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기업들이 2년을 넘겨 일하는 기간제 근로자의 무기계약직 전환 법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쪼개기 근로계약을 반복해온 관행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현대엔지니어링(주)와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 체결하면서 감리업무를 수행해 온 근로자 구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및 임금지급청구소송에서 최근 “현대엔지니어링(주)는 각종 건설공사의 감리용역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근로자 구모씨와의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을 계속 유지하면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다고 볼 여지가 많음에도 원심이 이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하였고, 원심이 근로자 구모씨의 각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원면직이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도 심리·판단하였어야 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약칭 ‘기간제법’)의 무기계약직 근로자 전환 예외사유 해당여부였는데,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41민사부(재판장 권혁중)와 2심인 서울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권기훈)는 회사측 주장대로 “구씨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된다”면서, “구씨와 현대엔지니어링(주)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신설공사 감리용역 업무 종료에 따라 종료하게 된 것이지 피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원고 근로자를 해고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었다.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란 건설공사, 특정 프로그램 개발 또는 프로젝트 완수를 위한 사업 등과 같이 객관적으로 일정 기간 후 종료될 것이 명백한 사업 또는 특정한 업무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업무가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까지로 계약기간을 정한 경우를 말한다.
대법원은 "기간제법의 시행으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되는 점, 기간제법 제4조의 입법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경우에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1호에 따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사용자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여 체결하였으나 각 근로관계의 계속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는 각 근로계약이 반복갱신하여 체결된 동기와 경위, 각 근로계약의 내용, 담당 업무의 유사성, 공백기간의 길이와 발생이유, 공백기간 동안 그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한 방식 등 관련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나아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간주되는 근로자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을 지급받은 후 다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을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회피하기 위하여 퇴직과 재입사의 형식을 거친 것에 불과한 때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기간제법 예외사유의 남용을 제한할 수 있는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것이 노동전문 법률가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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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석 대법관 |
이 재판 주심인 김창석 대법관은 서울행정법원 재직 당시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라도 업무와 사이에 직접적이고 밀접한 내적 관련성이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보아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처음 선고하는 등 산업재해 관련 사건에서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는 판결을 다수 선고한바 있다.
참고로, 무기계약직 근로자는 2007년 기간제법이 시행되면서 출현한 개념으로 기초는 계약직임에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한의 계약 근로자라는 모순을 안고 있어, 정년은 보장되나 근무조건은 정규직에 비해 열악한 형태의 어중간한 입장에 처해지기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중간에 있는 ‘중규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