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지난 2021년 10월 14일 대법원은 계약기간 1년 기간제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에 대하여, 그동안 고용노동부에서 개정 근로기준법(2018. 5. 29.)에 대한 설명자료(2018. 5.)에서 최대 26일이 발생한다고 보고 근로감독을 해 왔던 입장과 달리, 최대 11일이 발생한다고 판결함으로써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엄청난 파장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판결에서 밝힌 판결이유를 보면, 단지 1년 기간제근로자의 발생 최대 연차휴가일수에 한하지 않고, 1년 미만 기간 중 매월 개근 또는 1년 이상 근로하는 근로자로서 1년간 80퍼센트 이상 출근이라는 조건을 충족하고 바로 퇴직하는 경우에도 적용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바, 그동안 소정의 근로를 마치고 바로 퇴직하더라도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어, 법적 안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대상 판결의 쟁점과 타당성 여부에 대하여 관련 판례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을 비교 검토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Ⅱ. 사건의 개요 및 쟁점
피고는 2017. 8. 1.부터 2018. 7. 31.까지 만 1년간 원고가 운영하는 ○○요양복지시설에서 근무하면서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하였는데, 피고는 ○○고용노동청에 원고로부터 11일분의 연차휴가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진정을 제기하였다. 피고는 고용노동부의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2018. 5.) 즉, “1년 기간제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을 근거로 한 근로감독관의 계도에 따라 11일분 연차휴가수당 717,150원을 원고로부터 지급받았다.
원심은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될 연차휴가일수는 최대 11일이라고 보고 이미 15일의 연차휴가를 사용한 피고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 717,150원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상고이유로 1년 기간제근로자는 최대 26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의 쟁점은 1년 기간제근로자에게 부여될 최대 연차휴가일수가 며칠인지이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2항 그리고 고용노동부의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2018. 5.)의 법적 해석에 관한 사항이다.
Ⅲ. 판결의 요지
원심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므로 근로기간이 1년인 피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규정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없고, 피고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만이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연차휴가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Ⅳ. 평석
1. 쟁점 및 검토
1) 관련 대법원(판례) 및 고용노동부(행정해석)의 입장
가) 대법원(판례)
○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49, 48556 판결 등
유급(연차휴가수당)으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일단 연차유급휴가권을 취득한 후에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퇴직 등의 사유로 근로관계가 종료된 경우,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소멸한다 할지라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래도 잔존하는 것이어서, 근로자는 근로관계 종료시까지 사용하지 못한 연차휴가일수 전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판결 등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 혹은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근로자가 전년도에 출근율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 연도가 아니라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에 해당한다.
○ 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근로자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1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사용자에게 그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
나) 고용노동부(행정해석)
○ 연차유급휴가청구권·수당·미사용수당과 관련한 지침(임금근로시간정책팀, 2006. 9. 21.)
판례(대판 2003다48549, 48556 판결)는 퇴직 시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없었다 하더라도 유급으로 인정되는 연차휴가수당은 이와 상관없이 그대로 지급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행정해석은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이 없는 경우 이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왔는바, 이를 판례와 동일하게 변경한다.
○ 연차유급휴가청구권
- 전년도의 출근율에 따라 발생하는 연차유급휴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임
○ 연차유급휴가수당 청구권
- 발생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경우 그 기간에 대하여 수당 지급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임
○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청구권
- 연차유급휴가를 전년도에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퇴직 등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근로가 이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는 미사용 연차휴가일수에 해당하는 수당을 사용자에 대하여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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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2018. 5.)
판례(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다48556 판결)는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 기간제노동자의 1년간의 출근율이 80% 이상이면 계약기간 만료 시 15일분의 연차휴가보상청구권이 발생한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에 따라 1년차 때 1개월 개근시 1일씩 발생하는 유급휴가도 별도로 인정되는 만큼, 개정법 시행 이후 1년 기간제노동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분의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여야 한다.
2) 문제의 제기 및 검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전 대법원판결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대가로 확정적으로 취득하고,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소멸한다 할지라도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잔존하는 것이라고 하며,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은 대법원판결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런데 대상 판결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 3호의 규정에 의거,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 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행사한다.’라는 절차에 따르지 않고 종전 대법원판결의 의견을 변경한 것이다.
한편,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대상 판결이 근거로 인용한 판결(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인 데(이하 ‘이 판결’이라 한다), 이 판결은 종전 대법원판결과 달리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그 전년도의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하고,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유급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의 구체적인 사건 전개를 보면 대상 판결과 같은 결론으로 귀결되는지는 의문이 간다. 왜냐하면, 이 판결의 쟁점은 정년을 만 61세가 되는 해의 12월 말일 즉, 12월 31일로 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년퇴직으로 근로관계에 있지 않은 12월 31일에 특별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한 경우에 과연 근로관계가 12월 31일까지 유지된 것으로 보아 만 61세가 되는 해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지 여부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판결은 ‘12월 31일에 특별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처리하였다고 하더라도 퇴직일(정년)이 다음해 1월 1일로 미루어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만 61세가 되는 해의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없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결론을 다시 말하면 만 61세가 되는 해 12월 31일까지 근로관계가 유지되면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이는 종전대법원의 판결과 동일한 입장인 것이다.
