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기능검정원이 운전면허 장내기능시험 전자채점기를 임의로 조작했더라도 사적이익 등 부정한 목적이 없었다면 지방경찰청장이 처분한 6개월의 자격정지는 가혹해 감경해야 한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실수로 응시생 검정순서를 바꿔 장내기능시험을 실시한 후 오채점을 정정처리하지 않고 전자채점기를 임의로 조작한 기능검정원에 대한 6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을 감경사유 적용해 3개월로 감경했다고 8일 밝혔다.
자동차운전학원에서 11년 이상 근무해 온 기능검정원 A씨(70세)는 장내기능시험 진행 도중 착오로 응시생 B씨의 검정순서에 응시생 C씨를 검정했다. C씨는 주차탈선 등 점수미달로 시험에 불합격했다.
이후 A씨는 응시생 C씨의 검정순서에 와서야 응시생을 바꿔 검정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응시생 B씨에게 “당일 같은 이름으로 검정을 볼 수 없어 부득이 불합격 시켜야 한다.”고 양해를 구하고 3일 후 응시하도록 했다.
A씨는 이미 불합격한 응시생 C씨의 검정차량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시동을 켜고 기어변속 감점과 안전띠 미착용으로 전자채점기를 조작해 실격시켰다.
경찰청의 ‘자동차운전면허 업무지침’에 따르면, 이런 경우 즉시 검정을 중지한 후 시험장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또 응시생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시험 진행 전인 응시생 B씨에 대한 검정을 진행해 학사관리시스템에서 대상자 정정처리를 해야 한다.
A씨는 “응시생 C씨의 검정차량에 대해 전자채점기를 조작해 불합격 시킨 것은 어느 한 사람을 불법적으로 합격·불합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불가피한 절차상의 문제였다.”면서 6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면서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씨에 대한 처분이 위법하지는 않으나 A씨의 위반행위가 사적이익 등 부정한 목적이 아닌 당시 취해야 할 조치를 충분히 숙지하지 못해 발생한 단순 실수나 오류”로 보면서, “당시 A씨가 응시생 B씨에게 3일 후 재시험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응시생 B씨가 이에 동의하는 등 위반의 내용·정도가 경미해 교육생에게 미치는 피해가 적다고 보이는 점, A씨가 11년 이상 기능검정원으로 근무해 왔고, 70세에 이르도록 여전히 모범적으로 근무해 온 점 등을 고려할 때 6개월의 자격정지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 민성심 행정심판국장은 “이 사건은 행정처분의 감경사유를 적극 적용해 청구인의 권리를 구제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