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민변 노동위원회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사건으로 기소돼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법원에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함영주 부회장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함 부회장에게 '징역 3년,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법원은 오는 25일을 판결 선고기일로 잡았다. 이는 2018년 6월 14일 공소가 제기된 이후 무려 3년 8개월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제1심판결이 선고되는 것이다.
함 부회장은 두 가지 범죄사실로 기소됐다. 우선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공채 당시 이루어진 채용 청탁으로 함 부회장이 '인사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당시 함 부회장은 서류전형, 합숙면접, 임원면접의 전형마다 인사담당자에게 특정 지원자를 ‘잘 살펴보라’라고 지시했다. 함 부회장의 지시를 받은 담당자는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특정 지원자를 해당 전형에서 통과시켰다. 두 번째는 2015년과 2016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당시 함 부회장이 남녀 합격자 비율을 약 4대 1로 정해 선발할 것을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은행권의 유사한 채용비리 행위로 시중은행의 은행장 또는 임원들에 대한 유죄가 줄지어 선고됐고, 법정구속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의 채용비리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지난해 11월 조용병 신한은행 회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조용병 신한은행 회장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지원자가 나름의 자격을 갖춘 자로 해당 지원자를 부정합격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합격과정에서 조용병 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즉, 항소심 재판부는 부모의 인맥으로 부정한 청탁을 했어도 학벌과 스펙만 좋으면 면죄부를 부여할 수 있다는 궤변을 펼쳤고, ‘부정합격자’에 대한 상식적인 개념도 축소하면서 논리 조작을 자행했다는 것이 민생경제연구소 등 7개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이다.
경실련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결국 함 부회장은 신한은행 조용병 회장의 판결과 같은 논리라면 중형을 피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시간끌기를 중단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도, "설령 하나은행 채용비리에 법원의 궤변을 적용한다고 해도 함 부회장은 무죄를 주장하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가 전형별로 관리한 ‘채용 추천자 리스트’에는 함 부회장이 ‘잘 살펴보라’고 지시한 추천자들의 인적사항과 수험번호 등과 함께 ‘장(長)’이라는 글자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어 함 부회장이 직접 인사에 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함 부회장은 최후 변론에서 “인사부장에게 지인 등의 지원 사실을 전달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생각이 짧았다.”면서, “인사부장이 기준을 어겨서까지 합격시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본인이 지인 자녀 등 지원 사실을 인사담당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채용비리의 고의는 없었다는 주장이다.
청년유니온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은행장이 소속 직원에게 특정 지원자를 잘 살펴보라고 한 행위는 그 자체가 채용업무의 적정성을 해치는 것이고, 의도와 상관없이 함 부회장이 ‘잘 살펴보라’라는 지시를 전형마다 반복했다면 인사업무 담당자로서는 위계에 의해 은행장의 청탁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함 부회장은 비상식적인 주장을 반복하면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함 부회장의 행위에 대해 법원에 강력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함 부회장이 재판을 미루면서 이득을 보는 동안 채용비리 피해자들은 3년 8개월간 지지부진한 절차 진행으로 고통을 받아왔고, 부정입사자는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면서 “법원은 자신의 행위를 전혀 반성하지 않고 청년들을 기만하면서 자리를 보전한 함 부회장을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정의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사법부는 함 부회장의 변호인단의 ‘시간 끌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했고, 그 결과 함 부회장은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됐다.”면서 “채용비리 사건에 사모펀드 제재까지 고려한다면 회장 후보가 될 자격이 없음에도 함 부회장이 후보로 추천된 것을 보면 시간 끌기 작전이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법부가 또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판례를 끌어모아 ‘논리 조작’을 펼치는 함 부회장의 손을 들어준다면, 이 사회의 법과 원칙을 사법부 스스로 무너트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면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듯이, 사법부가 고의로 절차를 지연시킨 피고인을 엄벌해 지금이라도 정의를 구현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민변 노동위원회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끝으로 “사법부가 전관 출신 변호인단을 배려해 4년간 소송을 지속하면서 지연된 사법정의로 인해 채용비리와 사모펀드 주범이 적시에 평가를 받지 못했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가중됐다.”면서, “함 부회장을 비롯한 은행의 비리를 속죄하기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법과 원칙에 입각한 상식적인 판결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항소 제1-3부(부장판사 정계선)는 14일 채용비리 관련 하나은행 인사담당자들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면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하나은행 전 인사부장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백만 원', A씨의 후임자인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백만 원', 하나은행 전 인사팀장 C씨와 D씨에게 '벌금 1천만 원', 하나은행에 대해 '벌금 7백만 원'을 선고한 1심 판결의 형량을 유지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