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무부(장관 박범계)는 사회·경제적 약자인 수사단계 피의자에 대해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수사초기부터 종결 시까지 변호인의 조력을 제공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및 ‘법률구조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13일 입법예고했다.
법무부는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범죄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국민’(피의자) 중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법무부가 주도하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구조대상을 지나치게 확대함으로써 국민의 소중한 세금을 ‘돈 있는 중범죄자’에게 낭비하는 보여주기식 제도로 전락할 것, 기소 주체인 검찰을 감독하는 기관인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운영주체로 참여하는 것은, 변호인의 존재 이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법률구조의 질적 수준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법무부 이상갑 인권국장은 “향후 유관기관과 계속해 의견을 조율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후 연내 개정 법률안을 국회 발의해 제도가 신속히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대상자 요건
먼저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게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제공하고자 하는 도입취지에 따라, ‘필요적 국선’과 ‘신청에 의한 국선’ 별로 대상자 요건을 한정했다.
‘미성년자, 70세 이상인 자, 농아자, 심신장애자 등 사회적 약자와 기초생활수급권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 약자가 단기 3년 이상 법정형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혐의로 출석요구를 받는 경우’에는 필요적으로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필요적 국선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법령에서 정하는 요건에 따라 경제적 자력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의자의 신청에 따른 심사를 거쳐 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
필요적 국선은 수사기관이 대상자에 대해 출석을 요구할 때 형사공공변호공단(형사변호공단)에 이를 통지하고, 형사변호공단은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신청에 의한 국선은 피의자가 형사변호공단에 국선변호인 선정을 신청하면, 형사변호공단이 경제적 요건 등을 심사 후 피의자국선변호인을 선정한다.
형사변호공단에 의해 선정된 국선변호인은 수사 초기부터 수사 종결 시까지, 피의자와의 상담, 피의자 신문절차 참여, 변호인 의견서 제출 등의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한다.
수사 종결사유는 ‘① 검사로부터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받은 때, ②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이 확정되는 때, ③ 피의자가 구속영장 청구 또는 체포·구속적부심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국선변호인 선정을 받겠다는 의사를 형사변호공단에 통지한 경우, ④ 피의자의 의사에 따라 다른 변호인이 선임되는 때’이다.
◆ 법무부 산하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 및 운영 방안
▶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주체의 지향점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운영주체는 외부 개업변호사를 위촉해 피의자국선변호인 명부를 작성해 두고, 수사기관으로부터 선정이 필요하다는 통지를 받을 때에 신속하게 변호인을 선정해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직접 변호를 담당하는 기관은 아니고, 국선변호인 선정 절차를 수행하는 행정적 지원기관의 성격을 갖는다.
한편, 운영주체는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사건들에 대응해 신속하게 변호인을 선정해 주어야 하므로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효율적으로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는 기관이어야 한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에는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이 투입되므로 운영 주체를 정함에 있어 그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피의자국선변호인의 독립적인 변호 활동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 형사공공변호공단 설립을 통해 공공성·책임성 확보
법무부는 “기관 운영에 있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소관부처에 의한 관리·감독이 필수적이다. 법무부는 피해자국선변호 사업수행, 법률구조법인 관리·감독 등의 영역에서 그 동안 전문성을 쌓아 왔으므로 형사변호공단의 관리·감독 기관으로 적합하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유관기관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운영에 대한 공공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면서도 개별 변호활동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운영주체를 구상했고, 그 결과 ‘법률구조법’에 따라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법을 몰라서 법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의 기본적 인권 옹호 및 법률복지 증진을 위해 설립되어 법무부에 등록된 법인인 법률구조법인의 한 유형으로 형사공공변호공단을 설립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해외입법례도 법무부 산하 기관으로 피의자에 대한 국선변호제도를 운영하는 사례가 일본, 호주, 영국에 존재한다. 이처럼 법무부가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의 소관부처가 돼 형사변호공단의 예산 편성, 집행 등을 지도·감독함으로써 국민들의 소중한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 “형사변호공단의 운영에 있어 서울에 중앙 행정조직을 마련하되, 지역 거점별로 지부를 설치하고 전담 인원을 배치해 국민들의 접근성과 편익을 높이고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형사공공변호공단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 보장 방안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운영에 있어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했다.
