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18일(월) 제19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에 관해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며, 9명의 해직교원 가입을 이유로 한 법외노조 통보는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의 단결권 보호 취지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은 해직 교원의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규약 및 해직 교원 9명의 가입을 이유로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법외노조통보처분을 한 것에 대해 전교조가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7. 12. 15.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노동기본권 쟁취, 성과급·교원평가 폐지를 위한 12 15 연가투쟁' 모습(전교조 제공) |
전교조는 2014년 6월 1심 서울행정법원(2013구합26309)과 2016년 2월 2심 서울고등법원(2014누54228)에서 모두 패소했고,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2016두32992) 특별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에 계류 중이다.
인권위는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 취소소송이 교육의 주체이자 근로자인 교원의 단결권 보호 범위, 설립신고를 마치고 활동 중인 노동조합에 대한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적법성 판단기준 등 헌법상 단결권과 관련해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는 재판”이라 판단하고 대법원 담당 재판부에 관련 의견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사회의 우려·권고 적극 참고해야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의 자율적 결정 사항’
인권위는 먼저 “인류의 보편적 규범인 국제인권조약에 대한 존중 및 국내적 이행 노력은 입법, 사법, 행정을 막론한 모든 국가기관의 책무라는 점에서 이 사건 소송에서도 결사의 자유에 관한 국제인권조약 및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권고를 적극적으로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모든 사람의 자유롭고 차별 없는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 권리’는 UN사회권규약,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 등 국제인권규범에 명시된 기본적 인권 항목으로, 그동안 UN 사회권규약위원회 및 ILO 등은 ‘조합원 자격은 노동조합 스스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으로서 이에 대한 국가의 과도한 개입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에서 해고자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가입을 제한하는 국내 법령의 개정 및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대법원은 2004년 일시적 실업자, 구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권리 인정
이어, “이 사건 소송 1, 2심 재판부가 제시한 교원의 직무특수성(윤리성·자주성·중립성), 교육의 공공성 및 학생의 교육권 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2004년 대법원 판결 이후 해고자, 실업자, 구직자 등이 초기업단위 노조에 가입하는 데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교원노조에 대해서만 해고자의 가입을 제한하는 것은 교원의 단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해직 교원의 교원노조 가입 자격 여부와 관련해 교원노조의 ‘초기업단위 노조’로서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에 따르면, 해직된 교원으로서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지 않았거나,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재심 판정을 받은 경우 교원노조 가입 자격을 잃게 된다.
그러나 2004년 대법원은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와 동일 취지)는 기업별 노동조합의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으로 원래부터 일정한 사용자에의 종속관계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산업별·직종별·지역별 노동조합(‘초기업단위 노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 일시적인 실업자, 구직자의 초기업단위 노조 가입 권리를 인정한바 있다(대법원 2001두8568).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 위배 소지
인권위는 “이 사건 처분의 근거 법령인 ‘노조법 시행령’ 제9조 제2항은 시정 요구 불이행에 대한 제재로 노조법상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의 일시정지 등 덜 침익적인 형태의 방법을 강구하기보다는 신고증 철회와 같이 노동조합의 지위 자체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가장 침익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 인권공모전 2015년 포스터부문 최우수상 ‘인권나침반’ |
헌법재판소도 “교원노조에는 일시적으로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조합원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하는 만큼 자격 없는 조합원이 노조의 의사결정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입법 취지와 목적에 어긋남이 분명할 때 비로소 법외노조통보를 할 수 있고, 행정관청의 법외노조통보처분의 적법성 판단에서는 자격 없는 조합원의 수, 그러한 조합원들이 노조 활동에 미치는 영향, 자격 없는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금지 또는 제한하기 위한 행정당국의 적절한 조치, 해당 노조의 시정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2013헌마671, 2014헌가21 병합)고 판단한바 있다.
인권위는 “비록 정부가 수년에 걸친 시정 요구를 통해 전교조에게 자율적인 시정 기회를 준 측면은 있으나, 전교조는 1999년 합법화 당시에도 조합원 중에 해직 교원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이후 이 사건 처분을 받기까지 약 14년간 합법노조로 활동해 왔고, 이 사건 처분과 관련해 문제가 된 해직 조합원수는 9명으로 전체 조합원 중 해직 조합원의 비중이 극히 미미했으며, 초기업단위 노조의 특성 상 해직 조합원의 존재가 전교조의 자주성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많지 않음에도 9명의 해직 교원을 이유로 6만여 명에 달하는 절대 다수 조합원의 단결권 행사를 전면 중지시키는 처분을 한 것은 이로 인한 공익적 기대효과에 비해 전교조가 받은 피해가 매우 커 비례원칙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 관계자는 “이 사건 소송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우리나라의 결사의 자유 수준을 국제적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며, 모든 사람의 자유로운 노동조합 결성·가입 권리의 보장을 위해 그 판단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정의당과 함께 2017. 12. 11.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와 성과급 교원평가 폐지를 촉구했다.(전교조 제공) |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인권위 결정에 대해, “지금 인권위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대법원보다도 정부에 대해 고용노동부의 2013년 10월 24일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철회하라고 권고하는 것……인권위가 고용노동부에 대해 법외노조 철회를 권고하는 ‘정공법’을 선택하지 못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운 일이다.”면서, “대법원 의견서 제출은 예정대로 추진하되, 고용노동부에 대한 추가 입장 표명도 서둘러 시행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