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세계인권선언 69주년을 맞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별관 대강당에서 각국의 외교사절과 인권시민단체 등 관계자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열린 세계인권선언 기념식에 참석해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인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관장 이정호 신부와 김효진 장애여성네트워크 대표에게 훈·포장을 수여한 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과 촛불혁명의 의의를 되새기는 인상적인 축사를 통해 참석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8일 열린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있다.(국무총리 비서실 제공) |
2017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일에 이낙연 국무총리의 기념사 전문을 게재한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 축사 전문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일입니다.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가 인권을 다시 생각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먼저 오늘 대한민국 인권상을 받으신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이정호 관장님과 장애여성 네트워크 김효진 대표님을 비롯한 수상자 여러분께 감사와 축하를 드립니다. 전국 각지에서 인권 신장에 노력하시는 활동가 여러분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에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7년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자 남양주시 외국인복지센터 관장 이정호 신부에게 국민훈장 동백장 증서를 수여하고 있다. |
특히 인권을 짓밟히셨거나 지금도 짓밟히고 계시는 세계와 대한민국의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세계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수호를 위해 목숨을 잃으셨거나 피와 땀과 눈물을 흘리셨던 선배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이성호 위원장님과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인권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으로 빛나는 의정활동 펼치시는 노회찬 의원님 고맙습니다.
인류 역사에 대해서는 수많은 정의가 있습니다. 저는 그 가운데서 이렇게 단언합니다. 인류 역사는 인권 신장의 역사입니다. 인류 역사에는 인권 신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두 개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18세기의 시민혁명들이고 둘째는 20세기의 세계인권선언입니다.
1776년의 미국 독립선언, 1789년의 프랑스 인권선언과 미국 수정헌법은 근대적 시민권과 자유권을 선언함으로써 왕정을 종식하고 민주주의를 열었습니다. 1948년의 세계인권선언은 최초의 세계 공통 인권선언으로서 근대적 자유권과 현대적 사회권을 함께 명시해 인권의 공간적, 개념적 지평을 획기적으로 넓혔습니다.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 축사를 하고있는 이낙연 국무총리 |
세계인권선언은 강제력을 갖지 못한 선언입니다. 그러나 역사에서는 선언 이상의 강력한 기여를 해왔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5조 “모든 사람은 국적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규정은 식민지배를 받던 민족들에게 독립투쟁의 근거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제22조 “모든 사람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 등 제27조까지의 사회권은 사회보장 확대와 복지국가 확산의 토대가 됐습니다.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의 곡절을 겪었지만, 세계가 놀랄 만한 민주주의 발전을 이루면서 인권을 크게 신장시켜 왔습니다. 특히 김대중 정부는 2001년에 인권위원회를 국가기관으로 출범시켜서 인권보호의 큰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활동영역을 넓혔습니다.
세계인권선언 69주년 기념식 축사를 하고있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이를 경청하고 있는 참석자들 |
그러나 그 이후의 정부들은 인권위원회의 조직을 축소하고 활동을 약화 또는 왜곡했습니다. 특히 세월호 침몰에 대한 소홀한 대처나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 또 문화계를 가르고 짓밟은 블랙리스트 같은 인권의 퇴행마저 일으켰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원과 조직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인권기본법을 제정하고, 군인권보호관을 신설하며, 국가폭력을 근절해 가겠습니다. 국정목표의 하나로 포함된 ‘인권을 우선하는 민주주의 강화’를 위해서 인권사각지대와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 나갈 것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인권의 내용을 더 채우고 외연을 더 넓히라고 인류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사회에서 여성과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갑질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도 그런 흐름의 반영일 것입니다. 구미 선진국에서 여성들 사이에 ‘미투’ 현상이 이어지는 것도 그런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세계적으로 현저해지는 불평등의 심화는 사회보장과 노동, 교육, 의료, 주거 등 사회전반의 혁신을 압박하게 될 것으로 저는 직감합니다.
지난해 이맘때쯤 이곳 광화문에서는 촛불혁명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습니다. 세계는 무려 6개월 동안 계속된 촛불혁명의 전개와 결말을 주시했습니다. 촛불혁명에 참가하신 연인원 1,700만 명의 국민은 ‘나라다운 나라’를 갈망하셨고, 그 갈망을 우선 정권교체로 표현하셨습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신장은 ‘나라다운 나라’의 당연한 전제입니다. 이것은 문재인 정부의 태생적, 운명적 책임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국가목표로 삼은 ‘정의로운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억울한 사람이 없는 대한민국을 뜻합니다. 이 자리의 우리 모두는 바로 그 책임을 다시 새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 이낙연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