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자격 및 면허취득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문 발췌 편집)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이와같은 이유로 국무총리에게 현행 법령에서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관련 27개 결격조항이 폐지 또는 완화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인 정비 대책 마련과 시행을 권고하고, 보건복지부장관에게는 올해 4월 시행된 ‘사회복지사업법’의 정신장애인 사회복지사 자격취득 관련 결격조항 폐지를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정신질환자·심신상실자·심신박약자 등 정신장애 관련 사유를 자격·면허 취득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법률은 모두 28개에 이른다.
‘모자보건법’ 상의 산후조리원 설치 운영 면허 등 6개 법률은 정신장애인의 자격이나 면허 취득을 절대적으로 제한하고 있고, ‘공중위생관리법’ 상의 이용사·미용사·위생사 등 17개 법률은 원칙적으로 정신장애를 결격사유로 규정하면서 정신과 전문의 진단 등으로 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다고 인정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 상의 운전면허 등 4개 법률은 의사의 진단 등으로 위험성이 인정될 때만 결격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올해 4월 25일 시행된 ‘사회복지사업법’까지 정신장애인을 원칙적으로 사회복지사 결격 대상자로 새로 추가해, 한국정신장애연대 등 정신장애인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 법은 정신질환 투병과정을 거쳐 병세가 호전되거나 완치된 정신장애인들 중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거나 평생교육원, 학점은행, 사이버대학 등을 통해 사회복지사가 되려는 이들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검토한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정신장애인의 자격․면허취득을 제한하는 다수의 현행법 결격조항들은 정신질환을 직업자격 심사에 있어 잠재적 위험성과 무능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전제하고 있다.”면서, “수많은 의학적 질환 중 정신질환만이 업무상 무능력과 잠재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구체적 근거를 찾기 어렵고, 다른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 가능하거나 치료과정에 있는 것이며, 업무적합성과 위험성 여부의 판단은 그 경중과 치료경과에 따라 달라져야 함에도 검증 절차 없이 법률로 배제하는 것은 현저히 합리성을 잃은 조치”라고 판단했다.
또한,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도 정신질환 자체를 치료의 과정이 아닌 고정적 지위로 보아,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강한 사회적 분위기를 감안하면 예외적인 구제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국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인권위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정신건강복지법’의 정신질환자 정의를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하는데 지장이 있는 자’ 등 객관적인 상태를 규정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하고, 판단의 기준과 절차 역시 개별 심사규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울러 “결격사유로 지정된 이후에도 소명이나 청문절차 등 구제절차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끝으로 인권위는 “현대사회에서 정신질환이 보편화되고 그 종류가 다양해짐에 따라 정신건강 관리의 중요성 역시 높아지고 있음에도, 정신질환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편견에 편승해서 법률로써 사회복귀 및 통합의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하는 불합리한 조치로 판단된다.”면서, “헌법 및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등 국제인권규범과 상충되며 정신건강복지법의 입법취지에도 반하는, 다수 법률에서의 정신장애인 자격제한 제도는 폐지 또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