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주점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잠을 자다 경찰의 귀가 권유를 받자 화가 나 경찰의 멱살을 잡아 흔들고 주먹으로 입술을 가격해 폭행한 30대 남성에게 초범임에도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
(울산지방법원 청사) |
울산지방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6월 중순 울산 남구 대학로의 한 주점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바닥에 드러누워 잠을 자다가, 주점 측의 112 신고를 받고 새벽 1시 25분경 출동한 울산남부경찰서 지구대 소속 순경 B로부터 귀가를 요청받았다.
그런데 A씨는 B가 자신을 흔들어 깨웠다는 사실에 화가 나 욕설을 하면서 B의 멱살을 잡아 수 회 흔들고 주먹으로 입술 부위를 1회 가격하는 등 폭행했다.
검찰은 “A씨가 경찰관의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했다.”며 A씨를 울산지방법원에 기소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울산지방법원 형사5단독 안재훈(사법연수원 34기) 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인이 부담한다.”고 판결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이 사건 재판과정에서 A씨 및 변호인은 변론을 통해 “범행 당시 피고인은 만취로 심신상실 상태에 있었으므로 B씨가 경찰관이라거나 피고인이 폭행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안재훈 판사는 “피고인이 범행당시 심신상실 상태였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B가 경찰관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폭행했다고 인정된다.”며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안 판사는 먼저 “B순경이 사건 당시 경찰제복을 입고 있었고, 피고인에게 경찰관임을 수회 고지했으며 순찰차로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말했으며, 피고인은 B에 대해 한참동안 욕설을 하다가 B를 폭행했다.”면서, “이는 누군가가 자신을 깨우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폭행으로 나아간 것인바, 피고인은 의사소통이 가능한 상태였다.”고 봤다.
이어,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대로 일어서서 B순경의 정확히 목 부분의 멱살을 쥐어 잡고 흔들다가 입술부분을 밀어 폭행했다. 의식이 없을 정도로 만취한 자의 몸놀림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장소인 주점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는 F미식당에서 술을 마신 후 주점으로 왔고, 증인 G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주점에서는 양주 한 잔 정도만을 마셨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이 주점에서 마신 술로 인하여 갑자기 인사불성이 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며, 이 사건 주점도 피고인이 술이 취해 우연히 온 곳이 아니라 피고인이 자주 들르던 곳이었을 뿐만 아니라, 주점에 와서도 미리 신용카드를 교부해 계산을 하는 등 매우 정상적인 행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안 판사는 “술에 취하여 범행 당시의 행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과 술에 취하여 심신상실 내지 인식불가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즉, 술에 취하여 범행 당시의 행동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여 그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 내지 인식불가의 상태에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앞서 본 정황에 비추어 보면, 설령 피고인이 술에 취해 당시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범행 후에 술이 깨고 나니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일 뿐, 피고인이 범행당시 심신상실 내지 인식불가의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안재훈 판사는 이 사건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초범인 점은 유리한 정상이나, 피고인은 명확한 인식하에 정당한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하고서도, 경찰관임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는 둥, 폭행행위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취했다는 둥의 변명을 하며 중대한 범죄행위에 대한 처벌을 피해가려고 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이 겉으로는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나 반성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집행방해는 법치국가에서는 일어나서는 아니 될 매우 중대한 범죄이고,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립에 대해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는 만큼, 반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인정되면 이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 “더욱이 주취로 인한 범죄가 사회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술에 취하였음을 내세워 죄를 면해보려는 시도에 대하여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훈 판사는 “위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실형을 선고하고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양형기준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으므로 구형보다 높은 형으로 형량을 정한다. 더불어 형을 정함에는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범행 동기 등 여러 양형요소를 종합했다.”고 판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