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증금과 집수리비를 가운데 두고 집주인 A씨와 세입자 B씨의 갈등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집주인 A씨는 임대차계약 종료를 앞두고 임대차 기간 동안 세입자 B씨가 집을 엉망으로 해둔 것을 보고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베란다 창틀에 구멍을 내놓고, 벽에 못 구멍을 수십 개 뚫어 놓았으며, 목재 마루바닥은 일부가 뜯겨나간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날 때가 되자 이전까지 아무 말도 없던 세입자 B씨는 갑자기 이사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라며 집주인 A씨에게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합니다. 이에 A씨는 한 달치 월세와 집수리비용 60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돌려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수리비용을 제외하고 돌려준다’는 말에 화가 난 세입자 B씨는 “이게 무슨 갑질 횡포냐!”며 “못도 못 박게 하면서 임대를 왜 놓냐. 그냥 네가 살지!”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습니다. 집주인 A씨도 지지 않고 “못을 한 개 두 개만 박았냐, 집을 완전히 박살을 내놨는데.”라며 “백 번 양보해서 60만 원만 제외한다고 한 것!”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세입자의 원상회복의무와 그 기준점은?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이러한 원상회복과 관련된 법적 문제는 자주 일어납니다.
집주인은 세입자에게 ‘입주했을 때와 동일한 상태로 복구해놓고 나가라’고 요구하고, 세입자는 집주인에게 ‘살다보면 이 정도 흠집은 생길 수 있다’라고 반박하곤 합니다.
일반적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물건을 쓸 때 세입자는 (민법 제374조)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의무에 따라 빌린 물건을 온전히 보존해야 합니다. 법률적으로 세입자는 계약기간 만료 후 집주인에게 집을 반환할 때 내부를 원 상태로 되돌려놔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를 원상회복의무(민법 제654조)라고 합니다. B씨처럼 못을 박거나 마루를 뜯어 집을 파손한 경우뿐 아니라 기존 문을 다른 형태의 문으로 바꿨거나 주방 환풍 후드를 교체한 경우 등 기존 입주 때와 다르게 더 좋은 물건으로 교체하거나 새로 설치한 물건이라도 임대인의 요청이 있으면 철거해야 합니다. 신축한 집도 살다보면 언젠간 낡고 노후화되기 마련입니다. 바닥이 찍힐 수도 있고 벽지 색이 변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때마다 집주인이 바닥재를 다시 하고 벽지를 다시 도배해놓으라고 한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세입자는 없을 겁니다.
“수리비를 제외한 보증금만 주겠다.”
법적으로 따져 보면,
임대인은 원상회복 의무를 어긴 임차인이 유지보수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하지 않은 채 방을 빼려고 하면 그 비용만큼을 보증금에서 공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판례는 “부동산 임대차에 있어서 수수된 보증금은 ① 임대료의 채무, ② 목적물의 멸실·훼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등 ③ 임대차 관계에 따른 임차인의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으로서 그 피담보채무 상당액은 임대차관계의 종료 후 목적물이 반환될 때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도의 의사표시 없이 보증금에서 당연히 공제된다.”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원상회복의 기준에 대해 “‘원상으로 회복한다고 함’은 사회통념상 일반적인 방법으로 사용했을 때도 그렇게 될 것인 상태라면 사용을 개시할 당시의 상태보다 나빠지더라도 그대로 반환하면 무방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다시 말해 계약서에 특약이 있지 않은 이상 살면서 생긴 어느 정도의 때나 흠집까지 임차인이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임차인이 집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놓아야 하지만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면 집주인에게 지급한 보증금이 담보가 된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집주인이 원상회복에 요구되는 수리비보다 훨씬 많은 돈을 공제하거나 수리비 견적서 등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유한) 강남 박관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