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민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11일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문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한국법률일보] 최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기자들의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한 후 통신자료를 무단 수집한 것에 대해 언론사찰이라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통신자료 수집제도의 문제점과 제도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정보인권연구소,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공수처 사찰 논란으로 본 통신자료 무단 수집 제도 문제와 개선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0여 년 간 통신자료 수집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침해 및 헌법의 영장주의 위반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관련 법안 발의, 열람청구 및 손해배상 소송 등 법적 대응, 헌법소원 등이 진행됐으나 아직까지도 본질적인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 20대 국회에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바 있지만 수사의 밀행성, 신속성이라는 검경의 주장이 힘을 받아 개정에 이르지 못했다.”면서, "최근 사례를 계기로 관련 개정안이 발의되긴 했지만 통신자료 수집의 요건과 대상 범위 등에 대한 사법적 통제라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전기통신사업자 또는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주체에게 사후통지하는 정도의 개선에 그쳐 언제든 사찰 가능성과 논란은 반복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통신자료 무단 수집과 관련해서는 기존에 이미 여러 차례 제도의 문제점들이 지적돼 왔었지만 여전히 입법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제도에 대한 개선을 위해 좌담회를 열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좌담회 패널로는 (사)정보인권연구소 장여경 상임이사,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오동석 교수, 민변 사무차장 서채완 변호사,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 양홍석 변호사, 최정기 전국언론노조 정책협력국장이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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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여경 (사)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가 통신자료 제공제도 논쟁의 경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
첫 발언에 나선 장여경 (사)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는 최근 10년 동안 통신자료 무단수집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통신자료제공 제도의 근거가 되는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83조다. 이 83조는 여러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는데 제공을 어떤 것을 대상으로 하는지, 요건이라든지, 제공하는 절차라든지 모든 것이 지금 다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건은 예를 들면 재판이나 수사나 형의 집행이나 국가 안전 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보를 수집한다고 밝히고 있다. 그다음에 절차도 서면으로 하돼 서면에는 요청사유, 연관성, 필요한 자료의 범위 이런 정도를 기재해서 서면으로 하면 되고 공문만 보내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그나마 그것도 긴급한 사유에 의하면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밖에 여러 가지, 이제 논란이 될 때마다 조금씩 정보통신부장관에게 보고를 한다든지, 통신사 내부에 업무 담당 기구를 설치한다든지 이런 규정들을 두고 있지만, 사실은 이것은 통신자료 제공을 통제하는 역할을 전혀 하고 있지 못한다.”라고 비판했다.
장 이사는 "그 제공현황을 보면 반기별로 제공되는 게 대략 지금도 300만 건이다. 그리고 가장 많았던 2014년도에는 반기에 700만 건 가까이 육박 했었다. 연간 그러니까 최소 600만 건 이상이 제공된다는 건데, 우리나라 전체 인구수에 비례를 해서 봤을 때 이게 정말로 꼭 필요한 통신자료 제공인지에 대해서 우리가 좀 생각을 해봐야 된다. 실제로 수사기관들은 수사에 필요했다고 얘기를 하고 있지만 예를 들면 정치적 반대자들이라든지, 언론사 기자 등이 사찰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논란이 꾸준히 일어왔다.”면서 통신자료 대상의 확대에 깊은 우려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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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 제공제도 논쟁의 경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장여경 (사)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
그러면서 "실제로 예전에 집회를 개최했던 노동자들 같은 경우에는 일단 통화 내역을 가지고 온다. 통화내역을 한 달 치, 두 달 치 가지고 오면 통화 상대방이 100명, 200명 이렇다.”며 "그럼 통화내역은 통신사실확인 자료로서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는다. 그러나 그 통화내역에 뜬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를 물어보는 것은, 그게 바로 가입자 정보이고 논란이 되고 있는 통신자료인데, 법원의 허가 없이 몇백 명이고 이렇게 요청을 할 수 있게 돼 있기 때문에, 많은 수치가 지금 제공이 되고 있지 않은가 싶다.”라고 짚었다.
