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본사직원의 산재보험료를 현장근로자로 신고한 건설업체를 제재하기 위해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급여 일부를 사업주에게 징수한 처분은 잘못이라는 행정심판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건설업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보험급여액 징수처분 취소청구’를 받아들여 지난달 24일 근로복지공단의 징수 처분을 취소했다고 18일(월) 밝혔다.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26조 등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 성립 신고나 보험료 납부를 게을리 한 사업주를 제재하기 위해 재해 급여액의 전부 혹은 일부를 사업주로부터 징수할 수 있다.
충남 천안의 건설업체 A사는 2015년 조경시설물 설치공사를 진행하면서 본사직원과 건설현장 근로자의 산재보험료를 모두 건설현장 근로자로 신고하고 보험료를 납부했다.
사업장이 다른 본사와 건설현장은 보험료 분리신고가 원칙이고 건설현장이 본사보다 4배가량 보험료율이 높지만 A사는 규모가 영세해 본사 직원이 모두 현장에서 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같은 해 12월 A사 근로자가 공사를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공단은 이를 산재로 인정해 재해근로자에게 진료비 등 명목으로 4천2백여만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재해근로자를 본사직원으로 본 근로복지공단은 A사가 본사 근로자의 보험료를 ‘0원’으로 신고한 점을 들어 A사가 ‘보험료 납부를 게을리 했다’고 판단하고, 재해근로자에게 지급한 급여액의 10%인 4백2십7만여원을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A사에게 징수하는 처분을 했고 A사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며 올해 2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A사가 그동안 건설현장 근로자의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해 온 점과 A사의 본사 근로자가 건설현장 근로자의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A사에 보험료 납부를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근로복지공단의 처분이 사업주의 성실신고의무를 촉진하려는 산재보험급여액 징수처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어 위법·부당하다고 재결했다.
행정기관이 한 각종 행정처분이 부당하다고 생각되어 불복하고자 하는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는 크게 민원, 행정심판, 행정소송의 3가지 방법이 있다.
구체적인 사안별로 가장 적합한 절차를 선택해야 하는 데, 일반적으로 행정심판은 결정을 권고의 형식으로 내리는 민원에 비해 행정기관을 구속하는 강력한 법적 효력이 있고, 3심으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위법성만 판단하는 행정소송에 비해서는 신속·간이하고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위법성, 부당성, 합목적성까지 판단해 구제의 폭은 훨씬 넓어 국민 입장에서는 매우 효율적이고 편리한 권익구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