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경찰이 직접 수사하고 검찰을 통해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법원은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청구’한 영장을, ‘경찰’이 직접 수사하고 검찰을 통해 청구한 영장보다 더 많이 거절했다는 의미다.
법원행정처가 진선미 의원실에 제출한 '영장 청구 및 발부 현황' 자료(진선미 의원실 제공자료 편집) |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 행정안전위원회)이 사법개혁특별위 업무보고를 위해 법원행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와 같은 내용이 통계로 확인돼 검찰이 영장청구권 독점의 주된 근거로 ‘인권보호’를 내세울 명분이 없다고 2일(월) 밝혔다.
형사절차에서 체포·구금·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하고자 할 때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필요로 하는 ‘영장주의’의 본질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게 영장 발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 법원이 직접 영장의 발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이를 수사기관의 판단에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결국 영장과 관련한 핵심은 ‘발부’이지 ‘청구’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검찰과 경찰이 아무리 영장을 청구해도, 법원이 영장을 발부해주지 않으면 체포·구금·압수·수색 등의 강제처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검찰은 경찰이 영장청구권을 가지게 될 경우 국민들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며, 검찰이 영장청구권을 독점하고, 경찰은 검찰을 통해야만 구속영장을 신청할 수 있는 기존의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2017년 대법원 법원행정처 통계에 의하면, 검찰이 직접 수사하고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이 경찰이 직접 수사하고 검찰을 통해 법원에 신청한 구속영장의 기각률보다 현저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법원에 청구한 구속영장은 22,720건 중 17,052건이 발부돼 평균 24.8%나 기각된 반면, 경찰이 검찰을 통해 신청한 구속영장의 경우 83,585건 중 69,169건이 발부돼 17.1%가 기각됐다.
압수수색영장의 경우, 검찰이 3년간 직접 청구한 압수영장은 26,9132건 중 26,054건이 발부돼 기각률이 3.2%인 데 비교해, 경찰은 516,178건 중에서 512,298건이 발부돼 기각률이 0.73%였다.
또 체포영장은 검찰이 직접 청구한 영장의 1.95%가 기각됐고, 경찰은 1.26%가 기각됐다.
진선미 의원은 “이러한 기각률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스스로 인권 침해 요소를 통제하지 못하고 무리한 영장청구로 법원에서 기각을 당한 것을 의미한다.”면서, “과연 검찰이 영장청구권 독점의 근거로 ‘인권보호’를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밝혔다.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서울 강동갑, 행정안전위원회) |
이어 “영장청구의 판단 주체는 법관이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영장청구권은 반드시 적시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청구되어야만 하는데, 검찰은 그동안 영장청구권을 독점하며 제 식구 감싸기 수단으로 악용해왔다.”면서, “수사기밀을 누설하거나, 부당하게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거나 영장을 거부하면서 경찰의 견제 기능을 무력화 시킨 게 그 증거이며 이는 검찰의 영장청구권 독점을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5월 실시된 대한변호사협회의 설문조사 결과도 응답자 54% 이상이 경찰에 대한 영장청구권 부여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변호사들 중 28.9%은 경찰에 체포구속영장·압수수색영장 모두 부여에 찬성했고, 25.3%는 압수수색영장 부여에만 찬성했다.
이는 경찰에 대한 영장청구권 부여의 구체적인 범위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그간 검찰이 독점해온 영장청구권의 폐해와 심각성에 일선 변호사들도 공감을 표한 것이다.
진선미 의원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개헌안과 관련해서도 “헌법에서 검찰의 영장청구권을 삭제한다고 해 곧장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전면적으로 부여되는 것도 아니다. 헌법 개정으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이 폐지되면, 영장청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범위는 향후 형사소송법 등 법률로 정할 사항으로 입법부의 치열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부분”이라면서, “오히려 특정한 경우에는 법률로 검사 이외의 자가 영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할 필요도 있는데, 현행 헌법 조항 때문에 그러한 법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며,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가의 헌법과 비교해도 영장신청권자를 헌법에 규정한 입법례는 없다.”고 설명했다.
진선미 의원은 끝으로 “헌법 개정 이후 형사소송법 등 개별 법률 관련 논의의 임무가 사개특위 위원들에게 주어져 있으니 앞으로의 활동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