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앞으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유인·권유하는 행위인 ‘온라인 그루밍’이 성범죄로 규정돼 처벌이 가능하게 됐고, 범죄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경찰의 신분비공개·위장수사를 허용하는 특례도 처음으로 제도화됐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와 경찰청(청장 김창룡)은 신종 디지털 성범죄 ‘온라인 그루밍’을 막고 처벌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일부개정법률이 9월 24일(금)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텔레그램 n번방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계기로 2020년 4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디지털 성범죄 근절 대책’에 담긴 아동·청소년 보호를 위한 입법 조치의 일환으로 추진돼 올해 2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3월 23일 공포됐다.
◆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행위를 유인·권유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 처벌
개정 청소년성보호법 시행에 따라 온라인에서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혐오감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반복적으로 하거나 그러한 대화에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참여시키는 행위, ▶ 성적 행위를 하도록 유인·권유하는 ‘그루밍’ 행위를 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으로 처벌한다.
◆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한 ‘신분위장수사’ 특례 신설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에 효과적으로 적발하고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 신분을 비공개하거나 위장해 수사할 수 있는 위장수사 특례가 마련됐다.
경찰은 위장수사를 통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죄자에게 접근해 범죄와 관련된 증거 및 자료 등을 수집할 수 있으며(신분비공개수사), 범죄 혐의점이 충분히 있는 경우 중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부득이한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신분을 위장해 수사(신분위장수사)를 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법원 허가를 통해 신분위장을 위한 문서와 도화, 전자기록 등을 작성, 변경 또는 행사할 수 있으며, 위장신분을 이용한 계약·거래와 함께 성착취물의 소지·판매·광고까지 할 수 있다.
경찰청과 여성가족부는 개정법률 공포 후 6개월의 경과 기간 동안 법무부와 협의해 법률에서 위임한 사안과 위장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시행령에 담았다.
청소년성보호법 시행령에서는 신분비공개수사의 세부 방법과 승인 절차, 신분비공개수사 시 국가경찰위원회 및 국회에 보고해야 하는 사항 등의 통제 방안을 규정했다.
특히 위장수사 시 사법경찰관리가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본래 범의를 가지지 않은 자에게 범의를 유발하지 않도록 하며, 피해 아동·청소년에 대한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함 등을 명시했다.
기존에는 판례에서 인정되던 범위 내에서만 ‘기회제공형 수사’를 진행할 수 있었기에 증거 능력의 적법성이 법원의 사후적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었으나, 이번 위장수사 제도화를 통해 보다 안정적인 수사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또 경찰청은 위장수사의 남용을 막고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절차와 서식을 경찰청 훈령에 반영하는 한편, 해외수사기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참고해 위장수사 승인·허가절차, 국내외 수사사례 등을 담은 ‘위장수사 지침서’를 제작했다
아울러 시·도 경찰청에 근무 중인 수사관을 중심으로 위장수사관 40명을 선발해 심리검사 후 경찰수사연수원에서 1주일간 전문교육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원격화상교육 강의를 한 미(美) 국토안보수사국(HSI) 본부소속 위장수사담당관은 “국토안보수사국(HSI)에서는 범인 검거도 중요하지만 위장수사의 최우선적인 목적을 피해자 구조·보호에 두고 있다.”면서 피해자 구조·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박사방’ 수사에 참여한 수사관은 교육 후 소감을 밝히는 시간에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서 위장수사는 중요 단서 확보를 위해 필요한 수사기법이라고 생각하며, 법적 근거가 생긴 만큼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졌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찰청은 선발된 위장수사관과 전국 사이버·여청수사관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위장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 점검단’등을 운영해 위장수사 시행에 따른 문제점 및 보완 사항을 점검하고 지속해서 위장수사관 인력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위장수사를 통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경찰활동의 토대가 마련됐고, 이를 뒷받침할 민·형사상 면책규정이 도입됐다.”면서, “위장수사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도 “온라인 그루밍 행위 처벌과 신분비공개·위장수사 시행을 계기로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더욱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