이사회의 구성에 법무부의 관여를 최소화 했다. 형사변호공단의 이사회는 법원·법무부·대한변협이 각 3인, 한국법학교수회 회장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이 각 1인씩 추천하는 총 11명의 이사로 구성된다.
또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위해 법원·법무부·대한변협은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이사 1명씩을 각 포함해 추천하도록 해, 법조 직역 외의 민간영역도 참여하게 함으로써 국민 편익 제고 관점에서 제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형사변호공단의 이사장 및 사무처장은 이사 중에서 이사회 의결로 선출하도록 규정해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자 했다. 또한 이사에 대해 3년의 임기와 1차례 연임을 보장했으며, 직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규정을 두었다.
피의자국선변호인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가 전권을 갖고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이사회는 형사변호공단의 중요 사항을 심의·의결하게 되는데, 그 중 피의자국선변호인 운영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은 이사회의 심의·의결을 반드시 거치도록 규정해 형사변호공단의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또한 형사변호공단 운영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① 구체적 변호사건에 대해 법무부장관이 지시나 명령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② 변호인 선정·평가 등 국선변호인의 관리·운영을 위한 규칙은 법무부장관의 승인 없이 이사회 결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제정할 수 있도록 했으며, ③ 국선변호인의 관리·운영을 위한 사항에 대해서는 법무부가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그리고 법무부장관이 ① 감사를 선임하거나, ② 이사를 해임하는 경우 및 ③ 회계, 재산 등에 대한 지도·감독을 하고자 할 때에는 유관기관인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의 의견을 사전에 청취하고, 최종 결과를 통지하여야 할 의무를 부여했다.
법무부는 공공성, 책임성 확보를 위해 법무부 산하에 형사변호공단을 설립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의 운영주체로 하되, 형사변호공단의 독립적 운영방안을 마련해 운영 및 변호의 독립성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했다.
◆ 형사공공변호공단의 도입 필요성 및 기대효과
▶ 수사절차에서의 인권침해 여부를 감시해 무고한 사법피해자의 발생 방지
법무부는 “범죄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라 하더라도 법원에서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을 받는 국민으로서 인권보호의 대상”이라면서, “특히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은 경험과 법률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범죄혐의를 받고 수사기관에 소환되는 경우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여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모티브가 되었던 ‘이춘재 연쇄살인사건’, 영화 <재심>의 모티브가 되었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지적장애인인 피의자에 대한 폭행과 자백강요가 문제되었던 `삼례나라슈퍼사건’과 `낙동강변 살인사건’등의 공통점은 사법 피해자들 모두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었고, 수사기관의 자백강요, 고문, 가혹행위 등에 의해 피해를 입었음에도 수사과정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 비율은 약 1%로 추산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위와 같은 사법 피해자는 언제든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면서, “따라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수사기관에 의한 폭행, 협박, 허위자백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를 방지하고,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이 법률전문가인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정확하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함으로써 무고한 사법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수사절차상 변론권 실질적 보장해 국민들의 사법시스템 신뢰 제고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면 형사변호공단에 의해 선정된 피의자국선변호인이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국민들을 위해 수사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이러한 절차를 통해 피의자국선변호인이 수사기관에 의한 적법절차 위반 및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점검함으로써,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국민들이 수사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 “수사기관 출석 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변소하지 못하는 사회적·경제적 약자에게 국가가 국선변호인을 선정해 줌으로써, 피의자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수사단계에서의 변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 줄 것 이고,그 결과 사회적·경제적 약자인 국민들은 그들의 책임에 맞는 수사기관의 처분을 받게 돼 국민들의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 향상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