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요즘 스마트폰에 카메라와 녹음기능은 필수다. 웬만한 카메라보다도 더 고사양의 기능을 탑재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넘쳐나는 세상임에도 스마트폰을 잘못 들이댔다가는 벌을 받는 공간이 있다. 바로 법정이다.
▶ 법원조직법, 법정 내 녹화·촬영·중계방송 등 금지, 위반 시 감치 및 과태료
법원조직법 제59조는 ‘누구든지 법정 안에서는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 촬영, 중계방송 등의 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20일 이내의 감치(법정 질서를 어지럽힌 이를 유치장·구치소 등에 감금하는 것) 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감치와 과태료를 함께 매길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에서는 재판 중 불법으로 녹음을 한 방청객 A씨를 대상으로 감치 재판이 열렸다. A씨는 "법정 내 녹음이 허용되지 않는 것을 몰랐다."면서,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녹음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분들이 법규정을 잘 몰라서, 때로는 법규정을 알면서도 목소리가 잘 안 들린다거나 중요한 재판 내용을 놓칠까 봐 염려하는 마음에 법정 녹음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제27조 제3항은 ‘형사피고인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없이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109조에서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 다만, 심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안녕질서를 방해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할 염려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결정으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우리 헌법은 ‘공개재판주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 금천구)은 지난달 28일 재판 과정의 녹음·녹화를 의무화해 재판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내용의 ‘민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동 개정법안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정에서의 변론 전부를 속기자에게 받아 적도록 하고, 녹음장치 또는 영상녹화장치를 사용해 녹음 또는 영상녹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으며, 9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됐다.
이 법안에 대한 법원의 의견은 다소 부정적이다. 이를 시행할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 현재 전국 법원 1,024개 법정 중 936개 법정에서 녹음 가능…‘재판 녹음’부터 실시해야
그러나 최기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아 1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법원에 있는 1,024개의 법정 중 녹음이 가능한 법정은 936개로, 전체의 약 91.4%에 달하는 법정에서 별다른 시설 개선 없이도 녹음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기상 의원은 “재판 과정 녹음·녹화는 우리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공개재판주의’ 원칙을 보다 충실히 구현해내는 방법”이라면서, “재판 과정을 녹음·녹화하게 되면, 당사자가 조서의 내용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 이를 확인·수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재판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를 제고할 수 있고 실체적 진실의 발견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법관의 부적절한 언행 또는 부당한 재판 진행 등을 방지해 당사자를 비롯한 소송관계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법원에서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속기와 영상녹화가 어렵다면, 일단 별다른 시설 개선 없이도 바로 시행할 수 있는 ‘녹음’부터 실시하면 된다.”면서, “법원에서 이것조차 어렵다고 하면 재판 과정 녹음·녹화 의무화에 대한 법원의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