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보이스피싱 사기에 이용된 계좌 예금주가 보이스피싱 업체에 속아 사기인 것을 알지 못하고 알지 못한데 중과실이 없다면 그 예금주의 예금은 돌려줘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에 속아 본인 계좌를 대여해 예금채권이 소멸된 예금주가 한 본인 예금 환급 청구에 대해 이를 거부한 금융감독원의 처분을 취소했다고 25일 밝혔다.
해외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다 귀국한 A씨는 퇴직 후 소일거리를 찾던 중 한 관광회사에 취업했다. A씨는 업무 첫날 회사의 지시대로 자신의 계좌에 입금된 3,3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회사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A씨의 계좌로 입금된 금액은 보이스피싱 사기에 속은 피해자들이 송금한 금액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몰랐던 A씨는 미심쩍은 마음이 들어 업무 첫날 해당 일을 그만뒀다.
A씨의 계좌에 송금했던 피해자들은 사기당한 것을 알고 은행에 피해구제신청을 했고 해당 은행은 A씨의 계좌를 지급 정지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입금한 금액은 이미 A씨의 계좌에서 인출된 상태였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A씨 계좌의 개인예금 7백여만 원에 대해 채권소멸 개시공고를 한 후 2개월이 지나 예금채권이 소멸되자 A씨의 개인예금 7백여만 원을 피해자들에게 피해환급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A씨는 보이스피싱 관련 ‘사기방조’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았으나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결정을 받았다. A씨는 금융감독원에 소멸채권 환급을 청구했으나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사기에 A씨의 과실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환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보이스피싱 사기단에게 속아 업무를 수행했다며 본인 예금 7백여만 원을 돌려달라는 행정심판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청구했다. 행정심판청구 과정에서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국선대리인 선임을 신청해 변호사의 조력을 받았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해당 회사의 웹사이트가 검색되고 A씨가 사기방조에 대해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 처분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해, A씨로서는 보이스피싱 업체가 정상적인 회사라고 오인할 가능성이 충분했고 A씨 본인 역시 사기인 것을 알지 못한데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보이스피싱 범죄는 대출사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 사례처럼 취업을 미끼로 자신도 모르게 가담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자신의 계좌가 금융사기에 이용되면 정당한 본인 예금까지 소멸되는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