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가 8일(목)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 ‘수사지휘권’을 삭제하고 ‘영장청구권·수사종결권’은 현행 유지 보완하는 내용의 ‘검·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을 발표했다.
법무부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 발표 모습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017. 10. 30.부터 2018. 2. 5.까지 10차례 걸친 논의 끝에 ‘검·경 수사권 조정의 방향과 주요 쟁점에 관한 권고안’을 도출했다면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단순히 수사기관 사이의 권한 배분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수사구조 개혁이라는 차원에서 결정되어야 하며, 실체적 진실의 발견을 위한 효율적 수사체계의 구성, 인권옹호와 적법절차의 실현, 권한의 집중과 남용을 막기 위한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법무·검찰개혁위가 이날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검찰과 경찰 간의 관계…검사의 수사지휘권 삭제, 협력관계로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삭제하고,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를 위하여 상호 협력하는 관계로 규정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경찰이 수사 중인 개별 사건에 대한 검사의 ‘사건 송치 전 수사지휘’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되, 적법절차를 보장하고 사건 관계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적절한 견제?감독 기능은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검사의 일반적 지시 및 수사요구권
수사의 효율성과 적정성 및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해 검찰총장과 각급 검사장은 일반적 수사준칙 또는 지침 등을 마련해 사법경찰관에게 시행할 수 있도록 하고, 검사는 사법경찰관에게, ① 검찰에 접수된 고소?고발?진정 사건에 대한 수사, ② 경찰의 송치사건(재기사건 포함)에 대한 보완수사, ③ 변사사건에 대한 수사, ④ 경찰의 영장 신청 시 보완수사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며, 사법경찰관리는 검사의 준칙, 지침 등과 수사 요구에 성실히 응하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경찰의 수사종결권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권한남용이나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외부 견제 장치를 통해 공정한 사건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은 검찰에 송치하고, 검사가 사건 종결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권고했다.
경찰의 영장 신청에 대한 검사의 심사와 통제…영장심의위원회
국민의 인권과 직결되는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경찰의 영장신청에 대한 검사의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므로 검사의 영장심사나 긴급체포 승인절차는 현행 규정을 유지하도록 했다.
검사의 영장심사에 대한 통제와 관련해 검사의 영장기각에 부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사법경찰관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대하여는 각급 검찰청에 설치되는 영장심의위원회에서 심의하도록 했으며, 영장심의위원회는 검사가 아닌 위원을 다수로 하여 구성하고, 사법경찰관은 위원회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으며, 검사는 심의결과를 최대한 존중하도록 권고했다.
검사의 1차적 수사 범위
검사의 준사법기관 및 인권 옹호 기관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해 검사의 1차적 직접 수사는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으로 한정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고, 경찰공무원이 관련되어 경찰이 수사하기 곤란한 사건, 경찰이 송치한 사건, 그리고 이 사건들에 대한 관련 인지사건 등에 대하여는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수사권 조정 관련 법령 개정 이전이라도 검사의 직접 수사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검사의 인권 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 강화
검찰의 1차적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이 제한되고,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에 이관되면 경찰의 권한 집중과 남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으므로, ① 경찰 수사과정에서 사건 관련자의 인권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② 사건 관련자가 경찰의 편파수사, 과잉수사, 장기?지연수사 등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는 등 수사의 공정성이 훼손되거나 수사권이 남용될 우려가 현저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검사가 사건기록 등의 송부 요구, 시정조치 요구 또는 사건 송치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해 검사의 인권옹호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검?경 수사권의 경합
검사가 1차적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에서 동일 사건을 검?경이 중복 수사하는 경우, 경찰은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고, 검사는 송치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되, 경찰은 부당한 송치요구에 대한 이의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에 관한 기구와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기타 사항으로는 특별사법경찰관은 일반 행정부처의 직원들이 소관 업무에 관하여 사법경찰권을 부여받은 경우이므로, 본 권고안 취지의 적용 여부에 대하여 별도의 검토를 요하고, 검사 작성 피의자신문조서 등 각종 수사서류의 증거능력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차원이 아니라, 전체 형사법 체계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증거법 차원의 문제라고 했다.
위원회의 이번 권고안에 대해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위원회의 권고안을 존중해 국민을 위한 수사권 조정이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법무·검찰개혁위의 ‘검·경 수사권 조정 권고안’에 대해 경찰 관계자들은 “지난달 청와대가 발표한 권력기관 개혁안 보다 훨씬 후퇴한 내용”이라는 등 부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경찰대 출신의 제주대 행정학과 박병욱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검사와 관련된 비리사건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마저 검사의 통제를 받는다면 더 이상의 수사는 불가능한 것이 아닌가?”라면서, “전혀 개혁안이 아닌데.. 현상 유지안을 어떻게 개혁안이라 하는지 할 말이 없다. 김학의 사건, 스폰서 검사, 벤츠 검사 사건, 고래검사 사건, 강원랜드 사건은 앞으로 쭈욱 계속 될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