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는 지방세 담당 공무원이 개인별 구체적 체납정보를 마을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재발방지 위한 직무교육 실시와 철저한 관리 감독을 권고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상남도 A군 주민인 강 모씨는 올해 6월경 같은 마을 주민인 이장으로부터 “왜 자동차세를 체납하냐?”며 체납세금 납부를 독촉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에 강 씨는 같은 날 면사무소 지방세 담당 공무원과 감사담당 공무원에게 자신의 자동차세 체납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면사무소 지방세 담당 공무원인 유 모씨가 자동차세 체납자들의 이름, 전화번호, 체납내용, 체납액, 부과일자 등 정보를 마을 이장들에게 전달하고 납부 독려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러한 행위는 개인정보 침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해당 공무원 유 씨는 한정된 인력으로 다수의 체납자들의 세금 납부를 독려하는데 한계가 있어 조례·규칙상 읍·면장이 임명하고 공무를 도와줄 수 있는 이장들에게 체납사실 안내 및 징수 독촉 업무를 위임하고 있으며, 이장회의에서 체납자 명부를 이장들에게 제공하면서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특별한 주의를 당부했다고 주장했다.
지방세 총괄 부처인 행정안전부도 공무원이 이장에게 체납세 징수 독려를 목적으로 관할 구역 내 체납자의 과세정보를 제공했고, 그 과세정보가 체납세액 징수독려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다면, ‘지방세기본법’ 등 관련 법령에 위반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정문자, 위원 한수웅·김기중)는 “체납정보는 사회통념 상 당사자의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조세와 관련한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한 개인정보로 볼 수 있고, 제3자 공개 시 당사자가 받게 될 명예와 신용의 훼손 등 피해가 커, 당사자 동의 없이 체납 관련 개인정보를 이장에게 제공한 것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유래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체납자 납세 독려는 마을 방송, 현수막, 문자메시지 발송 등 다양한 안내 방법이 가능해 이장들에게 체납자 개인별 정보를 제공한 것이 조세업무 수행에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통상 이장이 납세 독촉 고지서의 단순 전달이나 통지 업무를 할 수는 있으나, 체납자들의 구체적인 체납액 등을 확인해 체납자 개개인에게 독촉 전화 등을 하는 업무까지 수행하는 것은 조례 등에 위임된 이장 업무의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