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출범 1년을 맞았지만 공수처는 당초 설립 목표에 부응하는 활동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1년간 공수처는 2,600여건의 사건을 접수하고 20여건을 수사했지만 기소사건이 '0'건이라는 사실은 공수처의 현주소를 잘 대변해 준다.
수사과정에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공수처 1호 사건으로 고위공직자 주요 비리 문제로 보기 힘든 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선정해 논란이 일었다.
이규원 검사 사건에 대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검찰에 재이첩했고, 명운을 걸었다던 고발사주 사건에 대해서는 기소 여부 조차 확정 못하는 등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검사의 범죄에 엄중한 수사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왔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최근에는 통신자료 조회로 기자 등의 사찰 논란에 휩싸인 것을 비롯해 원칙 없는 임의제출과 압수수색 등 공수처가 검찰과 다른 인권친화적 수사관행을 만들어가라는 사회적 요구와도 부합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참여연대는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20일 토론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공수처 1년 활동에서 드러난 문제점과 공수처가 국민적 바람에 부응하고 검찰 견제 역할을 해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짚어봤다.
이날 토론회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과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검경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 김영중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윤동호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 이윤제 명지대 법학대학 교수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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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출범 1년을 맞아 참여연대가 '위기의 공수처 1년, 분석과 제언'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
이날 토론회에서는 80%가 넘는 국민적 지지와 기대에 힘입어 설치된 공수처에 대한 지지가 저하된 것은 양적 측면의 성과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을 표방한 공수처가 통신자료 요청과 같은 구태의 수사관행을 답습했다는 질적 측면의 평가에서 기인한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참석자들은 공수처가 위기라는 비판에 대해 수사 능력 비판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고 수사가 종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는 시기상조이며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공수처의 문제점으로는 수사 인력이 적고, 인권친화적 수사기관이라는 정체성에 따라 과거 수사 관행을 탈피하는지 여부에 의문이 있으며 독립성에 치중해 기능성이 축소된 상황과 시민참여 등 공수처의 민주적 책임성이 부재하다는 점이 꼽혔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사 인력 확대, 공수처 내에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할 시민참여기구를 설치하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부패문제를 총괄하는 상위기구를 신설해 공수처를 통제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 공수처의 수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오병두 소장은 현재 공수처의 문제로 첫째, 수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미니 공수처'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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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오 소장은 “현재 수사에 모든 인력이 투입돼 있는 상태이며, 향후 공소가 제기되면 공소 담당은 수사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지만 '고위공직자 비리'라는 난이도가 높은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은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로 ‘수사대상 범위와 기소대상 공직자의 불일치’라고 지적하면서,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하는 대상으로 나뉜 현행법상 검찰과의 협업이 필요하나, 효율적인 조정을 위한 검찰-경찰-공수처 수사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 번째 문제로는 “파견인력이 과다해 수사에 필요한 자체인력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병두 소장은 “공수처가 처리한 주요 사건 중 우선 조희연 교육감 사건, 윤중천 면담 보고서 사건 등의 사례에서 검찰과의 권한 관계가, 고발사주 의혹 사건에서는 기존 수사관행의 적절성 여부가 문제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이어 “수사는 공수처가, 기소는 검찰이 하는 현재와 같은 수사-기소 분리 제도는 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나 제도개선 전까지는 기소권을 가진 사건에 공수처의 제한된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행안부장관, 법무부장관 등으로 해 수사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형사사법체계 전체의 역할과 기능에 맞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존 수사관행의 적절성 여부와 관련해 선구속 후본격수사 관행을 답습하려는 모습이 보인 것은 문제”라면서, “수사절차의 내부적 통제수단은 기존 검찰보다 개선됐으나 근본적으로 시민참여기구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고, 우선적 관할권을 가진 사건을 접수하고 수사하지 않거나 방치하는 경우 사건이 사실상 암장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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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오 소장은 “현재 가장 많이 나오는 공수처에 대한 비판 논점이 수사력 부재인데, 그러면 수사력 부재는 어떤 사건을 어떻게 수사하느냐, 그러면 기존의 검찰은 이 대상 사건들을 어떻게 처리했느냐를 통계적으로 한번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가장 대표적인 범죄로 공무원의 직무관련 범죄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이건 검찰이 종래 수사해오던 것들이다. 그다음에 공수처의 수사사건 처리 현황을 보면, 2021년 9월 30일 기준으로 2,350건 정도를 접수해서 1,757건을 처리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중 상당수의 사건을 (검찰에) 이첩했고, 입건은 16건으로 사건 처리율이 약 74.77%에 이른다. 거의 조직 구성이 안된 상태에서도 (사건 처리를) 신속하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공수처의 그간 입건 사건 목록을 보면 조희연 교육감 사건, 고발사주사건, 윤중천 허위 면담보고서 사건,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사건, 김학의 출국금지사건, 해남지청 검사의 직권남용 의혹 사건,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건,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사건, 엘시티 정관계 비리 무마 의혹 사건, 그다음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 사건 등이 현재 입건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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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오 소장은 "서울시 교육감 사건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검사 관련 사건”이라면서, “공제 1호 사건(조희연 교육감)은 수사를 종결해서 현재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했고, 검찰이 그중 일부를 공소 제기한 상태다. 그다음에 윤중천 허위면담 보고 사건을 최근에 검찰로 재이첩했다.”며 주요 입건 현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일 국회 보고 자료에 따르면, 공수처 조직은 현원이 수사처검사 23명, 수사관 36명, 행정직원 19명으로 총 78명이다. 이는 공수처 출범 당시 계획했던 정원(85명)에 미달하는 것으로 아직도 정원을 완전히 채우지 못한 상태다.
