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공개 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공익과 기본권 침해정도 등을 합리적으로 고려해 인적사항을 비공개할 것을 병무청장에게 권고했다고 31일(목) 밝혔다. |
(병무청 웹사이트의 병역기피자 공개화면과 인권위 결정문 발췌 편집) |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연말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A씨는 민간대체복무를 기꺼이 이행할 의사가 있으며, 현재 병역법 위반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병무청이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대해 병무청은 “당사자가 현역병 입영을 기피해 ‘병역법’ 제81조의2에 따라, 위반사유로 고발했고 절차에 따라 인적사항 등을 적법하게 공개한 것”이라면서,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는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을 일반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병역기피자가 자진해 성실히 병역을 이행하도록 하고, 향후 병역의무를 이행해야 할 사람에게는 사전에 병역기피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5. 7. 1.부터 시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전원위원회는 먼저 “현행 ‘병역법’에는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 공개가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에는 보다 구체적으로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원회가 질병, 수감 또는 천재지변 등의 사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위 위원회가 병역의무 기피자를 공개할 실익이 없거나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적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우리 헌법과 국제인권규범 등에서 인정하는 양심의 자유에 해당하는 권리다. 세계 역사상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지속적으로 처벌돼 왔음에도, 전쟁과 살상에 반대하는 가치를 수호하려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는 사라지지 않았다. 국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대부분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하면서도 종교적 양심을 이유로 병역의무를 거부하고 있다.”면서, “최소한 피해자나 그 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해서는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가 추구하는 병역 이행 및 기피 예방이라는 목적에 적합한 실효적인 기능을 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따라서 “이 사건의 경우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할 실익이 없거나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되며, 실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인적사항 등을 공개한 것은 피해자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피진정인(병무청장)은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고 대체복무를 희망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는 병역의무 기피의 사유, 공개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공익적 실익과 병역의무 기피자의 기본권 침해 정도 등을 고려해, 그 인적사항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한편, 인권위의 이 사건 다수의견에 대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종래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다수의견과 같은 내용의 권고를 하는 것은,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체적으로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 서로 다른 내용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법치국가적 법적 안정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병역의무 기피자 공개제도의 일반예방적 효과까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며, 오로지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당사자의 주장에 기초하여 신상공개에 대한 예외를 허용하는 것은 모든 국민의 평등한 부담을 요청하는 평등원칙에도 반하는 자의적인 조치다”라는 한위수·한수웅 인권위원의 반대의견이 있었다.
◎ 이 사건 관련 법규정
◆ 병역법 제81조의2(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의 공개)
① 병무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인적사항과 병역의무 미이행 사항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할 수 있다. 다만, 질병, 수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3. 정당한 사유 없이 현역 입영 또는 사회복무요원 소집이나 군사교육소집에 응하지 아니하는 사람
◆ 병역법 시행령 제160조(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 등의 공개)
① 법 제81조의2제1항 각 호 외의 부분 단서에서 "질병, 수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법 제81조의2제2항에 따른 병역의무기피공개심의위원회(이하 이 조 및 제161조에서 "위원회"라 한다)가 질병, 수감 또는 천재지변 등의 사유로 병역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부득이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2. 위원회가 법 제81조의2제1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하 이 조에서 "병역의무 기피자"라 한다)을 공개할 실익이 없거나 공개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