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최근 한샘, 현대카드 등 기업 내 성희롱·성범죄 피해 의혹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성희롱 문제의 엄중함과 위급함을 고려해 ‘직장 성희롱 특별 전담반’을 설치하고, 올 연말까지 ‘직장 내 권력형 성희롱 집중 진정기간’을 운영한다고 14일(월) 밝혔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인권상담센터(상담전화: 국번 없이 1331) 전문상담원으로부터 성희롱 진정 처리절차와 구제 방법 등에 대해 상담 받을 수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사회초년생과 비정규직, 인턴, 실습생 등 여성들에 직장 내 권력형 성희롱·성범죄는 기업 내 성희롱 예방 시스템이 여전히 마련되지 못했거나, 시스템이 있더라도 피해자들을 보호하지 못해 성희롱 예방 시스템의 실효성이 부족한데서 비롯되고 있다.”면서, “더욱이 경찰과 검찰 수사단계에서도 성범죄 피해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인권위가 처리한 성희롱 진정사건은 모두 173건. 조사대상 57건 가운데 실질적 구제가 이루어진 사건은 총 38건으로, 실질 구제율이 약 67%에 이르며, 38건 중 4건은 조정위원회의 조정, 4건은 조사관의 합의 중재, 9건은 ‘조사 중 해결’로 피해자가 원하는 사과 등을 받았다.

 올해는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사건수가 급증했는데, 인권위는 성희롱이 결국 피해자들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갖고 있어, 올해 성희롱 사건이 갑자기 늘어났다기보다는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사건의 특징을 보면 최근 드러난 사건들처럼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고용주, 상급자 등이 부하 직원을 성희롱하고도 오히려 피해자를 회유, 협박, 보복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조직 구성원들은 집단 따돌림으로 피해자를 괴롭히거나 피해자의 행실을 거론하며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며,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회사는 사건을 오히려 은폐·왜곡하는 등 심각한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주위의 시선과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문제 제기조차 못하는 피해자들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인권위에 진정되는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인권위는 진정사건 조사를 통한 성희롱 시정 이외에도 정책·제도 개선방안을 관계부처에 권고하고 있다. 인권위는 고용노동부에 대해 ▲ 일정규모 이상 사업장의 성희롱 피해 예방과 구제절차 규정 제정 의무화, ▲ 직장 성희롱, 성차별 사안을 전담할 근로감독관을 선발하여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체계적 교육 실시 후 일선에 배치, ▲ 형식적 요식행위에 그치고 있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실질화 등을 권고해왔고, 여성가족부에는 ▲ 공기업 등 공공기관에서도 인턴, 비정규직 여성 등에 대한 성희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므로, 공공기관 성희롱 예방 관리의 주무부처로서 관리감독을 보다 철저히 할 것을 권고한바 있다.

 남녀고용평등법이 11월 9일 국회에서 개정돼 직장 성희롱에 대한 사업주의 의무가 강화되기도 했으나, 직장 성희롱 예방과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 담당부처의 보다 강력한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14일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가 합동 발표한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 따르면, 연간 2만여개 사업장에 대해 실시되는 모든 근로감독에 직장 내 성희롱 분야를 포함해 지도·감독을 대폭 강화하고, 법 위반시 벌칙도 현행 과태료 수준에서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징역 또는 벌금형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