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경찰서 내부에 시설안전 목적으로 설치된 CCTV 영상자료를 근거로 정직 징계를 받은 경찰관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최근 '전부 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위원장 조지훈)가 20일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공공감사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해 사용자의 CCTV를 통한 근태관리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고 비평하면서, 이에 항소를 제기하고 공공감사법의 해당 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6단독 이태우 부장판사는 경찰관 A와 B씨가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천5백만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서울중앙지방법원 2018가단537551)에서 2021. 5. 12. 전부 기각 판결을 선고하고, 이 소송 과정에서 제기된 원고들의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도 기각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카기50210 결정).
A, B씨는 지방 경찰서에 근무하는 경찰관들로 청문감사관이 감찰활동을 통해 확보한 증거자료에 기초해 근무태만 등을 이유로 각 정직 2개월과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청문감사관은 내부 절차를 위반해 해당 경찰서에 시설안전을 목적으로 설치된 CCTV에 촬영·저장된 약 1개월 간의 모든 영상자료를 담당자로부터 제공받았다.
원고들은 소송 과정에서 국가가 목적 외로 광범위한 CCTV 영상자료를 수집한 뒤 분석해 확인된 근무태만 행위를 모아 이를 비위행위로 중징계를 한 행위가 ‘개인정보처리자가 수집목적 범위를 초과해 개인정보를 이용하거나 그 범위를 초과해 제3자인 청문감사관에게 제공’한 행위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위반이라는 점을 주장했고, 아울러 국가가 시설안전을 목적으로 한 CCTV 영상자료 수집의 법적 근거로 제시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 제20조 제1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이태우 부장판사는 “공공감사법에 따라 ‘감사’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CCTV 영상수집이 허용된다.”면서, “내부절차를 위반해 CCTV 영상자료를 수집한 것이 개인정보 목적 외 활용 및 제3자 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에 대해 민변은 “법원은 이 사건의 기초사실에 대해, 국가인원위원회가 2017. 11. 16. ‘경찰청장에게, 자체감사시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영상정보가 요건 및 절차에 맞게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해 실태점검을 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원고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를 인정하는 취지의 결정을 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 또한, 경찰 조직 내부적으로 시설안전을 목적으로 설치된 CCTV 영상자료로 근태관리 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공문이 지속적으로 공지되어왔던 사실 역시 간과했다.”면서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또 “법원은 무엇보다 공공감사법 제20조 제1항은 ‘감사기구의 장은 자체감사를 위해 필요할 때 직원에게 관계서류, 장부 및 물품 등의 제출 요구를 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시설안전 목적으로 설치된 CCTV 영상이 저장된 USB를 위 조항의 ‘물품 등’에 포함된다고 보아, 입법자가 예정하지 않은 기본권 침해를 야기하는 해석을 했다. 또한, 청문감사관이 수집한 영상자료는 무려 약 1개월 간의 일상 생활을 담은 영상 정보에 해당하는데, 이는 “제1항 각 호에 따른 조치는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공공감사법 제20조 제2항에도 명백히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이번 판결은 공공감사법의 적용을 받는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에 대해 사용자의 CCTV를 통한 근태관리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다.“라면서, ”아무리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서 근무한다고 하더라도 일과시간 중 자신의 모든 행위가 CCTV로 녹화가 되고 이것이 징계의 근거로 사용된다는 것을 감내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하루에 5분~10분씩 자리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도 한 두달치의 CCTV를 모아서 쉬는 장면만 연결해서 보여주면 근무태만에 해당되지 않을 수가 없다. 또한 CCTV를 통한 감찰이 광범위하게 허용되는 경우 실적을 위한 표적감사 등의 부작용도 당연히 예상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일상적 생활을 감시받는 원고들과 같은 노동자들의 정신적 고통, 생활상 불이익의 정도와 수준이 전혀 판결에 고려되지 않았다. 하루의 상당시간을 보내는 근무 장소가 심각한 인권침해의 현장이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는 끝으로 ”감사를 목적으로 한 CCTV 활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어서는 안될 것이고,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도 법률에 의한 세부적인 규율이 필요하다.“면서, ”우리 위원회는 감찰 목적 CCTV의 활용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취지의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위 판결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에 우리 위원회는 원고들을 대리하여 위 판결에 항소를 제기하고, 공공감사법 제20조 제1항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