 A씨와 동거에 들어갔다. A씨는 동거 시작 직후부터 피해아동을 학대했다. 첫 신고는 2017년 1월 피해아동의 상처를 본 시민이었다.
당시 주거지를 방문한 경찰은 형사입건 없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 통보만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사례 관리만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A씨는 기관의 개입을 거부하고 아동에 대한 폭력행위를 지속했다.
A씨의 학대가 지속하자 2017년 3월 친모가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신고해 A씨는 아동복지법위반 혐의 등으로 입건되고, 아동은 복지시설로 보호조치 돼 A씨와 분리됐다. A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보호관찰·80시간 수강명령)을 선고받았다.
분리 이후 아동보호를 위해 A씨에게는 피해아동보호명령 등을 통한 아동에 대한 접근제한, 전기통신제한 등의 조치가 있었다. 그러나 A씨는 명령을 위반해 아동이 생활하는 시설로 수차례 전화와 무단 접근을 했다. 문제는 이런 피해아동 보호명령 위반행위에 대해 경찰은 구두경고에 그쳤고 A씨의 행위는 아이의 퇴소 시까지 계속됐다.
2019년 7월 피해아동보호명령은 종료됐고, 그해 8월 지자체의 보호조치 종료 결정에 따라 가정으로 복귀했다.
당시 법원은 “피해아동보호명령에 대한 위반사실이 없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특별한 재학대 위험성이 있다는 의견이 없다”는 이유로 피해아동보호명령을 종료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호시설 퇴소를 위한 상담과 교육과정에서 A씨의 폭력성과 불성실함이 있었지만, 집행유예 기간인 점과 집안에 CCTV설치와 같은 재범방지 노력, 다른 자녀를 대할 때 화를 억제하는 점 등을 고려해 퇴소의견을 지자체에 제출했다.
가정 복귀 직후부터 A씨는 피해아동에 대한 폭력 등 학대행위를 하면서도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전화상담 시 아이의 상황과 상태를 거짓으로 말하고 가정방문과 대면상담도 계속 거부했다.
그 결과, 가정 복귀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2019년 9월 26일 피해아동은 A씨의 지속적인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됐다.
아동인권특별추진단은 “이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대응 단계별 문제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 사건 이후 아동학대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상당부분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여러 아동학대 대응기관은 피해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했을 뿐 학대행위자인 계부를 가정에서 분리하고 친모와 자녀들을 중심으로 원가정을 보호·지원하는 방식의 조치는 부족했다.”면서 “아동이 아니라 학대 행위자를 가정에서 안정적으로 분리하고 피해아동과 다른 가족구성원의 일상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에서 학대행위자를 가정으로부터 분리하는 방법으로 주로 활용되는 것은 긴급임시조치, 임시조치, 피해아동보호명령상의 주거 퇴거 등 격리 조치가 있다.
그러나 학대행위자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주거를 마련할 수 없을 때는 격리 조치에 소극적이 되거나 격리 조치를 해도 가정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가정에서 퇴거에 그칠 뿐 학대행위자의 사후 관리가 되지 않는 등의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동학대 행위자의 주거 퇴거 등 격리 조치 외에 가정으로부터 분리하는 유치장·구치소 유치처분이나 보호처분의 감호위탁 처분도 많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있었다.
<주민등록법> 상 가정폭력 행위자에 대한 주민등록표 등에 대한 발급과 열람 제한 규정은 아동학대 행위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지만, 하위법령에서 학대 피해아동과 관련된 부분은 아직 정비되지 않은 상황이다.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은 “결국 정보의 주체를 아동으로 보고 아동의 이익을 위해 학대 행위자의 피해아동에 대한 정보 접근을 막는 법령 정비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아동의 알 권리도 보장돼야 한다. 임시조치, 보호처분, 피해아동보호명령, 학대 행위자에 대한 형사사건 진행 경과 등은 피해자인 아동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아동이나 아동을 현재 돌보고 있는 보호자를 통한 고지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검찰, 법원은 계부의 학대 이력이나 피해아동보호명령 위반 사실에 대해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지자체에서는 계부의 폭력 전력이나 보호관찰 이행 태도 등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각 기관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 요청과 제공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면 적시에 아동에게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법무부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 관계자는 “법무부는 지난해 2월 아동인권보호특별추진단을 설치하고 아동학대 대응 인력 간 협업체계 구축과 대응 인력에 대한 교육 확대, 중대 아동학대 사건 분석 등 아동학대 대응 체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앞으로도 이미 시행된 개선방안에 대해서는 지속해서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관계기관과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필요한 제도를 개선해 나가는 등 아동의 인권과 권익 보호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