오 소장은 공수처 채용 현황 관련 “검찰수사관은 파견을 받아도 공수처 정원에 포함이 된다.”면서, “그래서 검찰수사관 한 명이 파견으로 포함이 돼 있고, 나머지 경찰 인원은 파견이 되는 경우에 정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계산을 해야 되는데, 현재 공수처법에 따라 파견 온 인원이 행정 인원 10명, 수사 인력 40명에서 50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직의 절반 정도를 파견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자체 수사관보다 파견 수사관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문제점 중 하나로 수사 인력의 절대적 부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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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오 소장은 “현재는 공소가 제기된 바가 없기 때문에 공소유지 인력은 가용하고 있지 않다. 지금 공소를 위해서 유보한 인원을 전부 다 수사에 투입하고 있는 상태”라면서, “향후 공소가 제기되면 그 인원 중에 일부는 수사에서 벗어나 공소에 전념하게 된다. 인원이 더 줄게 돼 있다. 그에 비해서 공수처가 담당하는 사건은 수사의 대상자는 고위공직자들을 비롯해 난이도가 높은 사건들이다.”라고 수사인력 부족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오병두 소장은 수사 대상 범위와 기소 대상 공직자가 불일치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오 소장은 “조희연 교육감 사건을 1호 사건으로 한 것에 대해서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기소할 수도 없는 사건을 왜 굳이 공수처가 담당했어야 했느냐라는 것이고, 중대 비리라고 할 만한 사건이냐 등의 여러 가지 비판들이 있다. 따라서 검찰과의 협업이 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협의체 구성을 통한 사건의 조율이 필요한데, 이게 잘 이루어지 않았다는 것이고, 파견인력이 과다하다.”면서, “자체 인력이 부족하니까 파견인력이 여전하고 파견인력은 왔다 가는 사람이고, 조직의 영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인원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조직법적 대안들이 나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입법으로는 송기헌 의원안이 있다. 행정직원을 20명에서 60명으로 증원하는 것이고, 이수진 의원안은 수사관 정원을 50명으로 하고 행정직원은 40명 이내로 확대하자는 안이며, 소병철 의원안은 검찰청으로부터 파견받은 검찰수사관을 수사처수사관 정원에서 포함하도록 한 단서 조항을 삭제하자는 안”이라고 소개했다.
오병두 소장은 검·경 등 수사기관의 협조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오 소장은 “수사기관 3자 협의체가 제대로 구성이 안 돼 있다. 이를 구성하지 않고서는 (공수처의) 조직적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데, 공수처 보도자료를 검색해보면 단 한 차례 (수사기관 협의체 구성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그때 만나서 인사하고 그 뒤로는 진척이 없는 것 같다.”면서, “국가 전체적인 형사사법체계 차원에서는 행안부장관이나 법무부장관 등이 직접 개입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이런 정도의 개입 없이 이게 정리가 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생각이 좀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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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 평가와 과제'에 대해 발제하고 있는 오병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홍익대 법과대학 교수) |
오 소장은 공수처의 공, 과를 따질 때 ‘공’이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도 했다.
그는 “조금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데, 인권 친화적 수사를 하려고 노력했고 그야말로 법에 있는 대로 수사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소장은 공수처의 가장 큰 '공'으로 검찰 견제 기능과 인권 친화적 수사를 꼽았다.
오 소장은 “검찰이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수사할 때도 조심하고, 뭘 할 때도 항상 공수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태이다. (공수처의) 인권친화적 수사가 답답해 보이지만 어쨌든 소위 에프엠대로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공수처의 '과'의 측면에 대해서는 “공제 1호 사건이 아쉽다. 이 사건 안 받고 차라리 검찰에 재이첩한 이규환 사건을 더 했으면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