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공무원 승진인사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김한근’ 강릉시장이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김 시장은 2018년 7월 2일 강릉시장으로 취임한 후 4급 공무원 결원에 따른 승진 임용과 관련해 강릉시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4급 결원 수를 3명이 아닌 1명으로 보고했다. 또 시설직렬 4급 승진후보자가 있음에도 승진 임용이 아닌 직무대리자의 임명을 위한 사전심의를 요청하도록 함으로써 승진임용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방공무원법> 제42조는 ‘누구든지 시험 또는 임용에 관하여 고의로 방해하거나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83조 벌칙조항에서 제42조ㆍ제43조 또는 제58조를 위반한 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히 규정된 경우 외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의 1심 재판부는 “인사위원회는 임용권자와는 독립된 인사기관으로 피고인은 결원 발생 시 결원 수에 해당하는 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대해 인사위원회에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했어야 한다.”며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의 2심 재판부도 “결원 발생 시 지체없이 승진임용의 방법으로 결원을 보충하도록 한 관계 법령과 직무대리 발령자들에 대한 사실상 승진임용을 한 결과가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의 행위가 인사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 아니라는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지방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시장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대법원 2022. 2. 11. 선고 2021도13197 판결)
이 사건의 쟁점은 김 시장이 소속 공무원의 결원 수 일부에 대해서만 인사위원회에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하고, 나머지 결원에 대해서는 직무대리 발령을 한 행위를 ‘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보아 지방공무원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재판부는 <지방공무원법> 제26조와 제39조 4항,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0조 제1항을 근거로 들며 “임용권자는 결원 보충의 방법과 승진임용의 범위에 관한 사항을 선택해 결정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판단했다.
<지방공무원법> 제26조와 제39조 제4항은 임용권자는 공무원의 결원을 신규임용·승진임용·강임·전직 또는 전보의 방법으로 보충한다고 규정해 임용권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결원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방공무원법> 제39조 제4항과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0조 제1항은 임용권자가 승진임용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을 전제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재판부는 또 “승진임용에 관해서는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를 거치도록 규정했을 뿐 그 심의·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임용권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와 다른 내용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해 승진임용을 할 수 있다.”면서 “임용권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소속 공무원의 승진임용을 위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또는 승진의결 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지방공무원 임용령> 제38조의5의 규정이 임용권자의 인사 재량을 배제한다고 볼 수 없고, 임용권자가 가급적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를 존중하라는 취지로 이해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임용권자의 인사와 관련한 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는 경우에는 임용권자의 광범위한 인사 재량권을 고려해 해당 규정으로 인해 임용권자의 인사 재량을 부당히 박탈하는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처벌규정을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서도 임용권자가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내에서 인사에 관한 행위를 했다면 쉽사리 구성요건 해당성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시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판단은 피고인이 인사위원회에 행정직렬 3자리, 시설직렬 1자리에 대한 승진임용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전제로 한 것이나 임용권자가 발생한 결원 수 전체에 대해 승진임용의 사전심의를 요청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이 결원 수의 일부에 대해서만 인사위원회에 승진임용에 관한 사전심의를 요청한 것만으로 인사위원회의 사전심의 권한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고인이 직무상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임시적 조치로서 직무대리 발령을 한 것이 오로지 특정한 사람을 승진시키기 위해 통상의 승진임용 절차를 회피할 목적으로 이루어졌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면서, “원심 판단에는 지방공무원 승진임용 제도와 지방공무원법 제42조의 구성요건 해당성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한근 강릉시장은 이날 대법원 판결 선고 뒤 입장문을 통해 “취임 직후 인사를 시행할 당시, 시는 인사정체를 해소하기 위해 1년 미만의 국장인사를 오랜 기간 거듭해온 특수한 상황이었다. 시민들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풍토의 행정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복된 관행을 타파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시민들을 위한 적극행정을 펼치기 위해 재량권 안에서 행사한 정책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 의해 고발이 반복되는 상황에 시정을 맡고있는 동안 솔직히 마음고생이 많았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어 “이제 저는 시민들을 위해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고뇌했던 제 판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받은 만큼, 초심으로 돌아가 강릉의 미래를 위한 정책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