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기자들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를 확보한 후 통신자료를 무단 수집한 것에 대해 언론사찰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통신자료 수집제도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정보인권연구소,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문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0여 년 간 통신자료 수집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및 헌법의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관련 법안 발의, 열람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 헌법소원 등이 진행됐으나 아직까지도 본질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에 제도 개선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좌담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 패널로는 (사)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민변 사무차장 서채완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양홍석 변호사,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국장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좌담회 두 번째 발언자로 나선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통신자료 수집의 헌법적 문제상황’에 대해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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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통신자료 수집의 헌법적 문제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오 교수는 “저는 일단은 이 문제가 이렇게 커지게 된 배경을 좀 봐야 될 거라고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고 하는 비교적 최근에 생긴 국가기관이고, 상대적으로 그렇게 권력이 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그런데 문제가 된 당사자들은 언론인과 정치인들 이른바 우리 사회의 유력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야 이렇게 논란이 되고 있다라고 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의 현실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렇지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또는 기존의 권력기관인 검찰과 경찰 그리고 국가정보원 등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면 이런 정도로까지 사회에서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런 점에서 인권조차도 권력이 있는 사람들의 인권 문제부터 시작되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사전에 통제하는 것과 사전에 법원의 허가를 받는 것, 그런데 사실은 이 문제에 있어서도 법원이 얼마만큼 심각하게 고민을 하면서 허가를 엄격하게 할 것인가라고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있는가라는 이런 생각이 좀 든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저는 이 문제 이외 관련자들에 대해 책임을 묻는 제도라든지 하는 부분들에 있어서 좀 더 근본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나가 문제가 될 때마다 그 하나하나의 문제를 그 사건에 대응해서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고 있는 예를 들면 통신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과 그에 상응해서 국가의 권력은 비대해지고 있고, 기업의 정보 수집력은 확장되는 반면에 개인들이 거기에 맞설 수 있는 또는 대응할 수 있는 이런 법적인 장치는 되게 초라해지고 있다.”며 “과학기술의 발전이라고 하는 것에 법리가 충분히 따라가고 있지 못한다고 한다면 입법부는 물론이고 사법부에 있어서는 현실의 변화에 따른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오 교수는 “인터넷 선진국이라고 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전체적인 조망 아래에서 문제점에 대한 진단과 그에 대한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미 우리의 국회와 사법부는 그 역량을 상실한 것은 아닌가라고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이런 현실적인 인권의, 특히 통신의 자유,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마주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 그런 기본적인 인권침해가 전통적인 국가 수사기관은 물론 기업에 의해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결국은 개인의 정보 내지는 통신, 사생활의 정보에 대한 여러 가지 기본권이 위태로운 상황에 근본적으로 놓여 있다고 하는 것들에 대한 인식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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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통신자료 수집의 헌법적 문제상황’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오 교수는 “국가가 대량의 구체적인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다양한 감시 기술 또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른바 ‘맞춤형 정보’라고 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가 검색하거나 했던 것들이 계속해서 인터넷에 떠오르는 것들을 보면 어떤 정보가 기업에 의해서 전유되고 있는지를 우리는 알 수 없다. 그것에 대한 통제라고 하는 부분도 입법과 사법에 있어서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국가보안법 등의 사안들에서 보면 ‘숨길 게 없는 사람은 두려워할 것도 없다.’고 하는 서양 속담을 원용해서 이런 것들이 마치 범죄의 의혹이 있는 뭔가 뒤로 정당하지 못한 사람들만 이런 사생활의 비밀 내지는 정보에 대해서 민감한 것처럼 인식되어 오고 있다.”며 “디지털 시대에 우리가 국가 권력 내지는 자본의 권력과 개인이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먼저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국가의 기밀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정보와 사생활의 비밀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국가의 수사기관은 물론이고 기업에 의해서 이렇게 수집되고 있는 개인들에 대한 정보에 대한 통제라고 하는 것이 더 촘촘하게 입법적인 측면에서는 물론이고, 사법적인 부분에 있어서까지도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이번 사안을 통해서 우리가 좀 더 심도 있게 좀 고민해 봐야 되는 것은 아닌가라고 생각을 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날 과학기술의 발전이 우리의 삶을 이렇게 좀 편리하게 했던 점들은 인정을 한다.”면서도 “그런데 결국은 이것이 더 강한 수집력이나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 더 강한 감시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점에서 이런 전반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라고 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을 할 시점이다.”라고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사회적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너무나 쉽게 ‘법원의 영장주의에 맡겨 놓으면 된다.’ 내지는 ‘개인에게 알려주면 된다.’라고 하는 식의 이런 개선안을 넘어서서 근본적으로 법치주의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통제를 행해야 한다. 이로써 개인의 정보에 대한 어떤 기본적 인권을 바탕으로 해서 국가의 수사권의 행사와 사법적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개인정보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한 것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전반적인 체계를 다시 다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오 교수는 과연 국회와 법원 그리고 헌법재판소가 그렇게 할 것인가라는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기존에 우리나라 국회의 입법안이라고 하는 것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글자 몇 가지 바꾸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접근해 왔다.”며 “문제의 원인에 대한 진단을 충분히 하지 않았고, 그것에 대한 대응방법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이 없었다는 점에서 그것을 과연 기대할 수 있는 것인지, 법원은 과연 이런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정말 수사기관이 아닌 국민의 개인의 인권의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지, 이 문제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오 교수는 “아무리 시민사회에서 안을 내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문제 제기를 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이 믿고 신뢰하고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입법부와 사법부가 국민의 개인의 인권을 위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라고 질타했다.
오 교수는 끝으로 “국가기관은 책임지지 않고 권력만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국민들 개개인을 감시할 수 있는 막강한 정보 감시, 권한 또는 권력을 가지게 됐다. 또 기업은 개인들의 정보의 보호를 위해서라기보다는 국가 내지는 기업 자체의 이익을 위한 각종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르는 개인과 국가권력 내지는 기업권력의 관계를 어떻게 재조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앞으로 남은 숙제다.”라고 말을 맺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