장 이사는 “이 제도의 원형은 사실은 1977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근간이 되는 법은 원래 ‘전기통신법'이라고 있었는데, 이건 1961년도에 만들어진 법”이라면서, “그런데 수사 필요에 의해서 서면요구가 있을 때 통신사가 서류 같은 걸 낸다라는 것은 1977년도 경에 만들어졌고, 유선전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유선전화를 기반으로 해서 그 가입자가 누군지 이렇게 확인하는 것이 1977년도에 만들어졌고,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게 약간씩 개정이 됐다. 예를 들면 전기통신법은 1983년도에 ‘전기통신사업법'하고 ‘전기통신기본법'으로 나뉘고, 그게 오늘날 법 이름인 ‘전기통신사업법'이라는 이름으로 1991년도에 만들어지게 됐다.”며 "그런데 이렇게 유지돼 왔던 제도가 큰 환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게 컴퓨터 통신의 등장이다. PC통신 이용자가 증가를 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인데, 천리안 같은 PC통신 상용서비스가 개시가 되고 이용자들이 빠른 수로,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리고 1996년도에 PC통신 가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었다. 그러면서 1990년대 초반부터 특히 안기부가 통신 이용자 정보를 함부로 요구하면서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는 "그리고 1990년대 말로 가면 우리가 오늘날 사용을 하고 있는 휴대전화가 대중화됐다. 2G 서비스가 1996년도에 상용화되고, 1998년도에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도 제공이 되면서 인터넷 이용자도 크게 늘어났다.”면서, "그러면서 통신 이용자 정보가 제공이 되는데, '전기통신 사업부 54조’에 의해 이때부터 아무런 통제 없이 공문만 보내면 주고, 급하다 그러면 공문 없이도 통신사들이 (통신자료를) 제공했다. 이런 게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가 된 이후 1990년대 말 김대중 정부 들어서 통신비밀보호 제도 전반에 대한 문제 제기가 야당에서 나오기 시작을 했다. 그러면서 개정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2000년에 1990년대 말부터 있었던 논쟁들을 모아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이 됐지만 아쉽게도 본질적인 통제 장치는 도입이 되지 않았다.”라고 통신자료 관련 법제도의 변천사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신자료 요청) 요건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규정을 하고 서면에 들어갈 항목들 같은 거를 좀 구체적으로 규정을 했다 뿐이지 전혀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통신비밀보호법은 크게 변화를 했다. 원래는 통화 내역이나 IP 주소 같은 경우도 통신자료에 일부러 제공이 됐었다.”며 "전기통신사업법 54조에 의해서 함께 제공이 되다가 그중에 통화내역, IP 주소, 위치 정보 이런 것들은 굉장히 보호가 필요하다고 해서 그 부분만 떼 가지고 통신비밀보호법의 통신사실확인자료라는 조항을 2001년도에 신설하게 된다. 사실 부분적으로 떼 낼 이유가 전혀 없었는데, 이때 일부 성격의 정보는 ‘통신비밀보호법'에 옮기고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같은 정보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남겨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는 "여전히 통제가 안 된 상태로 남겨두고 그래서 이제 ‘통신비밀보호법'의 통신사실확인자료가 2001년도에 신설이 됐고, 여기에 진보넷에서 2002년도에 헌법소원을 냈지만 요건 미비로 각하가 됐다.”며 "그리고 ‘전기통신사업법'이 그 뒤로도 개정이 됐지만 이렇게 본질적인 통제장치는 없었고 그러면서 계속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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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자료 제공제도 논쟁의 경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장여경 (사)정보인권연구소 상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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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2004년에도 여러 일간지 기자들의 통화내역 조회 논란이 있었고, 그 통화 내역 조회를 하면서 상대방의 가입자정보 이런 것도 마구 제공이 되는 일들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통신비밀보호법'만 개선이 됐다.”며 "그래서 원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를 신설하면서 제공 요건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있었던 대로 서면에 의하도록 했는데, 여기서 법원의 허가제도가 2005년도에 신설이 된다. 그래서 지금 통화 내역이나 IP 주소나 위치 정보 같은 정보들은 법원의 허가 하에 제공이 되게 됐다.”라고 부연했다.
장 이사는 "이 무렵에 수사기관들이 굉장히 반발을 했다. 어떻게 수사할 때마다 일일이 법원 허가를 받느냐 등의 불만이 나왔지만 지금 아시다시피 큰 문제없이 법원의 허가 제도가 운영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 이사는 “만약에 자기 통신자료가 함부로 제공이 된 무단남용의 피해자가 있다고 했을 때 이 피해자들은 헌법적으로도 호소할 수 없고, 민사적으로도 호소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2016년 굉장히 많은 통신자료 집단제공 논란이 있었고, 그래서 이때 시민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면서 행정소송, 민사소송, 헌법소송 다 동원을 해봤는데, 지금 행정소송은 일부 부분 승소를 했다.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거기에 대해서 국정원과 서울경찰청의 제공요청서 일부가 당사자에게 공개됐다. 그리고 민변이나 민주노총, 언론노조에서 제기한 소송이 패소해서 헌법소원이 진행 중이다.”라고 했다.
장 이사는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에 통신자료를 통신사실확인자료에 포함시키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요청하라는 개선권고를 이례적으로 반대의견을 명시하면서 했으나 미래부는 불수용했고, 인권위는 이후로도 계속적인 개선 권고를 했고, 최근에는 국민인권위원회 위원장 성명으로 통신자료제공 제도의 개선을 요구했다. 국회도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6년에 낸 보고서를 보면 통신자료 제공 제도의 개선 방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며 "하나는 법원의 허가와 같은 법원의 통제장치를 도입하고, 사후통지 당사자에게 통지하는 두 가지 방향의 제도개선을 요구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유선전화 체계로 이 제도가 만들어졌는데, 그 이후로 프라이버시 침해 강도가 높은 이용자 밀착형 통신기술이 발전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에서도 최근에 통신 가입자정보를 비롯한 메타데이터 보호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이라든지, 이런 이동통신의 발달로 모바일 환경이 확산되면서 통신 메타데이터에 대한 보호도 굉장히 강화가 됐다.”며 통신자료 제공제도 논쟁의 경과에 대해 발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