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이 21일(금) 취임했다.
앞서 헌법재판소장(유남석) 임명동의안은 20일 오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재적의원 299명 중 229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185표, 반대 40표, 무효 4표로 가결됐다.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국회에 20일까지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날까지 채택하지 않자 김 대법원장은 21일 이석태·이은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고,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후 4시 헌법재판소 대강당에서 헌법재판관 등 재판소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이석태·이은애 헌법재판관의 취임식을 개최했다.
다음은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과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
헌법재판소장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라는 국민의 대표자의 신임을 받고, 여러분 앞에 서니, 막중한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오늘의 재판소를 만들어 내신, 여러분과 함께 한다면, 우리의 빛나는 전통과 당당한 현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올해는 헌법재판소가 설립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우리 재판소는 그동안 수많은 결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 왔고,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법의 지배를 기반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헌법은 이제 모든 국가행위의 기준이자, 국민의 삶 속에, 살아 있는 규범으로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우리 재판소는 국민에게 가장 신뢰받는 국가기관이자, 세계 각국이 인정하는 모범적인 헌법재판기관으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자유롭고 평등한 민주사회를 향한 국민의 열망에, 우리 재판소가 혼신의 힘을 다해 응답해왔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재판소가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이루어낸, 최고의 자산이자 빛나는 전통입니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헌법의 근본가치는,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조규광 초대 소장님을 비롯한 역대 소장님들과 재판관님들, 그리고 헌법연구관 및 직원 여러분들이 가꾸어 오신, 선례와 조직문화를 존중하겠습니다. 이를 디딤돌 삼아, 앞으로도 헌법의 정신과 원리가, 국민의 삶 속에 온전히 구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 우리는, 3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 발달, 소득 양극화, 저출산ㆍ고령화, 기후변화 등은 과거에는 상상 밖의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헌법원칙과 이론도,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 화석처럼 굳어버려, 한낱 장식품으로 전락할지 모릅니다.
우리가 지켜온 헌법 원리와 원칙이, 변화하는 사회현실과 시대정신을 충분히 수용하여, 미래의 길잡이가 되게 하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대응하여야 합니다. 국민의 법의식, 가치인식과 소망이, 어디를 지향하는지 살피고, 또 살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에 효력을 미치지만, 강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힘은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설득력이 뒷받침되어야만 생명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정의 설득력은, 결론에 이르는 이유의 정당성에서 나옵니다. 이를 위해 재판의 모든 과정에서, 폭넓은 조사, 깊이 있는 연구와 사색, 객관성과 일관성을 갖춘 논증, 그리고 민주적인 토론이 더욱 장려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우리는, 지난 30년 동안 이루어낸 양적 성장에, 질적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구성원 여러분,
헌법재판소의 본분은 재판입니다. 헌법재판을 통해, 인간의 존엄과 자유, 평등을, 국민의 삶 속에 정의롭게 구현해 내는 것이, 우리의 사명입니다. 사건의 심리와 심판, 조사와 연구, 행정 등 재판소의 모든 업무는, 이러한 사명을 위해 설계되고 수행되어야 합니다. 재판부, 연구부, 사무처 모두, 재판 업무를 중심으로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재판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재판에 대한 신뢰의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여기에는 예외가 없습니다. 정치적 사법기관이라 불리는 헌법재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건의 접수에서부터 결정의 선고에 이르기까지, 모든 절차에서, 그리고 그에 관여하는 구성원 모두가, 중립성을 유지하여, 외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흔들림 없는 독립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잘하기 위해서는, 재판관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역할과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양한 직역에서 오신 분들로 이루어진, 신생조직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조직 체계를 점검하고, 우리 기관에 알맞은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할 시점입니다. 이를 통해 헌법재판소가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펼칠 수 있는 장이 되도록 만들겠습니다. 재판소 구성원 여러분도, 보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헌법연구관의 폭넓은 자료 수집과 조사가 가능하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 하겠습니다. 깊이 있는 연구와 자유롭고 활발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연구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겠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의 행정사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의 심리 및 심판을 지원하는 일이므로, 여기에 사무처의 역량이 우선적으로 집중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원활한 재판이 이루어질 때, 나머지 행정사무도 순조롭게 풀려나갈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연구원은, 현대사회의 새로운 헌법적 쟁점 및 헌법연구의 국제적 최신 동향을 파악하고, 그 연구 성과들을 활발히 공유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한 발 앞서 갈 때, 헌법재판의 미래를 충실히 대비할 수 있습니다.
존경하는 동료 재판관, 그리고 헌법연구관 및 직원 여러분,
우리 재판소를 구성하는 한 분 한 분의 역량은, 정말 뛰어납니다. 조직의 크기로 말하기보다는, 구성원 각자의 역량으로 말하는 것이,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저는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여러분 각자가 맡은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활발하게 펼치는 가운데, 조화를 꾀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지난 30년의 토대 위에서 새로운 30년의 길을 닦는 마음으로 헌법재판소를 가꾸어 갑시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헌법재판권을, 국민을 위해 올곧게 행사하여, 헌법에 생명력을 불어 넣읍시다. 헌법재판을 올바로 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사랑과 신뢰를 받고, 국제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재판소를, 함께 만들어 갑시다.
사랑하는 헌법재판소 가족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항상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9. 21.
헌법재판소장 유 남 석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