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사실상 폐업해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업체의 퇴직근로자가 신청한 도산 등 사실 인정에 대한 노동청의 거부처분은 위법·부당하다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와 도산업체 퇴직근로자가 체당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됐다.
체당금은 기업이 도산해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가 사업주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임금 등을 국가(고용노동부)가 대신 지급해주는 제도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폐업한 A상사 퇴직근로자 C씨의 도산 등 사실인정 신청에 대해 A상사 사업주가 다른 곳에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A상사를 도산기업으로 인정하지 않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처분은 잘못이라고 결정했다고 29일(목) 밝혔다.
이에 따라 C씨처럼 임금 등을 지급받지 못하고 A상사를 퇴직한 근로자들은 체당금 지급청구 절차를 통해 최종 3개월분의 임금과 3년간의 퇴직금 등을 체당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동대문시장에서 원단 도소매업을 영위한 A상사는 자금사정이 나빠져 2015년 6월경부터 근로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기 시작하다가 2016년 3월 폐업하자 임금 등을 받지 못한 근로자 C씨는 A상사의 도산을 인정해달라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A상사가 있었던 곳에서 원단 도소매업을 하고 있는 B업체와 A상사와의 관계가 불명확하고, A상사의 사업주가 폐업 후에도 딸 명의로 별도의 사업장을 운영했으며, 강남 지역에서 중국 수출사업을 하고 있다는 진술을 근거로 사실상 A상사의 사업주가 계속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도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C씨는 A상사가 사업이 폐지되어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데도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청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해 달라고 지난해 7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B업체가 A상사 소재지에서 동종의 사업을 영위한다고 하더라도 두 업체 사이에 물적, 인적 조직의 포괄적인 양도 양수가 이루어졌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부족하며, A상사의 사업주가 딸의 명의로 운영하였다는 사업장도 2017년 2월경 이미 폐업되었고, 소재지 불명의 강남 지역에서 중국 수출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진술만으로 사업의 연속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또, “A상사는 2016년 3월경 5억 3천만원이 넘는 부채로 폐업하면서 원자재가 경매되었고, 근로자들도 모두 퇴사했으며, 사업주는 현재 소재가 불명확하고 노동청의 조사에도 응하지 않은 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태로 사업이 사실상 폐지돼 임금 등을 지급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임금채권보장법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도산을 인정하지 않은 노동청의 처분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이 C씨에게 한 도산 등 사실인정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행정기관이 한 각종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불복하고자 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민원, 행정심판, 행정소송의 3가지 방법이 있다.
구체적인 사안별로 가장 적합한 절차를 선택해야 하는 데, 일반적으로 행정심판은 결정을 권고의 형식으로 내리는 민원에 비해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강력한 법적 효력이 있고, 3심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며 위법성만 판단하는 행정소송에 비해서는 신속·간이하고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위법성, 부당성, 합목적성까지 판단해 구제의 폭은 훨씬 넓어 국민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한 권익구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5월 1일부터는 개정 행정심판법에 따라 행정심판에 갈등의 조기해결을 위한 ‘조정’ 제도가 도입돼, 행정심판위원회는 사건의 법적·사실적 상태와 당사자 및 이해관계자의 이익 등 모든 사정을 고려한 후 당사자의 동의를 받아 심판청구의 신속하고 공정한 해결을 위해 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11월 1일부터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행정심판 ‘국선대리인’ 제도가 시행돼, 행정심판 청구인이 경제적 능력으로 대리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행정심판위원회에 국선대리인 선임해 줄 것을 신청할 수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