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김명수 대법원장은 11일 ‘오경미’(52세, 사법연수원 25기)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고등법원 판사를 임기만료로 퇴임하는 이기택 대법관의 후임 대법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임명제청했다.
대법관은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따라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다음달 17일 퇴임하는 이기택 대법관(62세, 14기)의 후임 대법관 후보자로 국민들의 대법관 제청대상자 천거를 받아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가 추천한 3인의 후보자인 손봉기(55세, 22기)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와 하명호(52세, 22기)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리고 오경미 고등법원 판사의 주요 판결 및 업무 내역 등을 공개하고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법원 내·외부로부터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는 1968년 12월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이리여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했고 1993년 제35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25기로 수료했다. 1996년 서울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창원지법·서울지법남부지원·부산지법 판사,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사법연수원 교수, 부산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고등법원 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직무대리,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부장판사 직무대리 등을 역임하며 약 25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는 2020년 11월 전북지방변호사회의 2020년도 법관평가에서 우수법관으로 선정됐고, N번방 사건 등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각종 신종 성범죄에 관한 연구를 위해 다수의 법관이 함께 창립한 대법원 산하 커뮤니티인 ‘현대사회와 성범죄 연구회’의 창립발기인이며 초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번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자 선정과정에서 공개된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의 재산총액은 15억 1,569만 3천원이며, 본인 및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의 부동산 재산내역으로는 충주시 앙성면 본평리의 주택 및 대지 소유권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아파트 등의 임차권이 있다.
자녀의 병역사항과 관련해서는 만 5세 때 발달장애 진단을 받은 이래 성인이 될 때까지 계속 특수치료를 받아왔고 최근 우울증, 아스퍼거증후군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아들이 금년 5월, 4급[심리적(전반적) 발달장애], 7급(달리 분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적 상태)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소집대상(군사교육소집제외대상) 처분됐다.
대법원 공보관실 관계자는 “대법원장은 사회 각계의 의견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후보자를 대법관으로 임명제청하고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3명의 대법관 후보자의 주요 판결 또는 업무 내역을 공개하고 공식적 의견제출절차를 마련해 사법부 내·외부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면서, “대법원장은 후보자 중 사법부 독립과 국민의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대한 확고한 신념 등 대법관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을 갖추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폭넓은 법률지식 등 뛰어난 능력을 겸비했다고 판단한 오경미 광주고등법원 전주재판부 고등법원 판사를 임명제청했다.”고 제청경위를 밝혔다.
대법원은 “(오경미 고법판사는) 1996년 서울지법 판사로 임관한 이래 약 25년간 각급 법원에서 다양한 재판업무를 담당해 해박한 법률지식과 뛰어난 실무능력을 갖추고 있다. 당사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훌륭한 재판진행과 해박한 법리와 높은 식견을 바탕으로 섬세하고 치밀하게 사건을 파악함으로써 구체적 사안에서 가장 적합한 결론을 도출하여 소송관계인들로부터 신뢰가 두텁다. 또한 법령, 판결문 등에 사용된 법률문장의 문제점을 바로잡아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구현하는데 관심을 두고, 연구와 강의에 힘쓰는 등 판결문 문체의 순화, 개선에 기여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어 선후배 동료 법관과 직원들로부터 두루 신망을 받고 있으며, 재판실무 개선을 위한 다양한 연구활동에 참가해 해박한 지식과 사려 깊은 배려로 연구회원들의 연구활동을 적극 도와 왔다.”면서 ‘해박한 법률지식과 탁월한 실무능력을 갖춘 법률가’라고 소개했다.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의 주요 판결로는, 우간다 여성이 본국에서 양성애자로서 체포 등 위협을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며 난민 요건에 해당함을 주장하면서 난민신청거부처분 취소신청을 한 사건에서, 난민법에 대한 이해와 법리를 바탕으로 소수자, 약자로서 신청인이 놓인 상황과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면서 추가 심리를 한 후 난민 지위를 인정했고,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 동급생들의 학내 언어폭력 및 폭력행위 등으로 집중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하다 투신자살한 사고 관련 항소심 사건에서 또래 간 SNS 및 학내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 반복적 언어폭력이 갖는 집단성, 폭력성과 위법성에 주목해 학교 폭력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한 1심과 달리 가해학생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또 화학약품 운송선에 근무했던 항해사가 승선 중 발병한 두드러기 등이 직무상 질병이라고 주장하며 요양보상금 등을 구한 사건에서, 화학약품 운반선에서 근무한 선원이 근무 중 화학약품 탱크소독 등의 업무 과정에서 화학물질 밀접 접촉 가능성이 높음을 들어 피부병의 일종인 두드러기와 직무와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요양보상금 등을 지급하도록 해, 화학약품 운반선 선원의 직무상 발병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취약한 근로환경에서 작업하는 화학약품 운반선 근로자를 보호했다.
오경미 대법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되면, 대법관 13명 중 기존 박정화(2017년 7월 임명)·민유숙(2018년 1월 임명)·노정희(2018년 8월 임명) 대법관에 이어 여성 대법관이 4명으로 늘어나며, 역대 8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