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보이스피싱(전기통신금융사기)에 속은 예금주가 본인 계좌의 예금채권 소멸절차에 대한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데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이의제기 기간이 지났더라도 예금주에게 본인의 예금채권을 환급해줘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보이스피싱에 속아 예금을 입출금했다가 본인 계좌의 예금채권이 소멸되자 이를 환급해 달라는 A씨의 행정심판청구에 대해 이를 거부한 금융감독원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던 A씨는 2018년 11월 급히 운영자금이 필요해 인터넷 대출광고 사이트를 보고 대출을 신청했다.
A씨는 대출회사에서 입출금 실적을 쌓아 거래실적을 높여야 대출이 가능하다는 말에 속아 본인의 계좌에 2회 입금된 총 5백여만 원을 안내받은 다른 계좌에 송금했다.
그런데 사실 이 대출회사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이었고 A씨 계좌로 입금된 돈은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들이 A씨의 계좌로 보낸 것이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것을 알고난 후 은행에 피해구제를 신청했고 은행은 피해자들의 입금액이 A씨 계좌에서 다른 계좌로 넘어간 상황에서 A씨 계좌에 남아 있는 예금거래를 정지시켰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A씨의 예금 5백여만 원에 대해 채권소멸 개시공고를 하면서 A씨에게 등기우편을 보냈으나 ‘이사불명’으로 A씨에게 배달되지 않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관련 절차를 안내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던 A씨는 이의제기를 못해 예금채권이 소멸됐고 A씨의 예금채권 5백여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피해환급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A씨는 보이스피싱 관련 금융실명법 위반(방조)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고 1년 후 항소심에서도 무죄로 최종 확정됐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했으나 금융감독원은 A씨에게 법정 기간 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환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이의신청 안내 통지를 받지 못했고 설령 이의제기를 했더라도 당시 형사재판 중이어서 환급해 주지 않았을 거라고 주장하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이사불명’으로 우편이 반송된 상황에서 휴대폰 문자메시지만으로 청구인이 이의제기 절차에 대해 알기 어렵고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금융기관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청구인이 이의제기를 하지 못한데 정당한 사유가 있으므로 예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결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기 위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사기이용 계좌 예금주가 사기에 가담하지 않은 것이 밝혀졌다면 이의제기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