결론이 이와 같이 해석되면 이 판결의 이유에서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하고,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문구의 내용도 다음과 같이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 것이다.
즉,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이라는 것은 종전 대법원판결과 같이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종전 대법원판결도 1년간 소정의 근로를 마친 당일에 민사상 권리로서의 청구권인 연차유급휴가청구권이나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청구권이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에 퇴직’이라는 문구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치기 전에 퇴직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대상 판결이 이 판결을 근거로 1년 미만이 아니라 만 1년 즉, 365일 근로관계를 유지하고 퇴직하는 1년 기간제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가 최대 26일이 아니고 11일이라는 것은 잘못된 판단인 것이다.
2. 소결
민사상 청구권으로서 연차유급휴가청구권, 연차유급휴가수당청구권,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청구권은 개념이 다른 것이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의 문구를 보더라도 종전의 대법원판결과 같이 연차유급휴가청구권은 근로자가 전년도에 출근율을 충족하면서 근로를 제공하면 확정적으로 취득하고, 퇴직을 하더라도 연차유급휴가청구권과 달리 근로관계의 존속을 전제로 하지 않는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청구할 권리는 그대로 잔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해석이다. 그리고 대상 판결에서 밝힌 1년 기간제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만 적용된다고 해석하기는 현행법의 문구상 무리가 있으며, 해석론이 아니라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본다.
Ⅴ. 결론
근로기준법 제60조의 제1항과 제2항의 연차유급휴가는 ‘1년간 80퍼센트이상 출근’과 ‘1개월 개근’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확정적으로 발생이 되고, 이른바 연차유급휴가권이 발생(성립)이 되면 연차유급휴가청구권, 연차유급휴가수당청구권,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청구권은 권리의 내용으로서 화체되어 당연히 확보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이는 재산권이라는 권리가 성립하면 그 내용으로서 사용권, 수익권, 처분권이 생기는 것과 동일하다. 따라서 대상 판결은 연차유급휴가라는 권리의 성립과 연차유급휴가권에 화체화 되어 있는 권리의 내용을 구분하고 있지 못하다는 아쉬움이 있다.
대상 판결이 제시하고 있는 판결 이유 중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은 가산휴가를 포함한 총 휴가 일수는 25일을 한도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의 주장에 의할 경우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는 장기간 근속한 근로자의 휴가 일수인 25일을 초과하는 휴가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는 연차 유급휴가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4항의 문언에 따른 해석의 범위를 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장기근속 근로자와 비교하여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더 우대하는 결과가 되어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라고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리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근로기준법 제60조 해석에 대한 오해로 밖에 볼 수 없다.
우선, 만 1년 근로를 하는 경우에 최대 26일의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는 이유는 구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던 바와 같아 만 1년의 근로기간 중에는 월차유급휴가와 연차유급휴가의 개념이 동시에 적용이 되도록 현행 근로기준법이 규정하고 있기 때문으로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그리고 대상 판결의 논리대로 만일 만 1년에서 하루 즉, 366일을 근무하는 경우에는 최대 26일을 인정하겠다는 것인데, 이것도 형평성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그리고 특히, 두 번째로서 만 1년의 근로기간에 최대 26일이 발생한다고 하지만 이는 최초 채용일 당해연도부터 익년도까지 즉, 2년간 최대 26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므로, 장기간 근속한 근로자가 1년간 25일의 연차유급휴가를 받는 것에 비하여 과하여 형평성에 어긋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아울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과 제2항은 문구상 당연히 1년 기간제근로자와 1년 이상 근로하는 근로자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는 것인데, 1년 기간제근로자에게 적용되어 형평성에 맞지 않게 연차유급휴가미사용 수당이 과도한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1년 기간제근로자에게는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이 미적용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입법작용에 관한 것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 연차유급휴가권이 성립하면 그 내용으로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거나 미사용에 대하여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을 받는 것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 양자를 다 향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만 1년 근로를 하게 되면 연차유급휴가권이 성립하고 그 후 바로 퇴직을 하게 되면 연차유급휴가권에 화체화 되어 있는 연차유급휴가청구권은 행사할 수 없는 대신 최대 26일의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일 뿐이며, 1년을 초과하여 근로하는 근로자는 연차유급휴가청구권과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청구권을 선택적으로 갖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법원은 현행법을 사안에 적용하는 곳이지 스스로 법을 정립하는 곳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최고법원인 대법원 판결의 주문과 해석·적용에 관한 이유는 장래의 재판과 일반 국민들의 법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사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진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은 특히나 대법원의 판결은 기존의 법적 안정성 범위내에서 신중히 내려져야 하는 바, 이번 대상 판결은 이런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정풍용 법학박사/공인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