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김상조)가 아파트 회계감사 보수와 관련해 공정거래법 상 ‘부당한 공동행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혐의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이를 주도한 윤모 상근부회장 및 심모 심리위원을 검찰에 고발하고, 5억원의 과징금도 부과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공인회계사법에 따라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모든 공인회계사 및 회계법인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법정단체다.

정부는 아파트 관리비 운영비리가 문제가 되자 공동주택 관리제도 개선방안의 하나로 2013년 12월 주택법을 개정해 2015년도부터 300세대 이상 아파트는 외부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외부회계감사 보수산정기준 결정과 구성사업자 통지

그런데, 공정위에 따르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정부가 아파트단지 외부회계감사 의무화를 추진하자 2013년 5월 회계감사보수 현실화 등을 목적으로 ‘공동주택 TF’를 구성했다.

공동주택TF는 당시 임의로 실시되던 공동주택 외부회계감사의 보수가 최저가 입찰 및 특정 회계법인에 의한 대량수주 등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하고, 감사보수 현실화 방안으로 Time-Charge 방식에 의한 감사보수 산정방안을 검토한 후 2014년에는 최소감사시간을 300세대 기준 100시간으로 정했다.

이어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014. 12. 30. 회계법인 등 구성사업자에게 공문을 발송해 2015. 1. 1.부터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철저히 준수할 것과, 100시간 준수여부를 중점감사(심리)할 예정임을 통지했고, 2015년 1월에는 주요 회계법인 등과 4차례의 간담회를 개최해 당시 회계감사 시장이 과다수임 및 저가수임 등으로 무질서하다면서 공동주택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의 준수여부를 중점감사할 예정임과, 회계법인의 시간당 평균임율이 55,000원~95,000원이라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후 한국공인회계사회는 3차례 더 추가 공문을 통해 구성사업자들에게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통지했고, 감사예정시간에 평균임률을 곱해 감사보수를 산정하는 내용이 반영된‘표준회계감사계약서’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기도 했다.

그러다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하자 한국공인회계사회는 2015년 4월 구성사업자에게 최소감사시간 100시간을 철회하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감사보수 120.7% 증가…96만9천원 → 213만9천원

그런데, 2015년도 아파트단지 외부회계감사 평균 보수수준은 213만9천원으로 2014년도 96만9천원에 비해 120.7%나 증가했다.

아파트는 2016년 기준으로 국민의 70%가 거주하는 생활공간이며, 외부회계감사 비용은 아파트 관리비를 구성하는 요소다.

이에 공정위는 2018. 4. 19. 전원회의에서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이러한 행위가 구성사업자간 외부회계감사 보수에 대한 가격경쟁을 제한한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해당된다고 결정하고, 이에 따라 시정명령(행위금지명령 및 법 위반사실에 대한 2개 중앙일간지 공표명령) 및 과징금 5억원(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액) 부과와 함께 사업자단체 한국공인회계사회 및 법 위반행위를 주도한 임원 2명[윤ㅇㅇ 상근부회장(사건 당시 공동주택TF 위원장)과심ㅇㅇ 심리위원(사건 당시 공동주택TF 감사보수 현실화 담당 위원)]을 각각 형사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는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 대해서도 아파트단지 외부회계감사 품질제고와 투명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제도개선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사건 적용 법조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① 사업자단체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1.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제1항 각 호의 행위에 의하여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 제28조(과징금) ① 공정거래위원회는 제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 제1항 각 호의 1의 규정에 위반하는 행위가 있을 때에는 당해 사업자단체에 대하여 5억원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제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 ① 사업자는 계약·협정·결의 기타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이하 “부당한 공동행위”라 한다)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여서는 아니된다. 1.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

반면, 한국공인회계사회측은 공정위의 이번 제재 결정에 대해, 그동안 회계법인들간의 과도한 감사 수주 경쟁으로 인한 ‘부실감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표준감사시간제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라면서 사법당국에 충실히 소명하며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의 이번 결정은 비록 아파트단지의 외부회계감사 품질제고와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지만, 사업자단체가 이를 빌미로 최소감사시간 설정 등을 통해 외부회계감사 보수에 대해 구성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이 됨을 분명히 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사건을 통해 사업자단체가 구성사업자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하는 행위에 대해 과징금 부과와 행위책임자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 등 엄중 제재함으로써, 향후 사업자단체들이 구성사업자간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스스로 억제하도록 경종을 울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 (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