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는 2021. 11. 25.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2회 이상 음주운전 시 가중처벌 사건 결정 등 총 46건의 심판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사진=헌법재판소) |
[한국법률일보] 2회 이상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 기존 법정형보다 가중처벌 하도록 규정한 구 도로교통법 조항 이른바 ‘윤창호법’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음주운전 재범 처벌규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이 사건은 반복적인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정한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한 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행위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정모씨(2019헌바446)와 강모씨(2021헌바77)는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돼 형사재판 계속 중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각각 2019년 11월 18일과 2021년 3월 29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2020헌가17)도 2019. 11. 28.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2회 이상 위반했다는 공소사실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형사재판 계속 중 직권으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이 사건(2회 이상 음주운전 시 가중처벌 사건)의 심판대상은 구 도로교통법(20법률 제16037호)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였다.
이 사건을 심리한 헌법재판소는 “구 도로교통법(2018. 12. 24. 법률 제16037호로 개정되고, 2020. 6. 9. 법률 제1737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8조의2 제1항 중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위헌 결정을 25일 재판관 7:2의 의견으로 선고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 이유에서 먼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운전 금지규정을 반복해 위반하는 사람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인데, 그 구성요건을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로 정해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이 없고, 과거 위반행위가 형의 선고나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전과일 것을 요구하지도 않는다.”고 짚었다.
헌재는 이어 “그런데 과거 위반행위가 예컨대 10년 이상 전에 발생한 것이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이 준법정신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라거나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반복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를 일반적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와 구별해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한 경우 재범인 후범에 대해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하는 예는 찾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예컨대 10년 이상의 세월이 지난 과거 위반행위를 근거로 재범으로 분류되는 음주운전 행위자에 대해서는 책임에 비해 과도한 형벌을 규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는 또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죄질을 일률적으로 평가할 수 없고 과거 위반 전력,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운전한 차량의 종류에 비추어, 교통안전 등 보호법익에 미치는 위험 정도가 비교적 낮은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행위가 있다.”면서, “그런데 심판대상조항은 법정형의 하한을 징역 2년, 벌금 1천만 원으로 정해 그와 같이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행위까지 지나치게 엄히 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끝으로 “반복적 음주운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되어 법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법질서의 안정을 해할 수 있으므로, 재범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과 평등원칙에 반하지 아니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먼저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그 중 40% 가량은 음주운전 단속 경력이 있는 재범에 의한 교통사고로 분류된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이른바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재범 음주운전 범죄를 엄히 처벌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전은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재범 음주운전자의 가중처벌은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심판대상조항에 의해 처벌되는 재범 음주운전행위는 과거 음주운전의 횟수와 시간적 간격, 위반행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운전한 차량의 종류 등에 따라 불법에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반복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이라는 중요한 행위반가치 지표에 의해 다른 범죄들과 합리적으로 구별되는 동질의 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과거 위반 전력이 10년 전의 음주운전행위라도 만취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유발한 경우와 같이 죄질이 매우 불량한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전력을 가진 운전자가 다시 음주운전하여 교통안전을 해하고 무고한 국민 일반의 생명, 신체, 재산을 위협한 경우를 초범 음주운전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법자의 평가가 재량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처벌대상에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유형의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가 포함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심판대상조항에는 징역형 외에 벌금형이 선택형으로 규정되어 있고, 구체적 사건에서 양형요소를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선고유예를 하는 것도 가능하므로,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의 하한을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으로 정한 것이 위헌으로 선언될 정도로 비례성을 일탈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재범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 음주치료나 다른 추가적 행정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와 재범 음주운전의 실태에 비추어 비형벌적 수단의 도입을 위한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어 가면서 그와 병행해 형벌강화를 통해 재범 음주운전을 엄격히 차단할 수 있으며, 그러한 제반 사정을 고려해 형벌의 강화를 선택한 입법자의 결단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어야 할 분야인 법정형의 결정에 있어서 충분히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평등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고의에 의한 반복 음주운전행위는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고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법정형의 하한을 높여 형벌의 경고적 기능을 제고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상죄보다 법정형의 하한을 높게 정한 것은 수긍할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리고 심판대상조항의 재범 음주운전죄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도주치상죄, 도로교통법 제148조 위반죄, 교통사고처리법 위반죄와는 보호법익, 행위태양, 죄질 등에서 구별되므로, 이러한 범죄들을 동일 선상에 놓고 그 중 한 범죄의 법정형을 기준으로 하여 단순히 평면적인 비교를 함으로써 다른 범죄의 법정형이 과중하다고 판정할 수 없다.”면서,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이 형벌체계 균형성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없고, 재범 음주운전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의 필요성에 비추어 볼 때, 다른 법규위반 재범자와의 관계에서 합리성 없는 차별을 규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평등원칙에도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도로교통법의 음주운전 재범 처벌규정의 효력이 상실됨에 따라 대검찰청은 일선 검찰청에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음주운전 재범 사건은 위헌 결정된 도로교통법 조항을 대신 원래 존재하는 일반 음주운전 규정을 적용하되 구형에는 반복 음주운전으로 인한 가중처벌 사유를 적극 반영하기로 하고,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일반 음주운전 처벌규정으로 공소장을 변경해 구형을 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위헌 결정된 법조항이 적용돼 법원의 유죄 선고가 이미 나온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피고인을 위해 항소나 상고를 제기하고, 재판 결과가 확정된 사건은 당사자가 재심 청구를 하면 공소장 변경 등의 조치를 하기로 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